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을 쏠 만큼의 용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3.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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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나 유명한 서울예술단 대표 레퍼토리 극이니까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보고 나니 정말 사람들이 왜 좋아하고 이렇게 5번이나 계속해서 올라오는지 이유를 알겠는 창작가무극이다. 서울예술단의 극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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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무대장치의 표현



무대장치가 정말 많이 바뀐다. 경성 거리, 학교, 열차 플랫폼, 감옥, 항구, 일본의 거리, 클럽, 밤거리,.. 정말 많이 바뀌고 새롭게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더 무대가 아름답고 섬세하다. 처음에 객석에 들어가면 달을 볼 수 있다. 검은 구름이 계속해서 지나가는 달 모양에 극 제목이 쓰여있다. 그리고 검은 구름이 몰려와 글자가 날아가고 암흑. 극이 시작된다.

 

이전에 했던 윤달쏘와는 달리, 처음으로 오케스트라가 생겨서 실제 오케스트라의 조율소리가 들리고 더더욱 음악이 시작되면 심장이 쿵쾅댄다.

 

조명, 빔프로젝터 영상 장치들도 정말 잘 사용한 것 같다.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리듯, 연도도 나타나며 그의 글씨체로 시구 하나하나가 영상 장치로 나타난다. 그의 시를 귀로, 눈으로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극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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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냥 일제강점기의 극은 아프고, 눈물 흘리는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윤달쏘는 그 시대 청년들의 평상시의 삶도 보여주고 그들의 일제강점기의 항일정신, 민족의식도 보여주어 더욱 신선했다. 넘버 <경성경성>, <아름다운 아가씨>도 마음에 와닿았다.

 

2막은 슬펐다. <별헤는 밤>은 잠깐 영상을 통해 봤었는데 그 영상은 기억나지도 않고 정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그의 절규, 희망. 그리움, 자책, 부끄러움, 절망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윤동주가 존재했다면 정말 이런 마음으로 시를 쓰지 않았을까, 윤동주가 존재했다면 정말 내가 보고 있는 이 사람일 것이라고 느껴졌다. 정말 내 눈앞에 윤동주가 있는 것 같아 더 가슴 아팠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송몽규가 일본 유학 시절, 동주에게 하는 말 중 가장 마음 아프고 기억에 남는 대사다. 고작 26살이, 청춘이 한국에 있는 우리 동지, 친구들은 힘든데 우리만 이렇게 문학을 공부하며 잘살고 있어도 되느냐는 반성의 마음을 가지며 슬퍼하고 아파한다. 이 모습이 너무나 밉고 슬펐다. 일본경찰에게 도망치고 있을 때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다음에 술 한잔 하자'라는 것도 너무 슬펐다. 30년도 안 산 청춘이 술 한잔도 마음 편히 못 하고 계속해서 앓고 마음고생 하며 살았다는 것.


일본에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계속 돌아보았을 것이다. 혹은 왜 무엇을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걸까 자신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글을 쓰면서 일말의 희망을 맛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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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내가 애정을 가지고 몇 번을 본 극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몇몇 장면을 바꿔보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해보았다.


2막, 일본인들의 등장이 유독 많다. 가미카제 이야기, 넘버 <전쟁, 전쟁> - 일본이 위기에 빠지자 온 국민이 사무라이처럼 강하게 성장하고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아이들도 허리에 목칼차고 스님들도 총을 메고 부녀자도 양손에 죽창을 들고 황국을 위해 인생을 바치자는 이야기였다. 남자들은 군대로 여자들은 공장에 아이들은 논밭으로 학교는 공장으로 만들자.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구하고 천황을 섬긴다는 넘버에 사이사이 윤동주가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잠깐씩 나온다.


우선 이 넘버가 굉장히 길다. 단원들이 거의 다 일본인으로 나와 그들의 충성을 보이는 안무를 하며 진행되는데 이를 좀 바꾸어 1. 일본인 2. 한국에서의 독립운동가 3. 일본에서의 윤동주를 포함한 사람들이 나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강처중의 활약을 넣으며 일본인과 대비되는 우리의 민족의식이 더 잘 드러나게 했으면 좋겠다. 넘버 자체가 일본만을 위한 이야기로 묘사가 되어 있어 안타까웠다. 가사도 등장인물들에 맞게 1. 일본인 부분, 2. 독립운동 중인 사람들의 가사, 3. 다 같이 맞서 싸우자는 동시 발언 등,, 이렇게 바꾸면 극명하게 우리의 노력도 나타나면서 어떠한 목표를 향한 사람들의 집념, 열정이 더 잘 나타났을 것이다.

그리고 가상 인물인 이선화 양은 윤동주에게 시를 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동주와 편지를 나누는 장면이 하나 나오고 정말 안 좋게,, 일본군에게 끌려간다. 가상인물로 만들어 극에 넣었다면 동주의 감정을 심화시키는 역할만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을 했어야하지 않나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동주 씨를 보고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다든지, 민족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여성이 되었다든지, 이화여자전문학교를 다니었으니 친구들과 그런 방면의 노력을 했다든지 그녀의 이야기를 더 만들어 전달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되었을 것 같다.

동주가 현실에 힘들어하자, 몽규는 일본의 클럽에 데리고 간다. 몽규는 한껏 춤을 추다가 결국 일본인들에게 모욕당하고 클럽을 난장판을 만들고 경찰들이 몰려와 도망친다. 그리고 어두운 밤에 동규와 몽규는 비를 맞다가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묻는다. 사실 이 대사, 이 이야기를 위해 클럽씬이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그를 나타낼 만한 소재는 그들의 학교 생활에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클럽 장면을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일본인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액션이 멋있긴 했지만 갑자기 겉만 멋있는 클럽을 등장시킨 것은 이해가 안된다. 다음 번에 돌아온다면, 꼭 2막에 이런 아쉬운 부분을 수정해 돌아오면 좋겠다. 배우들은 충분히 멋있고 제 역할을 다해내었다.




별헤는밤



내가 그동안 읽었던 <별헤는밤>에서는 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시'를 직접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이 극을 통해 시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복잡한 감정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는 것도 너무나 힘든데 직접 하시는 배우님은 어떨지,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너무나 대단하다. 살면서 문학 공부를 10년 넘게 해왔는데 지금 이 순간이 진실된 시를 만났던 순간 같았다.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기억에 남는 감정과 생각은 풍부하다. 윤동주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고 그의 시집도 모두 읽어보는 노력을 하며 그의 감정을 쫓아가려고 노력했지만 공연에서도 그렇듯, 감히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이 느낀다. 그의 절박함, 저항하는 마음들은 평생동안 내가 겪지 못했던 감정들이었고 이 공연이 그런 감정들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지만 아무 생각도 없던 나를 반성하게 했고 뒤돌아보게 했다. 내가 숨쉬는 시대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 누군가의 눈물, 열렬한 진심이 만든 시대다.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내 미래를 그려갈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까지의 내가 있는 이유를 찾아보고 윤동주, 송몽규, 강처중과 같은 진심어린 삶을 살고 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며 그들을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다짐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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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달을 쏠 만큼의 용기와 처절함과 간절함이 있을까?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발악하며 외치던 동주.

그 마지막 외마디 소리가 아직도 선명하다.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동주. 그를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사람, 진짜 사람이 되어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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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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