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은 언제나 눈부시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기타]

글 입력 2019.02.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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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1일, 첫 방송이 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배우 한지민과 김혜자의 캐스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화제성 1위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필자는 눈이 부시게가 주는 감동과 의미에 대해 알아봤다.


‘혜자’라는 세계에서의 시간

극 중 주인공인 ‘혜자’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사실 아나운서 지망생이라고 하기엔 의아할 만큼, 남들보다 노력하지는 않는다. 남들보다 아나운서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이 열정을 앞서서일까. 혜자의 스물다섯은 무기력하다. 그래서 대학교 방송반 MT 날에 만난 준하로부터 ‘아나운서가 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펑펑 울어버린다. 절실함이 없는 본인의 삶을 들킨 것이다.

사실 혜자에게 시간이란, 후회와 미련이 남는 절박한 존재가 아니다. 혜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주운 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마음껏 돌렸다. (물론, 시간을 되돌린 만큼 자신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자제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혜자는 되돌릴 수 없는 지금을 열심히 사는 사람의 모습을 어느 순간 잊고 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혜자에게 시간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택시기사인 혜자의 아버지가 운전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후부터 무기력하고 특별할 것 없던 시간이 절박해졌고, 혜자는 어떻게든 아버지가 사고 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수천 번의 시간을 되돌린 끝에, 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을 얻는다. 하지만 금빛 같은 자신의 청춘을 잃어버린다.


저마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다르다

시간을 수없이 돌린 탓에, 혜자는 스물다섯 꽃다운 처녀에서 70대 할머니가 된다. 혜자는 무언가를 제대로 시도해보지도, 노력해보지도 못한 채 청춘을 꿀꺽 삼켜버린 것만 같아 허망해한다. 무엇보다 하루아침에 늙어버린 혜자의 모습에 가족들 모두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한다. 이에 혜자는 가출을 하기도, 자살 시도를 한다. 하지만 이내 생각한다. 자신의 청춘은 사라졌지만, 아버지와의 시간을 얻었고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요리를 하고, 새벽에 일 나가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챙겨드리기도 한다. 그래서 혜자의 시간은 이제부터 의미 있다. 왜? 혜자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쩌면 ‘의미 있는 시간’ 안에는 누군가가 정의를 내린 것처럼 틀에 박힌 뜻이 있는 것 같다. 20대 청춘, 꿈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 일하는 시간 등등. 사람들은 종종 젊음을 강하게 동경하기도, 공부를 하지 않고 노는 시간을 아깝다 여기기도, 일하지 않는 삶을 막막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20대 때 열심히 살아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놓아야 한다는 주변으로부터의 압박감, 공부나 일을 제때 하지 않으면 게으른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느끼곤 한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모두 남들이 인식하는 보편적인 의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나에게 특별한 의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나 자신을 살아있게 만드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기에, 남이 보내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안타까워해서도, 하찮게 여겨서도 안 된다.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 또한 이를 전달해주는 듯하다. 극 중 혜자의 늙은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시청자의 마음에 비해, 혜자라는 인물은 이러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 청춘을 버렸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다. 혜자 뿐만 아니라 혜자의 오빠 ‘영수’와 친구 ‘현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영수는 남들이 한심하니까 그만하라고 말리는 1인 방송을 꿋꿋이 해나간다. 극중에서는 진지함이 다소 결여된 역할로 나와 가려졌으나, 그는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청춘을 살아간다. 현주 또한 취업 준비, 공무원 시험 준비와 같은 보편적인 선택지 안에서, 중국집 철가방을 자신의 답안지로 채택한다.

이처럼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름대로 보내고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든, 그 시간들 모두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눈이 부시게가 주는 시간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해본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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