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심장소리2 - 삶과 영화를 버무린 에세이

글 입력 2019.02.26 1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9-02-06 23;27;01.jpg
 

영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주로 남는 시간을 채워주는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영화를 볼 때가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영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비현실적인, 가끔은 터무니없게 여겨지더라도 “영화니까.”라며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영화. 현실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정들을 맘껏 느끼게 해주는 영화. 이런 영화들을 자주 봤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영화를 자세하게 분석해놓은 내용을 보게 되면, 영화에 대한 미묘한 거부감 또는 낯선 감정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나는 그저 한 편의 영화를 봤을 뿐인데. 그 속에 저렇게 많은 이야기와 숨은 의미가 담겨 있다니, 그것들을 모두 이해하려면 한 장면, 한 장면을 찬찬히 뜯어보고 해석하면서 봐야 하는 걸까,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부담감이 밀려왔다. 영화를 대하는 자세, 태도에 대한 혼란스러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즐기는 것이 잘못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영화를 하나의 ‘창작된 허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을 비추고는 있지만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이기에, 작은 ‘희망’이나 ‘바램’, 혹은 ‘기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 그래서 만들어진 세계, 허황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똑같이 사람이 만들어 낸 이야기인 책에 대해서는 ‘작품’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유독 영화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댔던 것 같다.


'영화의 심장소리2'는 이런 나의 생각을 자연스레 바꿔준 책이다. ‘삶과 영화를 버무린 에세이’. 책 속에서 작가가 자신의 글을 표현한 말이다. 작가는 영화를 ‘작품’의 차원에서 분석하기보다, 그저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하듯 글을 써내려갔다. 그 이야기를 통해 삶을 보고, 공감을 하고, 깨닫는다. 책 속에는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 많았지만, 내용을 모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왜 그렇게 영화를 어렵게 생각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저 우리네 삶의 한 조각을 담고 있을 뿐인데.


실제로 책 속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착한 영화를 보고

어땠느냐는 내 질문에

함께 본 이가 말했다.


"영화는 좋지만,

세상은 이렇게 험한데..."라고.


세상과 동떨어진 영화,

한 편의 동화 같을 뿐이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본다.

세상이 거칠고 험하기에

착하고 좋은 영화를 보고,

잊고 있던 내면의 선함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영화의 중요한 기능이 아닐까 하고.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작가는 ‘삶에 대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영화’, ‘나의 삶, 우리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내 생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영화의 장르에 따라 그 존재 목적이 다르긴 하겠지만, 영화적 연출, 배우들의 연기, 시나리오, 이런 하나하나의 요소가 결합해서 결국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엇을 느끼게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어졌다. 작가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들을 글로 쓰고, 책을 냈듯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가 느낀 것들에 충실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공감했던 글들을 정리해보았다. 나처럼 영화에 대해 어렵게 생각했던 분들이 있다면, 이 글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영화 속 깃든 삶의 모습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jpg
 


|  “나이가 든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이 없을 때 늙는 것이다.”  - 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중


|  “책임과 의무와 활동의 회전바퀴 중심에 고정된 축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삶의 회전바퀴에 끼여 헉헉대지 않으려면 고정된 축이 있어야한다는 것, 즉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해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영화 ‘비긴 어게인’ 감상평 중


|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즉 자연스럽다는 것은 가장 큰 미덕이고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실수투성이라 해도,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그 모습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가장 예쁜 옷을 걸치게 한다. -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감상평 중


|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났어.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모두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 영화 ‘앙 : 단팟 인생이야기’ 중



영화의 심장소리-2-내지-인쇄판11.jpg
 

*
저 자 : 김은경

규 격 : 신국판 변형(152×225)

쪽 수 : 242쪽

출간일 : 2019년 1월 28일

정 가 : 13,000원

ISBN : 979-11-85973-43-2(03800)

출판사 :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송송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