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위해 싸우는 공간, 연극 "여전사의 섬"

글 입력 2019.03.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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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의 섬이라는 제목 때문에 극 중에 신화적인 모티프가 얼마나 등장할지, 또 어디까지 가상의 세계와 섞여 있을지 궁금해하며 극장에 들어섰으나, 극은 잘 편집된 다큐멘터리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 것 보다도 우리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란 지금 한국 사회의 약자들이고 구체적으로는 여성이다. 우리에게 사회는 늘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넓게는 국가와 직장, 좁게는 가족과 연인 관계 내에서도 존재하는 부조리들은 가혹하지만 한 사람이 일생동안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법한 일들이다.


약자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 극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의미있고 중요한 이유는 약자들의 삶은 그것이 이야기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비극적이게도 우리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소리쳐 알려야만 한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단체.jpg
 


이 극이 단순히 우리의 삶을 묘사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은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서 앞을 바라보며 끝이 나고, 일종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제목이 시사하듯, 우리는 모두 여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사란 무엇인지, 여전사가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 여전사가 사라진 세상을 살펴보자. 극 중의 지니와 하나가 살고 있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말이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지니(허진) 하나(김유민).jpg
 


사회의 약자들의 자기 자신을 가지는 것조차 어렵다. 아름다운 미녀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한 국가의 남성들은 자국의 여성들을 소유의 맥락으로 이해한다.


‘우리 여자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타국의 남자들과 싸운다. 가정 내에서 여성들은 남편에 의해 지켜지는 존재이고, 그들은 사회에서 목소리를 가질 수록 점점더 나쁜 상황을 직면한다. ‘언어를 알면 상황이 더 나아질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고 엄마는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 사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자유로운 것처럼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야기한다. 지니와 하나가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자신을 계속해서 사회의 이상향의 모습으로 드러내려 애쓴다. 우리는 스팩을 쌓아 취업을 해야하지만, 동시에 가부장제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려 하거나, 자신의 자아를 찾고 싶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이별을 통보해서는 안된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엄마(김원정)2.jpg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엄마를 알아야한다.’, ‘엄마를 찾으러 가자.’고 말하는 지니와 하나의 다짐에서, 엄마는 단순히 모성을 가진, 가부장제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사를 알고, 여전사의 섬으로 떠나자는 다짐이다.


엄마는 우리가 강해져야 하며, 그것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아마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일 것이다. 우리는 진짜 나를 찾아야 하고, 그런 나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소개서를 쓰며 사회에 자신을 어필하고자 노력했던 지니와 당당히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써왔던 하나처럼 우리 모두는 언제나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가 바라는 이상향이 아닌 진짜 나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 때 마침내 여전사의 섬을 느낄 수 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사회의 요구가 아닌 나의 요구를 위해 싸워 나갈 때 비로소 ‘나로 존재하고, 나를 위해 싸우는 공간’인 여전사의 섬에 도달할 수 있다.



포스터(여전사의 섬).jpg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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