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
글 입력 2019.02.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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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국진

출연: 이정현(수남 역), 이해영(규정 역), 서영화(경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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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낳으면 나처럼 키우면 안되잖아.”



수남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고등학교때 자격증도 14개나 따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돈을 벌기 위해 쉬는 날 없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다. 무언가 대충 해본 일도 없다. 그러다 공장에서 규정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런데 규정의 청력이 점점 나빠져서, 인공 와우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 후 그 잡음에 신경을 쓰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는다. 남편은 아기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고, 그러려면 집을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그렇게 9년이 되던 해, 결국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지만, 그 이후의 삶도 고난의 연속이다. 열심히 살면 행복해 질 거라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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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그러니까,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 주세요.”



도대체 수남의 문제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수남에게 애초에 잘못된 게 있기는 했을까?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나는 처음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살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남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점점 불행해지기만 해서, 나로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때까지 믿어왔던 것을 부숴버렸다. 그런데, 열심히 사는데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많았다. 생각보다 정말 많다.


가난하다고 다 그 사람이 게으른 것은 아니며, 잘 산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이 개미처럼 부지런한 것도 아니다. 인생은 수학처럼 1+1=2 가 아니다. 1+1=0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마이너스까지 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인생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수남 역시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어쩌면 잘 살기 위해 그동안 해온 선택들이 수남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을 푸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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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이건 픽션영화이지만, 현실을 담고 있다. ‘생활고가 얼마나 사람을 벼랑까지 내몰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남이 그렇게 점점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처음 느낀 건, 사실 두려움이었다. 얼마든지 나도 그렇게 살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회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자살률은 OECD국가들 중 1위이며. 소득 격차는 10년 이래 최악을 달성했다. 영화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매우 많다. 하지만 어쩌면 이 영화보다, 사회가 더 잔인한 게 아닐까?


“존엄사에서 존엄만 기억하세요. 존엄을 다른 말로 하면 품위잖아요. 살다 보면 가끔, 품위가 중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고, 수남이 계속 병원비를 내지 못하자, 의사가 존엄사를 권유하며 했던 말.



[박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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