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영화]

지독하게 익숙한 교훈이 주는 감동
글 입력 2019.03.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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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득 차오른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빈 적이 많았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무조건 발을 멈추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제발 내 소원을 이뤄달라고. 그때는 무슨 행동을 해도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았다. 보름달에 소원 비는 것은 물론이고, 종이학을 1000개 접으면, 좋아하는 옷을 입고 학교에 가면, 첫눈을 바라보면 원하는 것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었다.


아주 당연한 소리지만 그렇게 염원했던 소원은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어본 것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 지금, 그 시절을 회상해보면 어떻게 그걸 진심으로 믿었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밤을 보내고 실천했는지 기가 차서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런데 왜 새삼 인제 와서 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이입하게 되는 것일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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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무도 모른다>, <공기 인형>, <어느 가족> 등으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1년 작품으로 부모로 인해 갈라져 사는 형제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 영화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따로 떨어져 사는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형 코이케는 할머니와 엄마, 동생 류노스케는 아빠와 살고 있다. 형 코이케는 유독 가족이 전처럼 다 같이 살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어느 날 마을 어른이 지나가듯이 말한 주변 화산이 폭발하면 모두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화산 폭발을 바라게 되고, 그리하여 화산 폭발을 바라는 코이케가 동생과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모아 소원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그 소원 여행이란 바로 새로 생긴 열차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형제와 친구들은 그것을 보며 소원을 비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 하나로 어른의 동행도 없이 무모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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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



영화는 자극적인 조미료를 넣지 않고 깊게 우려낸 국물처럼 그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진지하게 다룬다. 너무나 잔잔해서 자극적인 것들로 넘쳐흐르는 이 시대에 가장 극적인 순간이 기차 두 대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일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지루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밝은 영화의 톤과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관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소원 여행을 지켜보게 된다.


가면 라이더가 되고 싶어하는 동생 류노스케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어하거나 멋진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하고 라이벌을 이기고 싶어하는 등 그 나이대에 맞는 귀여운 소원들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한다. 영화 속 모든 아이들이 사랑스럽지만 주인공 형제의 뛰어난 연기력은 영화를 더욱 더 빛내고 있다. 형 코이케는 어른스럽고 차분한 형의 모습을, 동생 류노스케는 장난스럽고 밝은 동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도 형제인 이 둘은 실제 형제만이 낼 수 있는 환상희 호흡을 빚어낸다.




여행과 성장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서로 스쳐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아이들이 소원을 비는 장면이다. 처음엔 그 또래 애들처럼 자신들만을 위한 소원을 비던 아이들은 소원 여행을 통해서 자신들의 소원에 대해서 성찰하게 된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어느새 그 성찰을, 성장을 같이 겪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클라이맥스의 비로소 기차를 만난 아이들이 ‘진짜’ 소원을 비는 장면이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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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이들을 어른의 시선으로 평가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아이들의 소원 여행에 어른을 동행시키지 않음으로써 오로지 아이들의 시선만을 담아내고 저마다 지니고 있는 소원들, 그 안에 담겨 있는 고민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들어준다. 영화 속 어른들은 아이들을 도와주고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아이들은 온전히 스스로 성장을 이뤄낸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미 ‘아이들’과 ‘가족’의 세계를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담아온 일본 영화의 거장이다. <진짜로 일어나지도 몰라 기적>은 그 수많은 영화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가장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일 것이다.

 

그 간절한 소원이 이뤄지는지, 마는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소원 여행을 떠나면서 얻은 성장이다. 그간의 여정이 곧 성장이며 보물이라니, 이 얼마나 진부하고 익숙한 교훈인가.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삭막한 어른이라고 믿었던 자신이 새삼 그 익숙한 교훈이 주는 따뜻함과 감동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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