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영화]

글 입력 2019.02.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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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찾아보는 갈등구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대영제국에 대해 자치와 독립을 요구하며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를 담고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주된 갈등은 아일랜드를 지배하는 영국과 영국에게서 독립하려는 아일랜드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구조는 영화가 진행 됨에 따라 점차 변하기 시작하여 결국엔 아일랜드 내부에서의 갈등으로 바뀌게 된다. 영화 중반부쯤에서 영국과 아일랜드간의 평화협정이 맺어지게 되는데 사실상 이 협정은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영국의 자치령으로 영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조건으로 두 나라간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조약이었다. 따라서 이 조약으로 인해 더 이상 영국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영국군이 물러갔음에 만족하자고 했던 조약옹호파와,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공화당 강경파의 갈등이 빚어지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에 현실과의 타협을 주장했던 형 테디와 이상을 추구했던 동생 데미안의 이념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정치에서 ‘이상’과 ‘현실’의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정치에서 이상의 의미는 정치가 가진 사전적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사전적의미를 찾아보면,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나온다. 이처럼 국가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모든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정치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정치일 것이다. 반면에 정치에서 현실의 의미는 이상과는 확연히 큰 차이가 있다. 이상이 꼭 이루고 싶은 꿈과같은 존재라면 현실은 지금 국가가 마주하고 있는 사태를 뜻하고, 이는 이상과는 다르게 실제 시험의 순간을 직면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정치에서의 이상과 현실 중 나는 현실, 즉 타협을 더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 모든 정치적 결정에는 분명 이익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 속에서 이상을 추구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당장의 손익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차지만 다가갈수록 멀어보이는 이상을 쫓는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타협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한 국가 전체를 다스리는 중요한 일이며 그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는 정치라는 도구에 이상만을 반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섣부른 판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을 쫓다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아주 심각한 결과를 부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정치에서는 이상을 추구하기 보단 주어진 현실을 마주하고 그것과 타협하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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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영화에서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으로 돌아가보자. 이러한 갈등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영국과 아일랜드의 기나긴 전쟁 끝에 두 나라간 평화조약이 맺어지게 된다. 하지만 북부의 얼스터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아일랜드 자유국은 또다른 갈등을 맞게 된다. 바로 영국의 자치령 하에서 영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해야하는 공직자, 즉 자유국 정부와 이 조약에 불만을 품었던 공화주의자들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자유국 정부와 IRA, 조약 반대파를 비롯한 공화주의들간에 내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공화주의자들의 패배였다. IRA의 병력은 이미 영국의 자치 하에 정규군이었던 아일랜드 자유국의 병력과는 비교할 수 없었고, 이들의 진압에 영국군도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자유국이 완전히 독립을 쟁취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1949년 헌법개정을 통해 영국의 왕권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을 선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아일랜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듯이 우리나라 또한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았었고, 또한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와 남쪽의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분단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북한과 남한으로 나눠져있는 분단국이다. ‘분단국’이라는 이 단어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제는 북한과 남한으로 나눠진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질 정도로 분단국이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분단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픈 것에 대해 무더졌나 싶었는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라는 영화를 보며 아일랜드의 역사를 우리와 비교하면서 다시금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없었더라면, 미국과 소련의 군정, 즉 외세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지금의 분단국으로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왜 한 국가의 한민족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인 양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분단국이라는 단어가 품고있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와 한 민족의 슬픔을 내게 다시 상기시켜주었던 것 같다.



영국출신 감독이 제작한 아일랜드 독립운동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 영화의 감독은 정치적인 주제를 영화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대표적 좌파감독인 켄로치이다. 켄로치 감독과 이 영화 사이에는 아주 큰 모순이 존재한다. 바로 영국출신인 켄로치 감독이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진압하는 영국군의 잔인함을 놀라울 만큼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영화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 하에 너무나도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 중 몇몇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인간이 해서는 안될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로 잔인한 식민통치를 했던 역사에서의 일본이 지금의 일본에 대한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넘어 일본사람들까지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켄로치감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역사가 현재 우리의 사회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역사로 현재 사회를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결과적으로 지나간 과거이고 우리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역사에서의 일본은 아주 무자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는 모든 일본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는 동시에 현재의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또한 다시 한번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종교가 가지는 의미

아일랜드는 인구의 85%이상이 가톨릭교도였다. 하지만 종교개혁때 영국성공회가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분리되자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아일랜드에게도 개종을 강요했다. 영국은 식민지화 정책 중의 하나로 ‘아일랜드 플랜테이션’을 펼치며 영국의 장로교 신자들을 아일랜드로 이주시켰다. 이주시킨 곳이 바로 아까 위에서 말했던 북아일랜드의 얼스터지방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아일랜드 가톨릭은 보수성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가톨릭이란 영국에 대항해 끝까지 지키고 싶은 국교이자 민족성을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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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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