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아하는 마음, 그 이상의 것

그 시작과 끝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글 입력 2019.02.28 23: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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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이다. 유달리 춥지 않던 시시한 겨울도 이제는 끝이 나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독일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지 한 달이 되어가던 작년 10월 무렵. 여전히 머릿속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연하게 기자와 평론가 같은 직업을 떠올리면서. 그러던 중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평소 음악, 책, 영화 등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나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을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맘껏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고, 잘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았다. 지난 시간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지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시작하게 된 4개월간의 에디터 활동. 그 시작과 끝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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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무렵 노트에 적어두었던 글감과 어느덧 수북이 쌓여가는 아이폰의 메모들.



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좋아하는 음악, 영화, 아티스트 그리고 다녀왔던 공연과 전시, 또는 일상의 하루에 대해. 고등학생 무렵 새롭게 블로그도 만들었지만 나는 늘 망설이기만 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막상 글을 올리면 너무 부끄러웠다. 솔직한 생각을 담은 일기를 올렸다가 이내 삭제하거나 이웃 공개로 돌려버리곤 했다. 남의 시선을 참 많이도 의식했던 거다.


생각과 고민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한 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 내게 찾아온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은 나를 변화시켰다. 수북이 먼지가 쌓여있던 보따리를 하나 둘 풀게 만들었고, 그간 꽁꽁 숨겨두었던 것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맘껏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블로그에도 나만의 이야기와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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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활동으로 방치되었던 블로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도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걸까? 단순히 '좋아서'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말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나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어째 말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었고, 때로는 표현이 서툴러 의도치 않은 오해를 만들기도 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건데, 자꾸 이상하게 그 주변만 맴돌곤 했다.


이렇게 소심한 내가 글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당당했다. 글과 함께라면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고민할 때, 또는 무언가 떠오를 때면 노트를 펼치거나 메모 앱을 켜고 줄줄이 써 내려갔다. 한번 일기장을 펼치면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친구들은 뭐 그리 쓸 말이 많냐며 묻는다. 글은 내게 일종의 해방구였던 것 같다. 복잡한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현실을 버티게 하고 나를 편안하게 보듬어줬다.




#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를 소개받고, 초대도 받아 풍성하게 향유할 수 있었다. 음악, 영화, 책을 넘어 전시, 연극, 뮤지컬 등으로 관심 분야가 넓어지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단순히 좋아만 했었다면, 이제는 문화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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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카페 가는 걸 좋아하던 나는 에디터 활동으로 더욱 카페 덕후가 되어버렸다.



그동안의 과정이 마냥 쉬웠던 건 아니다. 평소에도 미루기 대장이었던 나는 늘 마감에 시달렸고, 신청했던 문화 초대의 프리뷰와 리뷰를 작성하느라 바빴다. 글을 쓰는 걸 좋아했지만 이렇게 꾸준히 공적인 글을 쓰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낯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문화예술을 좋아했기에 시작했던 에디터 활동이다. 애정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게 두렵지 않고, 전보다 넓은 관점으로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문화예술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활동으로 글쓰기에 대한 열망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그동안 내게 문화예술은 그저 가장 좋아하며 관심 있던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이 분야에서 일을 해나가고 싶다.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다채로운 문화를 소개해주며 시야를 넓혀준 아트인사이트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있잖아, 여기서 일 년 전 이때쯤에 우린 세계 일주에 대해 말했고 캣파워를 듣고 있었지."


글의 마지막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김사월의 노래로 마무리하고 싶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은 내게 정말 각별하고도 특별하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서에 제출했던 글 중 하나도 김사월에 대한 글이었다. 수험생 시절을 비롯해서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의 노래는 내게 건네진 따뜻한 한 줌의 위로다. 삶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날들의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하루를 견뎌낼 수 있다.


작년 11월 방문했던 김사월의 단독 공연에서 나는 자주 웃었고 조금 울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김사월님을 만나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어쩐지 울먹거렸던 것 같다. 덕분에 그동안 얼마나 위로를 받았고 힘이 되었는지 횡설수설 얘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번 2019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그녀의 앨범 <로맨스>가 최우수 포크 음반으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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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의 가사처럼, 우리는 늘 방황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방황할 것이고, 다가오는 절망과 불행에 끊임없이 싸워야 할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자꾸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다.


불행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행복을 얘기하는 김사월의 노래처럼, 삶에 보다 의연해지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순간을 살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더 열렬히 이야기하고 싶다.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그리하여 노력하는 한 방황할 것이다. 그러나 열망하는 자 구원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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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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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김즌
    • 글 앞에서는 누구보다 당당하다는 거, 공감돼요. 김사월이라는 아티스트는 처음 알았는데 가사가 참 좋네요. 좋은 음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서하
    • 2019.03.04 01: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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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김즌맞아요, 이상하게 글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해져요. 좋게 들어 주셔서 저도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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