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내가 결혼했다: 조금은 낯선 사랑 이야기 [영화]

사랑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던지다
글 입력 2019.03.1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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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작인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결혼의 방식을 소재로 다룸으로써,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제목만큼이나 너무도 발칙했던 이 영화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적응하기 힘든 관점으로 남아 있다. 동시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새롭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에 필자는 이번 오피니언에서, 이 작품이 전달하는 심오한 사랑의 의미를 다루고자 한다.


술마시는 모습.jpg



사랑은 한 사람만을 위한 헌신인가

두사랑.PNG
 

내 두 사랑은 한 사랑보다 깊어
난 두 사람 중 한 사람도 곁에서 
보낼 수 없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누구에게도 털어 놀 수 없어

다비치 ‘두 사랑’ 中


언젠가 다비치의 ‘두사랑’이라는 노래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던 적이 있다. 바람피우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애절하게 녹인 노랫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따돌림이나 도둑질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은 절대 피우면 안 된다는, 일종의 윤리의식이 잠재돼 있었다. 그렇기에 ‘아내가 결혼했다’ 또한 필자의 입장에선 도무지 용납되지 않았다. 이미 결혼한 여자가 남편에게 한 번 더 결혼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상황이라. 여주인공 ‘인아’가 밉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애초에 ‘사랑’이란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 배우지 않았던가.

그런 우리에게, 영화는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그래서 꼭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법칙이 존재해?’라고 말이다. 그럼 우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니’라고 답변한다. 한 사람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사랑의 의미는 결국 하나의 법칙이 아닌, 누군가의 가치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인아라는 솔직한 인물로 표현한다. 그리고 사랑과 결혼에 대해 보편적인 시각을 가진 우리를, ‘덕훈’으로 나타낸다.


"사랑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거 아닐까?"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中



우리는 ‘나 다른 사람이 생겼어’라는 말을 ‘너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끌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인아의 해석은 다르다. 인아에게 덕훈이 친구 같고 든든한 사랑이라면, 새로운 남자 ‘재경’은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싶은 사랑이다. 이처럼 인아는 새로운 사랑을, 기존과는 다른 사랑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두 남자에게 주고 싶은 사랑의 감정이 엄연히 다르기에, 두 사랑의 크기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재경이 등장한 이후에도 부족함 없이 덕훈의 아내로서 책임을 다하는 인아의 모습을 보면, 조금이나마 인아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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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려는 사랑에 대해 반론하다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넌 내꺼야’라는 말을 흔히 건네곤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상대를 소유하고 있음을 인지함으로써, 일종의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소유욕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듯하다.

극 중 덕훈은 연애 상대에 대한 소유욕이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연애를 추구하는 인아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결혼이 상대를 완벽히 소유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아는 결혼 후에도, 각자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등 덕훈의 소유욕에 선을 긋는다. 어떤 상대와 어떤 연애를 하더라도, 이는 내 감정을 공유하는 것일 뿐 내 전부를 주는 행위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다.

인아는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자다. 그녀의 사랑은, 나의 감정과 행동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오직 자신일 때 이뤄진다. 그녀가 만약 덕훈처럼 상대를 소유하고자 했다면, 이처럼 사랑할 수 없었다. 어쩌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상대의 전부를 가지고자 하는 이 시대의 사랑 방식에 대한 하나의 반론이 아닐까.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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