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생처음 중동 여행 (1): 아랍 에미리트 탐방기 [여행]

글 입력 2019.02.2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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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가보지 못할 것 같은 곳이 있다. 내겐 이집트가 그랬다. 언젠간 가보겠지 하면서도 결국에는 못 가고 말 것 같은 미지의 세계, 이집트는 그렇게 내 안에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대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친구 6명과 중동미술을 연구할 목적으로 두바이와 이집트행 항공권을 예매했다. 모험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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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두바이로


저녁 23:50분.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했다. 그리고 나도 그 안에 있었다. 이때도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고, 그저 여행을 시작할 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설렘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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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도 조금 읽다, 자고. 이 세트 그대로 세번 즈음 반복했을까? 기내 방송으로 두바이에 도착했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짐을 꺼내고, 너무나도 길었던 두바이 공항 터미널을 지나 드디어 두바이 땅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첫인상은 아마도 깨끗함, 반짝임, 그리고 정신없음 이었던 것 같다.



루브르 아부다비


숙소에 도착한 후 잠시 숨을 돌리고, 빠르게 버스를 타고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우리가 아랍에미리트에 온 메인 목적 중 하나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일단 건물 자체의 외관으로도 매우 유명한데, 과연 빛과 건축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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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으로 표현이 가능하기도, 불가능하기도 한 아름다움이다. 개인적으로 햇빛이 피부에 닿는 느낌을 매우 좋아하는데, 구조물 사이로 비치는 빛이 은혜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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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좋았던 것은 입장권이 한가지 모양이 아니라 여러 가지 그림이 인쇄되어 있어 엽서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 내가 가진 것은 오른쪽 끝에 있는 두건을 두른 남자. 마네의 <The Bohemi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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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방식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비슷한 외형 또는 용도의 작품들을 지역, 시대 불문으로 한 대 엮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전시를 하는 것이 좋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비교를 위함인가, 병치를 위함인가? 모든 인류 문명이 훌륭하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으로 이를 바라봐야 하는가? 아니면 은연중에 누군가는 우열을 가리게 될까? 생각해볼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도슨트 분에게 인터뷰를 해보니, 루브르 아부다비의 메인 비전은 ‘동서양의 교류와 조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런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판단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내게 루브르 아부다비는 전시의 내용보다는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이 훨씬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현대의 많은 미술관이 이처럼 미술 전시공간에 국한되기보다는 미술관의 기능을 더욱 확대하여 시민 친화적이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문화교류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주 목격되는데, 자연, 예술과 기술을 한데 종합한 루브르 아부다비 역시 이러한 ‘현대 미술관’의 발전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세르칼 에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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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현지 길거리 음식을 먹어 봤다. 음료는 Fruit Lassi, 빵은 이름이 어려워서 외우지 못했다… 라시는 간단히 말해 요거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 저 이름 모를 빵은 화덕에 붙여 구워 속에는 특이한 향신료를 채워 넣어 독특한 풍미가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배도 부르고. 만족스러운 조식이었다.

오늘은 알 세르칼 에비뉴를 방문한다. 중동의 현대미술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갤러리들이 줄지어 있는 그곳. 기대가 무척이나 되었다.

첫 번째로 들린 곳은 Ayyam Gallery. Tammam Azzam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개를 소소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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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은 <New York, Bon Voyage Series>이다. 자신의 고향인 ‘시리아’를 주제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들은 얇은 풍선에 의지하여 위태롭게 움직이는 저 건물처럼 고요하고 묵직하게 마음에 부딪힌다. 시리아 난민들은 희망(풍선)을 품고, 자신의 고향의 아픔을 짊어지고. 뉴욕을 향한다. 그러나 그들이 걸었던 기대와 희망은 누군가에게는 테러와 위험으로 비치고, 이렇게 두 개의 세상은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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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은 <Light House>이다. 또다시 희망의 상징, 등대가 등장한다. 떠나온 그들은 바다 위를 떠돌며 희망을 탐색해나가지만, 아무리 멀리 떠나와도, 세계는 그들에게 닫혀있다. 더 넓은 세계를 바라고 출항했건만, 세계의 끝은 여전히 차갑고 부서져 가는 벽, 벽, 그리고 또 벽이었다. 물이 방에 다 차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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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갤러리를 더 둘러보고 나왔더니 해가 지고 있었다. 중국 베이징의 예술지구 798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이곳은 시간 여유가 있다면 며칠이고 머무르며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중동미술의 현재에 대해 알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바람, 풍경,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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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나와 있는 몇 개의 장소 외에도 많은 곳을 들렀다. 그랜드 모스크, 이슬람 문명 박물관, 두바이 박물관, 샤르자 아트 뮤지엄, 알파히디 역사지구 등등. 다양한 문화적 공간이 있는 이곳은 여유롭고 산뜻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아마도 이곳의 4시 반쯤. 어느 곳에나 있는 배스킨라빈스의 달콤한 향기, 시원한 바람이 불고, 멋진 하늘이 감동을 선사했던 아랍에미리트의 늦은 오후. 나는 그 순간의 촉감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2편에서 계속)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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