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산만의 도서 문화를 누리고 싶다면 보수동으로[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2.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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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의 소리로 북적북적한 자갈치 시장과 국제 시장을 지나서 걷다 보면 어느새 책이 가득한 차분하고 조용한 장소를 만나게 된다. 바로 보수동 책방 골목이다. 약 60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의 골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 문화의 골목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6.25 전쟁부터 지금까지



보수동 책방 골목은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피난 온 많은 난민은 주로 이 보수동 근처에 정착하여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다. 따라서 보수동 주변에 노천 교실, 천막 교실로 많은 학교가 수업을 하였고 보수동 골목길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학생의 통학로가 되었다. 그 당시 어려운 사회 분위기로 인해 출판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이 책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헌책을 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운이 좋은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점 헌책방은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 성황을 이루게 되었고 차츰 다른 피난민들도 하나둘씩 노점을 차리게 되어 지금의 보수동 책방 골목을 형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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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없는 벗이다



어느새 60년의 세월을 보낸 보수동 책방 골목에 들어서면 오래된 간판이 있는 상점들로 인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엄마 아빠가 젊었을 때로 내가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쯤 오래된 간판 만큼이나 오래된 책들에서 나오는 쿰쿰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이런 쿰쿰한 냄새는 나를 더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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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에는 가판대에 여러 책을 진열해두어 지나가며 어떤 책이 있는지 구경할 수 있었는데, 주로 잡지들이 주를 이루었다. 예술 잡지,건축 잡지, 외국 잡지 등 잡지 종류도 많아서 잡지를 구경해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렇게 여러 상점을 지나 책방 한곳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안쪽으로 깊게 중고 서적이 가득하였다. 특히 한자가 섞인 옛날 서적이 눈에 띄었는데, 대형 서점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책들이었다. 오래된 책은 오래된 이야기를 변함없이 담고 있어 더 값져 보였다. 이러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사라지지 않게 오래오래



보수동 책방 골목에는 없는 책이 없다. 오랜 이야기를 지닌 헌 책 이외에도 요즘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책까지 모두 이 골목 안에 공존한다. 시간만 된다면 원하는 책을 모두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으로 가득 메워져 있는 이곳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풍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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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책방 골목을 걸으면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은 책방도 보인다. 대형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해 e-book으로도 책을 읽는 시대에 직접 와서 책을 구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동의 자랑이라 내놓을 수 있는 중고 책 또한 ‘알라딘’ ‘예스24’처럼 대형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더 운영이 어려워진 듯하다.


전자기기로 책을 읽고 인터넷 주문으로 책을 사는 것 또한 독서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쿰쿰한 책 냄새도 맡으며 보수동 책방 골목의 매력인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 책을 구할 때의 희열도 느끼고, 묵묵히 오랜 시간 동안 서점을 지켜온 만큼 책에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가게 주인분들의 추천을 받아 책을 고르는 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랜 독서 문화를 지닌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가 다양한 도서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일 중 하나이지 않을까?



글을 마치며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용호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부산의 도서 문화를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쭉 이끌어 나갈 보수동 책방 골목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지켜져 나가길 응원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장소 시티맵



[임채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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