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생처음 중동여행 (3): 이집트 여행 마무리 [여행]

글 입력 2019.02.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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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카이로로 복귀 후, 우리는 이집트의 대표 음식인 코샤리를 먹으러 갔다.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코샤리는 밥, 면과 마카로니를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먹고 나면 무척이나 든든하다. 기본 소스 이외에도 테이블 위에 놓인 고추기름을 추가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먹을 때는 몰랐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야 코샤리가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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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상 후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카이로의 풍경이다. 고요해 보이지만 카이로는 사실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도시이다. 끊이지 않는 크락션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등등으로 인해 카이로의 소리는 매우 다층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때는 이곳의 소란스러움이 다시 그리워질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피라미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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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소리를 들으며 나와 내 친구는 피라미드로 향했다. 도착 후의 소감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생각만큼 크다는 것, 그리고 모래바람이 거칠다는 것이었다. 실제 피라미드 딱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일치했다. 다만 마모된 표면이 아니라 반짝이는 코팅이 남아있어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던 피라미드를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꼭대기에만 남아 있는 코팅을 보다가 이런 소멸이야말로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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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이집트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내부는 포토티켓을 구매해야만 촬영할 수 있었는데, 굳이 티켓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내부를 다시 회상해보자면, 정말이지 엄청나게 크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유물과 파라오의 관들은 문자 그대로 '널려 있었고', 지나치게 많은 유물이 눈 속으로 한 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라 도대체 무엇부터 보아야 할 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빠르게 둘러본 후 미라를 집중적으로 보기로 했다. 최상급 보존 상태의 미라는 치아, 머리카락, 속눈썹 한 올까지 확인된다. 이들에게 있어 죽음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컸는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미라의 생생함은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게 했다.



아스완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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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아스완으로 이동하기 위해 Sleeping Train에 탑승했다. 타기 전 좁지는 않을까, 안전할까, 14시간 동안 이동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별의별 걱정을 다 했지만 실제로 탑승하고 보니 경험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덜컹거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찻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소리는 최고의 수면제였다. 누군가 아스완에서 룩소르로 이동할 계획이 있다면 비행기 말고 Sleeping train을 꼭 한번 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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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에 도착한 후 우리가 향한 곳은 필레 신전이었다. 필레 신전은 섬 위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이동 시에는 배를 사용해야 했다. 이집트에서는 모든 것이 흥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뱃사공 아저씨와 잘 흥정을 한 후 저렴한 가격에 배를 탔다. 이런 흥정이 당시에는 성가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재밌는 추억이다. 기억 미화가 이렇게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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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진주라고 불리는 필레 신전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집트 최고 신인 오시리스의 아내 이시스를 위해 지어진 필레 신전은 '이시스 신전'이라고도 불린다. 기둥의 장식 디테일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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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는 어디를 가나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한국 고양이와 달리, 이곳의 고양이들은 몸이 아주 많이 마르고 눈이 무서우리만큼 뾰족하고 날렵하다.



룩소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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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에서 룩소르로 가는 방법으로는 크루즈를 추천한다. 나일강을 따라 이동하는 크루즈를 탈 수 있는 인생 경험은 분명 흔치 않다. 반짝이며 부서지는 나일강의 파도를 구경하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조각배를 타고 크루즈를 쫓아와 상품을 판매하는 이집트 상인들의 목소리에 깨고 말았다. 짜증이 났던 한편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 하는 게 대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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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 아니 이집트에서 갔던 수많은 신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뽑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카르나크 신전을 선택할 것이다. 이집트 최대 규모의 신전인 카르나크 신전은 높이 23미터의 중심 기둥 12개와 높이 15미터, 둘레 8미터의 원기둥 122개로 이루어진 대열주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신전의 자갈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나는 세계가 멸망하고 나만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이곳에 오는 것을 희망과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쓸모없는 다짐을 했다. 말도 안 되지만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다.



나가며


사람들에 의해 외면되었거나 왜곡되었던 중동 지역을 여행하면서, 나는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잦은 테러로 인해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이집트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모두가 부유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는 아랍에미리트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은 결국 그곳에는 온기, 활력, 그리고 웃음과 사랑이 있다 는 것이다. 삶이 언제나 예술일 수는 없어도, 예술은 언제나 삶이라고 생각한다. 중동의 예술을 통해 나는 이들 삶의 흔적과 숨결을 두 눈과 마음속에 담아갈 수 있었다. 성우 서유리의 말처럼, 이번 여행은 나에게 있어 앞으로 다가올 역경과 고난을 견딜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될, 아주 좋은 여행이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면 된 것이다.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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