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판소리와 밴드, 그 세련된 만남 - <적벽> [공연]

매진 신화를 만들어냈던 '적벽'이 기대되는 이유
글 입력 2019.03.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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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적벽 꼭 보세요, 제발...”


“진짜 미쳤거든요, 꼭 봐주세요...”


“제발 봐 줘, 진짜 미쳤어...”



대체 ‘적벽’이 무슨 극이기에 보고 오는 사람마다 ‘제발 봐 달라’며 간청 아닌 간청을 하는 건지, 작년 3월과 4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역사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이후로 연을 끊었기 때문에 적벽대전이 무슨 전쟁이었는지도 가물가물했고, 판소리는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더더욱 낯설었다. 사실 솔직하게, 언제부터인가 내 안 깊숙이 퓨전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자리 잡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입소문의 힘은 대단했다. 주위 사람들의 성원에 못 이겨 예매를 하려고 예매창에 들어간 순간 잔여석 ‘0석’이라는 글자를 보고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극이 되어버려 아쉬움이 점차 자라났다. 그리고 그 후로도 ‘적벽이 정말 엄청나다’는 후기는 줄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나는 이 극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통, 넘기 힘든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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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히긴 했으나, 내가 이 극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전통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역사도, 판소리도, 가무극도 잘 모르는 내가 과연 이 극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무지에서 오는 의문과 두려움이었던 듯하다. 판소리를 즐기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는 불편한 사실은 뒤로 미뤄두고, 그저 ‘주위에 별로 없어서...’라며 핑계를 댔던 것 같다.


사실 ‘적벽’은 완전한 전통 판소리와는 꽤 다르다. 이 극의 제목이 ‘적벽가’가 아니라 ‘적벽’인 것만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와 함께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한 마당인 ‘적벽가’는 전통 판소리 중에서도 난도 높은 소리로 손꼽힌다. 전쟁이 주는 웅장함과 비장함을 소리로 표현해 내는 일일 테니, 그 어려움이 쉬이 짐작 가고도 남는다.


‘적벽’은 웅장한 판소리 합창뿐 아니라 안무와 춤, 그리고 밴드의 연주까지 합쳐져 하나의 풍성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서 파생하는 폭발적 에너지 또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20명의 배우로 꽉 찬 무대가 전달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상당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2018년 초연 공연 때 함께 했던 배우와 더불어 신예 소리꾼도 합류해 한층 단단해진 무대가 꾸려질 예정이다. 판소리와 춤, 그리고 밴드까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나 그들의 화합이 만들어내는 세련된 에너지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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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이 텍스트를 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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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의 또 다른 특징은 춤이다. 이 극에서는 춤도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한다.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가장 함축적인 텍스트인 춤은 판소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관객들도 쉽게 극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적벽대전의 일사불란하고 화려한 장면들이 현대무용과 힙합, 스트릿 댄스의 동작으로 재탄생해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하나의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동작과 선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 공감각적 자극과 드라마틱한 효과를 파생한다.


이 극에서 사용하는 부채 또한 소품의 의미를 넘어 또 하나의 텍스트를 꾸리는 도구이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가지고 있는 무대에서, 부채는 관객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희고 붉은 부채들이 창이 되기도, 방패가 되기도, 바람이나 불로 변모하기도 한다. ‘적벽’ 속 춤이 동작을 텍스트화 한다면, 부채는 이미지를 텍스트화 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적벽대전의 웅장함 속으로 빠질 수 있게끔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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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들어봤을 이름이 적벽대전이다. 허나 전통과 역사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을 쉽게 떨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적벽’은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그 묵직함을 세련되게 덜어낸 듯하다. 매진 신화를 만들어냈던 ‘적벽’이 기대 되는 이유다.



시놉시스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 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 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적벽
-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일자 : 2019.03.22 ~ 05.12

시간
수-토 8시
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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