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립 출판을 시도하며, '사진과 단상 잡지' [그냥] 창간 기획 中 [시각예술]

우연의 흐름, 흘러가는 인상을 붙잡고 기록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9.03.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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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잡지 _ 사진과 단상 '그냥' 창간 기획 中

최근, 지인을 통해 사진 촬영을 즐기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모아보게 되었다. 

학교와 직장 등. 매일 정해진 시간, 주어지는 업무를 이행해야하는 답답한 삶 속에서 상황의 흐름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주체적으로 창작해내는 일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였다.
 
조금은 어색했던 첫 시간 모임.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비슷했다는 점에서 쉽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더욱 각자에 관하여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되었던 요소 중 하나. 팀을 구성하고자 모인 4명의 사람들은 모두, 현재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태어났을 적부터 나고 자란 곳이라는 것이었다.

곧 우리는 제일 익숙한 '서울'이라는 지역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제안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출사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게 되었다.



익숙한 지역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식

‘낯선 서울 표류기’
‘RHS (Random Hop Seoul) 프로젝트’

 
어느 팀원의 집,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모여 가장 처음 오는 버스를 탄다.
 
이때, 이동하는 정류장의 수는 해당 정류장에 있었던 사람의 명수만큼 (프로젝트 인원 포함)이 된다.
 
하차 이후에는 그 지역을 촬영, 출사한다. 이끌리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또 다른 버스 정류장이 나오면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며 이를 반복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식이 비슷한 이들이 모여 기획한 잡지 [그냥]의 구성원들은 모두 [자유로이 방랑하는 자] : ‘Flâneur’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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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하기에 앞서 프로젝트의 규칙을 정해두고 출사를 기획해보았다. 옮겨 다니는 장소마다 개개인은 각자 경험해본 적이 있었던 지역이기도, 없었던 지역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촬영하는 장소는 같지만 각자 촬영하는 지점과 시점, 구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어 흥미로웠다. 우연의 흐름에 따라 떠오르는 자신만의 생각을 기록해가며 장소를 이동하기도 했는데, 부유하며 적어내려간 이야기 또한 모두 특색 있었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표류하는 상황, 단어 혹은 긴 문장들로 기록되는 개인의 감상과 상념. 그저 흘려보낼 수도 있는 인상을 기록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위 사진은 시행착오 기간, 촬영했던 사진들로. 첫 출사 지역은 홍제역 - 갈월동 (청파로, 숙명여대) - 서부역(서울역, 만리동) - 종로 (명동) 이 해당된다.



독립 잡지 [그냥] 창간호 소개 글 中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 ‘서울’을 낯설게 방랑한다.
 
주 목적지, 행위의 이유 또한 불분명한 일을 반복한다. 걷고, 승하차를 반복하며 도착하기를 되풀이한다.
 
그리곤 생각한다. 기록한다. 공유한다. 머무르고 유랑한다.
 
우리는 가장 낯익은 장소를 생소하게 바라보고 표류함으로써, 관찰하고 발견하게 되는 우연의 가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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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회의 의미, 무계획의 아름다움.’ 우리의 행위 자체는 잡지 발행의 취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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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에게 이러한 의미 없는 행위를 왜 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때로 가장 흥미로운 일은 명확한 이유에서부터 시작된다기보다는, ‘그냥’이라는 형용할 수 없는 막연한 이끌림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 독립 잡지 [그냥]의 구성원 中 Flâneur 1


• 위 사진들은 잡지 1호에 들어갈 사진 컷들에 해당된다. 출사 지역은 성수동 119 안전센터 - 경동초등학교 입구 - 수제화 거리 -  성수역 - 트리마제 아파트 - 한강 (영동과 성수 사이) - 성수동 골목이 된다.



잡지 [그냥]의 구성 및 편집 목표

우연한 장면. 뜻밖의 소리.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는 대화. 빛의 채도와 공기의 질감에 따라 달라지는 단상.
 
제공된 동일한 공간과 시간 속,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색다른 시선과 초점의 편집을 추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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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임에도 어찌 조합하느냐에 따라 울림을 주는 시구가 있듯. 사진 결과물 자체를 나열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문장의 단어처럼 이용하여 시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문학’ 잡지를 제작해보는 중이다.

독립 출판의 매력은, 그저 잘 팔릴 만한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때론 불특정 타인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라는 하나의 삶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방식이 되기도 하므로.
   

'사진과 단상' 독립 잡지 [그냥] 5월 中 출간 예정





[류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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