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 그녀를 기억하길 - 스위밍 레슨 [도서]

글 입력 2019.03.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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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는 대학 문학 교수와 사랑에 빠진다. 20살의 아름다운 잉그리드와 40대 대학교수 길 콜먼은 결혼하며 아이를 낳는다. 남편은 매력적인 남성 작가로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서도 외도를 계속해서 저지른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잦아지고 육아는 온전히 아내에게 맡긴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수십 통의 편지로 쓰고 집에 있는 수많은 책 속에 숨겨 두고 사라진다. 그리고 12년 후, 길은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인도에 서 있는 잉그리드를 보게 되고 그녀를 따라가지만, 해변 산책로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딸들도 그가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아버지의 집에 돌아온다. 이 이야기는 잉그리드의 편지와 그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글이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그녀의 삶



잉그리드의 문체는 매우 서정적이다. 편지들에는 아름다운 표현들이 참 많다. 이를 읽으면서 그녀가 결혼생활을 늦추고 자신만의 글을 제대로 써보았더라면 참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의 첫 번째 편지는 1976년 4월 6일 그들이 처음으로 만난 날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친한 친구 루이즈와 자신들의 삶은 우물 안 개구리의 의미 없는 삶이라고 치부하는 엄마들의 삶과는 다를 거라며 이야기한다.

 


아이, 남편, 집, 남자, 그런 것들은 다 걸림돌이 될 뿐이야.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만든다고.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면 세상을 둘러볼 참이었어요. 우린 저녁마다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중국의 지도를 보면서 길을 따라가고 계획을 세우고 싸구려 레드와인을 마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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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의 그런 꿈은 철저히 짓밟혔다. 길 콜먼이 잉그리드에게 한 짓은 정말 말 할 수 없을 만큼 짜증나고 비참한 일이다. 그러한 일들을 담담하게 편지에 적으면서 느꼈을 감정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크고 벅찬 감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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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뱃속 아기에게도 좋았고요. 세상이 캄캄해지면 당신 몰래 바다로 나갔죠. 우리 둘 다 전혀 위험할 일이 없었죠. 아기는 양수에, 나는 바다에, 둘 다 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는 그 아침이 너무도 신비로웠어요. 물이 차가워진 후에는 그저 바다를 보러 나갔죠. 잔잔한 잿빛 바다 혹은 해가 떠오르는 눈부신 정경. 가장 멋진 건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바닷물이 바위를 때리는 모습이었어요.



우리 조지는 같은 병원 어딘가에서 차갑게 식은 채 혼자 있는 모습을요. 자신만의 바다에서 너무 일찍 헤엄쳐 나온 작은 물고기를.


 

잉그리드의 편지를 읽으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여성 독자로서 읽다 보니 잉그리드의 마음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나 불편한 책이었다. 잉그리드가 겪게 되는 상황들은 고작 20대였던 그녀에게 너무나 버겁고 읽는 나조차도 버티기 힘든 것이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남편, 길 콜먼은 늙어서 떠나버린 잉그리드를 그리워하며 그녀를 찾다가 결국 책을 불태워 버리고 죽게 된다.


솔직히 그에게 어떠한 슬픈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가 어떻게 되는지보다 잉그리드의 짧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은 삶이 더 중요했다. 끝까지 그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에게 화만 났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읽기에 힘든 책이었다...



 

마지막



그녀는 모든 것을 놓고 떠날 때까지 길 콜먼에게 예의를 갖추고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보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적고 마무리한다.



이제 마지막 수영을 하러 가요. 부표가 있는 곳까지, 아니면 좀 더 멀리 갈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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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왜 잉그리드는 남편의 외도, 문란한 생활을 직접 목격하고도 이혼을 하지 않고 말도 안 하고 계속해서 함께 살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답답하고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은 이유는 단지 잉그리드가 너무나 불쌍하고 책의 제목 <스위밍 레슨>의 뜻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 읽고 잉그리드가 이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위밍 파빌리온에 묶여 있던 것이 그런 현실이 고작 스무 몇 살 된 그녀에게 너무 힘든 것이었고, 어떤 큰 결정을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 어렸고 무서웠기 때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lesson’의 뜻은 수업, 가르침, 교훈이다. 잉그리드의 유일한 휴식장소는 바다였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혼자만의 바다 수영을 하면서 마음을 위안하며 힐링했다.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잠시 놓기 위해 밤마다 바다를 찾은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며 안타까웠다.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은 마음아프지만 바다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것이 그나마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찬란하고 신성한 죽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도 그녀를 기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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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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