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 사이에 놓인 우리 [시각예술]

미디어아트 <당신 속의 낙원>展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다.
글 입력 2019.02.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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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속의 낙원

Media YouTopia


2018.11.06. - 2019.03.17.

광주 시립미술관



<당신속의 낙원>展은 광주에서 2018 미디어아트 특별전으로 진행되는 전시이다. 2014년 광주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정기적인 노출을 통해 대중들에게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를 인식시키고, 미디어아트 대표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미디어아트는 예술과 타 장르간의 결합이다. 이는 기존의 한 장르를 뛰어넘은 탈장르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빛과 영상, 기술 등이 예술과 혼합되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세계 안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실재와 가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선입견을 허물기도 하며, 신기술을 접하며 안목을 확장시키기도 하면서 말이다. 미디어아트가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의 의미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상향’, ‘낙원’ 즉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을 의미한다. 전시 속 유토피아의 의미는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들로 인해 현대인들이 기대하는 바를 뜻한다. 그리고 유토피아에 감춰져 언제 엄습할지 모를 디스토피아의 세계에 대한 염려 또한 내포하고 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상반되는 두 세계를 예술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유토피아가 무엇인지, 언젠간 만나게 되리라 믿는 유토피아는 과연 실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천천히 되뇌며 나와 우리의 세계를 되돌아본다.




<실험실-예외점+4°C>, 정기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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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액체들은 온도가 내려가며 밀도가 증가하나, 오직 물만이 예외적으로 +4°C에서 최대 밀도를 보여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온도를 ‘예외점’이라고 한다. 이 예외점에서 물은 최대의 힘과 영향력을 가진다. 이 예외점을 이루는 물의 본성을 살핀다.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흐르는 물, 그리고 그 순간에 보이는 형태의 착시현상,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미생물이 만들어 지고 이를 먹이로 식물과 물고기가 만들어진다. 한쪽에는 양모와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2036년의 지구가 존재한다. 이 지구에는 숲속의 바람과 공기의 모습이 영상으로 비춰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지구를 이루는 ‘물’이라는 가장 최소의 단위, 이 최소단위가 만들어 내는 ‘생태계’ 그리고 저 너머의 파괴되며 사라져가는 ‘예측불가의 지구’를 보여준다. 물을 매개로하여 자연현상 너머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탐구하게끔 하는 것이다. 잠재된 힘을 가진 물 다시 말해 우리를 표현하는 최소 단위이자 묵직한 힘을 가진 세계와, 사라질지도 모르는 파괴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세계를 대조시킨다. 대조를 통해 자가발전,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가공된 지구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음을 제시한다.




<종이 집>, 정운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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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신문을 활용하여 제작되었다. 집의 형태에 신문지를 부착하였고, 각각 다른 색을 띄는 빛이 집 안을 밝히고 있다. 신문 기사들은 크고 작은 시대적 이슈들을 담고 있어 과거와 현실의 집약체로 느껴진다. 또한 다양한 빛의 색은 비슷한 듯 다른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작은 집들이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삶의 모습을 작게 축소화 시켜 멀리서 바라보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세상을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화시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집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 주거 공간을 넘어섰다. 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위치와 명예를 설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현대에 하나의 상징적인 표현 형식이 되어버린 집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집에 둘러싸인 수많은 신문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의 모습에 대한 표현과 함께 그 속을 비추고 있는 빛은 모두가 하나씩 품고 있는 희망, 꿈을 표현하는 듯하다. 넘쳐흐르는 정보와 사건 속에 사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않고 있는 작은 꿈들은 현재의 모습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면에 품은 힘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delight>, 임용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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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잭션 맵핑 기술을 활용하여 콜라캔 위에 다양한 영상 작업을 진행하였다. 콜라캔의 표지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기도 하고, 비행기의 창문처럼 표현되어 구름 위를 지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은 캔의 모습이 마법처럼 변하는 것 같은 효과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각적으로 굉장한 어필을 할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시키고 미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끔 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를 유토피아로 인도해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작가는 콜라캔을 ‘문화적 평등성’을 가진 오브제로 인식하였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누구나 똑같은 콜라를 즐길 수 있다. 맛과 모습이 비슷한 콜라는 모두가 동등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갖도록 한다. 또한 콜라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즐거움’이라는 특성이 예술과 비슷하다는 것에 집중하였다. 예술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심미적 쾌락이 콜라와 유사하다. ‘문화적 평등성’과 ‘정신적 즐거움’이 담긴 콜라캔에 입힌 미디어는 우리를 낙원으로 이끈다. 판타지를 경험하고 실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여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기술에 대한 환상을 품어본다.


*


미디어아트를 통해 우리가 맞이하게 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에 줄타기를 해본다. 미디어아트가 가진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특성이야 말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에 자리한 가장 핵심적인 장르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예술이 가진 2차원적 형식을 넘은 새로운 형식에 대한 갑론을박은 끊이지 않는다. 예술 고유의 본질을 잃을지 모른다는 염려와 예술 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


미디어아트가 향할 예술 속 유토피아 그리고 디스토피아. 미디어아트는 이 분화된 둘의 세계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고 이 사이를 계속해서 줄타기하며 예술에 대한 경계를 확장시킨다. 감상자와 관객에게 판단의 몫을 맡긴 채, 예술 고유의 역할만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미디어아트로 표현된 <당신속의 낙원>展 또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두 가지 세계에 대한 어떠한 답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이 둘의 세계를 암시해주며 판단을 맡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또 한 번 삶에 대한 고찰과 방향성을 배워나간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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