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객과 협상하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이 영화 인질이 너무 세다.
글 입력 2019.02.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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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말 전세계를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다.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영화이자 음악영화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전세계에 팬들 가지고 있는 밴드이고 원래 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만한 이름들이다.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퀸 노래 몇개쯤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중에 저것도 퀸 노래였어? 하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퀸과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은 이름만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필자는 퀸의 팬이다.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흥분했고 영화가 나오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는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그것과는 별개로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 영화를 보고나서 문제 있는 부분을 까는걸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를 좀 까고 싶다.



솔직히 스토리 별로다.


이 영화는 전기영화임과 동시에 음악영화다. 음악 영화로써는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영화의 기준이 음악이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다. 음악 영화에서 퀸 음악이 그대로 나오는데 그건 뭐 끝난거지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면 전기영화로써는 어떠냐하면 영 아니다싶다.

먼저 고증이 좀 틀린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는 우연히 공연을 보다가 보컬이 그만뒀다는 말에 프레디가 즉석 오디션 비슷한 형태로 들어가게 되지만 프레디는 로저 테일러와 원래 알던 사이였다. 프레디가 솔로 활동을 한게 큰 문제처럼 나왔지만 실제로는 다른 멤버들도 솔로 활동을 했다. 존 디콘이 원래 뭘 전공했는지 몰라서 프레디 머큐리가 머뭇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를리 없다.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존 디콘이 고쳤는데 전자공학 전공이라는걸 모르겠는가. 전기영화를 본 퀸 덕후들은 어건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 물론 영화적 연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스토리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몇개 집고 넘어가자면 존 디콘은 그야말로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전혀 안 나온다. 존 디콘도 엄연한 퀸의 멤버인데 너무 쉽게 넘어가버렸다. 아무리 프레디 머큐리가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다른 인물들의 비중이 너무 적다. 난 퀸 이야기를 보러 왔는데 너무 프레디만 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또 하나의 문제가 나중에 퀸은 가족이라고 하는데 프레디 이야기만 줄창 본 입장에서는 가족인가 싶다. 밴드 멤버들이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유대를 보이는 장면이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갑자기 너희밖에 없다고 한다. 글쎄, 영화만 보면 비지니스할때만 본 관계인 것 같은데.

하나 더 꼽으면 퀸이 특별한 이유가 우리는 모두 소외된 자들이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노래한다고 하는데, 프레디는 그렇다 쳐도 브라이언 메이랑 로저 테일러는 밴드 안해도 천문학자 되고 치과의사 될 사람들이다. 딱히 소외됐는지 보여주는게 없다. 존 디콘은 애초에 뭐 보여준게 없으니 소외된 사람인지 알 길이 없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스토리가 별로다. We will rock you나 Another one bites a dust가 만들어지는 부분은 이 영화가 스토리에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생각들 들게 하는게 하던대로 애들 좀 투닥거리고, 입 다물고 이거 들어보라고 하고 그 다음에는 무대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서 사랑해요 디트로이트를 외치면 만파식적이 불듯 모든 것이 해결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안 썼다.



영화는 관객과 협상을 시도한다.


소극장같은 곳에서 연극을 보다보면 관객은 연극과 자연스럽게 어느정도의 합의를 한다. 그래, 무대도 작고 촬영비도 없을테니 배경같은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무리겠지. 여기서 딱 마주치는건 너무 우연이지만 진행상 이렇게 되야할테니 뭐 어쩔 수 없었겠지. 영화를 보는 관객은 소극장 연극을 보는 관객보다는 조금 더 엄격하다. 영화가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조금 더 몰입된 상태에서 보기를 원하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도 어느정도의 합의는 한다. 조금 이상하기는 한데 진행상 어쩔 수 없는거구나. 이 장면은 아무리봐도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넣은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멋있고 스펙타클이니까 넘어가자. 이런식으로 합의를 한다.

이런 합의는 기본적으로 사소한 오류들을 관객이 참고 넘어감으로써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영화는 관객과 협상을 한다. 난 여기서 뜬금없이 싸우는 장면을 넣을건데 대신 엄청나게 멋있는 액션신을 넣을거야. 지금 전개가 좀 안 매끄럽고 진행이 안되기는 한데 대신 우리 예쁜 여주인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줄게. 어때? 괜찮지? 하고 협상을 한다. 이런 협상이 잘 성사되려면 인질이 세야 한다. 액션신은 엄처나게 멋있어야 하고 헬기가 펑펑 터지면서 관객을 정신 차리게 해줘야하며 여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예뻐야 한다. 옛날에 원더풀 라디오를 이런 심정으로 봤다. 뻔하고 그저그렇기는 한데, 두시간동안 이민정을 볼 수 있는데 그정도 돈과 시간은 쓸 수 있다. 이런 영화가 협상에 성공하는 영화다.



인질이 이렇게 센 영화는 처음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관객과 협상을 한다. 아니 뭐, 고증 좀 틀릴 수 있고 필요한 장면 몇개 뺄 수도 있지. 영화잖아. 진행해야지, 너무 길면 좀 곤란하니까 몇개 장면은 잘라야지. 어쩔 수 없잖아? 관객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꼭 그렇게 해야 돼? 대가로 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 영화는 말 없이 퀸의 노래를 틀어준다. 협상을 타결시키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면 퀸의 수많은 명곡들은 내 귀에 들어오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관객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친다. 오케이, 콜!

보헤미안 랩소디는 역대급으로 강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아무리 까탈스러운 관객이라도 영화가 퀸의 음악을 딱 잡고 있으면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평론가가 된다. 필자는 영화를 남들보다 훨씬 까탈스럽게 본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눈에 불을 키고 이상한 점을 찾아낸다. 정확히 말하면 굳이 찾으려고 안해도 눈에 들어오고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자꾸 머리속에 그게 맴돌아서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람에게 인내심을 길러주는 마법이 있다. 아 이상하네, 그렇구나. 됐고 다음 노래는 언제 불러요? 그런데 우리 프레디 형님이랑 키스한 남자 안 나오게 해주실 수 없나요? 너무 부러워서 꼴보기가 싫어서 그래요.



프레디가 너무 멋있다.


결론이 나와야되는 시점이다. 이야기를 마무리짓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할지 꽤 오래 고민했다. 그런데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퀸 노래가 좋고 프레디 머큐리가 너무 멋있다. 이미 영화가 시도하는 협상에 넘어가서 계약서에 도장 쾅 찍고 싸인까지 하고 나와서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도 이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다른 것도 아니고 퀸이고 프레디 머큐리니까 그냥 음악으로 승부하자. 퀸의 음악을 듣고 라이브 에이드를 보고나면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게 만들어보자. 이런 의도로 만든게 맞다면 대성공했다.

아, 퀸 노래 정말 좋고 프레디 머큐리 진짜 너무 멋있다.


[양준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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