[Review] 여전사의 섬 - 여자들이여, 전사의 섬을 찾아라

글 입력 2019.03.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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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활동이나 문화는 언제나 즐겁고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보았던 것 같다. 이번에 본 <여전사의 섬>도 마찬가지였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지니(허진) 하나(김유민).jpg
 

이야기는 주인공 지니의 면접 준비에서부터 시작된다. 29살의 나이에 취준생. 나보다 나이 차이는 나지만 똑같은 취준생의 입장에서 절실히 노력하는 모습부터가 마음이 그냥 짠했다. 나역시 이것저것 괜찮아 보이는 단어와 문장들을 가져다가 자기소개에 집어넣고 있는데 항상 면접이 끝날때마다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고 현자타임이 오고는 했다.

오죽하면 지니가 사용했던 카멜레온 대신에 나는 좀 튀어보이겠다고 메타몽이란 말까지 해버렸을까 싶을 정도로. 나 역시 공연에서 보여졌던 만큼은 아니지만, 면접에 가서 홀대받는 느낌이나 나 자신의 가치를 타인이 하찮게 보는 일도 겪어보았다.

연극 중반에 심한 일을 겪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하나와 지니의 대립구도를 보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백번 공감하고 이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피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개인은 개인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금 이 힘든 일을 벗어나지 못 하는 이유가 그저 엄마에 대해 알지 못해서라고 귀결짓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했다.

엄마에 대해 잘 모르고 엄마가 없더라도, 그것을 가지고서 타인을 평가하고 조롱하고 앞길을 막는 것이 오히려 더 잘못이 아닌가? 하지만 결국 자매는 자매인걸까.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공감이 많이 됐다. 나 역시 언니와 연을 끊을 정도로 심하게 싸워 근 1년 가까이 한 집에 살면서도 말 한번 제대로 안 섞고 지낸 경험이 있다. 부모님의 강요로 억지로 화해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잘돼서 지금은 언니와 둘도 없이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단체.jpg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생각은 연극 <여전사의 섬>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벗어났을 수 있지만, 연극을 다 보고나서 정말 비혼에 힘을 줘야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기만 하였다. 우크라이나 남자들이 한 행동에는 잘못이 있어도, 그들이 한 말에는 잘못이 없었다.

정말 우리나라 남자가 해외의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은, 정말 사랑해서가 아닌 그저 돈을 지불하고 여자를 '사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는 '고부열전'같은 방송만 보아도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는다. 자기와 결혼해주면 처가에 집도 해주고 매달 돈도 부쳐주고 해준다하여 20살 차이임에도 우리나라로 시집에 왔지만 그 무엇 하나 해주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타지인의 이야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여전사의 섬>에서의 두 딸들의 어머니도 그러하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어머니가 그 삶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사의 섬'을 찾아 나서게 되어 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거기서 그저 두 딸들을 힘겹게 키우는 외지인의 모습이었다면, 굉장히 처참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연극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마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자라고 해서 부당한 일이 있어도 그저 조용히 순응하려 하지 말고, 우리 모두 싸워야 할 때를 알고 싸워야만 한다. 싸움이 그저 누군가를 쥐어 패는 폭력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권리를 찾고 투쟁하는 것 역시 싸움이 된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게도 가장 취약하고 이런 폭력에 가장 많이 희생 당하는 사람은 바로 여자이다. 우리 여자들이 더 이상 숨어살고 부끄러워하고 약한 모습만을 보이려 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전사의 섬을 찾아야 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상세페이지 여전사의섬.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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