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통예술의 매력적인 부활, <적벽>

전통&현대 예술의 융합, 판소리뮤지컬
글 입력 2019.03.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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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의 혈의 누, 은세계?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지만 중학교 국어 시간 문학역사 연표를 정리하며 암기했던 기억 하나는 선명하다. 잠시 멈춰 있었던 그 시간 속 기억들이 몇 달전 한국사 공부를 하면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근대사 부분에서 공부한 1908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인 ‘원각사’가 바로 한국 신 연극의 효시인 <은세계>가 상영된 곳이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서로 이어진 이 기억의 조각들은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던 중 오늘의 ‘정동극장’의 입구와 마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때 화재로 인해 소실된 원각사를 복원하자는 취지로 지어진 것이 바로 1995년 세워진 정동극장이다. 근대 우리나라의 역사와 그 속의 예술혼을 이어받은 정동극장에서 2019년 첫 기획공연으로 판소리 뮤지컬 <적벽>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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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은 2018년 작품개발을 통해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전통창작 공연으로서의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제7회 에그린 뮤지컬 어워드에서 세 개 부문(안무 ,앙상블,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많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적벽이 또다시 우리에게로 찾아왔다. <적벽>은 20명의 배우들이 노래와 춤만으로 치열했던 적벽대전의 스토리를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서사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시놉시스>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 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 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삼국지의 그 유명한 적벽대전,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어려운 소리로 전해지는 적벽가. 글과 소리로만 전해지던 예술이 현대에 와서 새로운 탄생을 맞이한다. 창작뮤지컬 적벽은 적벽대전의 스토리를 토대로 판소리 예술과 현대무용을 결합한 다방면의 융합예술이다. 한 번의 공연관람으로 문학, 판소리, 무용과 같은 세 가지의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공연 중반부부터 전석매진의 쾌거를 이뤘던 적벽의 인기에 대한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다.


공연관람 전 적벽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조사하던 중, 19세기 양반 계층에 의해 수요가 많았던 적벽가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다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적인 상황과 계급 사회의 붕괴, 여류 명창들의 대거 등장 등으로 서민들의 정서와 애환이 담긴 판소리들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벽가는 더욱 입체적인 예술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어 현재는 판소리뿐 아니라 창극, 창작곡 등의 여러 장르로 재창조되어 연행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퓨전 예술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 그 예술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사실 현대의 문화예술에도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것이 요즘 문화예술계의 실상이다. 이런 마당에 판소리라는 전통예술은 오죽하겠는가. 초중학교 음악 시간 때 장구를 두드리며 열심히 배웠던 자진모리장단,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흥겹게 불렀던 옹헤야를 비롯한 몇몇 타령들, 그리고 연습 땐 그렇게 잘 되더니 수행평가 시험 때만 되면 바람 소리가 몰아쳤던 단소 불기. 내가 접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전통예술과의 교류 기회를 나열해 보았다.


이처럼 초기교육을 넘어서부터 우리들이 전통예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때 방영했었던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황진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이다. 이 드라마에서 조선 예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보는 동안 낙화유수, 학춤, 칼춤 등 한국전통 무용에 대해 관심이 생겨 한번은 집에서 춤을 따라 쳐봤던 재미난 기억도 난다. 다른 필수과목을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처럼 예술에 대한 교육 또한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초기교육과 잘 만들어진 역사드라마들이 있었던 덕분에 나는 최소한 전통예술과 담을 쌓고 사는 관계는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은 서양의 것과는 아주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 중 전통악기나 소리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멋 또한 갖추고 있다. 대금 같은 악기들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에 있던 고민이 날아가는 듯 시원한 느낌을 전해 받는 반면에 가야금 연주는 이에 비해 화려한 음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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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적벽>을 통해 판소리라는 국악 장르에 대한 첫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기대된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멋진 부채춤을 보며 그 속에 담긴 상징적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 역시 이번 관람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원각사의 향기를 이어받은 정동극장에서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소통을 지켜보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고대하며, 많은 관객들이 <적벽>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와 예술의 미를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란다.


*


적벽
-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일자 : 2019.03.22 ~ 05.12

시간
수-토 8시
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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