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보이첵의 비극적인 세상: 연극 <보이첵>
글 입력 2019.02.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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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본 작품이 지닌 '시사성'과 '형식적 현대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연출과 해석으로 공연되어 왔다.<보이체크>는 대표적인 표현주의극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또한 <보이첵>은 개방희곡으로서 논리적이지 않은 대화의 조각들, 불연속적인 여러 사건의 전개, 민요 및 동화의 삽입을 통한 서사적 기능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더해 <보이첵>은 희곡에서 사건 진행의 기본적 단위인 '막'을 파기함으로써 여러개의 독립적인 장면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한다.이 독립적 사건들은 별 다른 논리나 규칙성 없이 계속적으로 진행되게 되는데, 이러한 각각의 사건과 장면들은 보이첵이 직면하고 있는 적대적인 사회와 현실 그 자체를 보여준다. 여기서 보이첵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는 자본과 계급을 중요시 하는 사회다. 돈 없는 말단 군인인 보이첵은 이런 사회에서 최약체로서 다른 강자로부터 인간성을 짓밟히게 된다. 이는 결국 보이첵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광기 속에 휩싸이게 만든다.결국 사회가 그를 미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보이첵이 느낀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본 작품의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이를 의자와 움직임만으로 표현해 냈다.극의 첫 시작부터 나는 '움직임'의 표현력에 압도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극중 시대적 배경을 '의자의 해체'와 '전쟁을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해 냈는데, 이는 그 어떤 사실적 묘사보다 더 나에게 와닿았다. 모든 것이 해체되고 무너져 내리는 혼란스러운 시대와 그 시대 속 산산이 부서지게 될 보이첵의 삶을 보여주는 듯 했다.이를 시작으로 11개의 의자와 11명의 움직임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슬프게 보이첵의 비극적 세상을 그려내 갔다. 연극에서 우리는 다양한 표현 수단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움직임'에 압도당한 연극은 처음이었다. '움직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난 것 같아 놀랍고도 반가웠다.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을 보며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보이첵의 유일한 희망이자 사랑인 '마리'에 대한 묘사였다.보이첵의 아내이자, 미혼모인 마리는 군악대장과 하룻밤을 보낸다. 이를 알게 된 보이첵은 그녀를 찌르라는 환청을 듣게 되고 결국 그녀를 죽이게 된다. 보이첵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본 작품의 일차적인 목표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의 세계에 대한 집중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한 인물의 입장에만 치우친 편협한 시각의 작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보이첵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마리의 서사 또한 함께 그려야만 한다. 이 둘의 비극은 함께하기 때문이다.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또한 마리의 서사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나갔다. 그 중에서도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불륜에 대하여 고해하는 장면의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거울을 바라보는 사실적인 장면보다, 여러 인물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본 작품의 연출이 마리의 내적 갈등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의 여러 행동에 대한 서사는 다소 부족했던 듯 하다. 이 때문에 마리가 거울을 보고 고해하는 장면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 듯 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의 서사에 너무 집중을 했다면, 보이첵의 서사에 이만큼 집중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움직임'을 주요 수단으로 이만큼, 아니 오히려 '말'로 표현했을 때보다 더 역동적이고 강렬한 서사를 전달해 낸 것은 정말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보이첵의 서사 만큼 마리의 서사에도 큰 관심을 지닌 나로서는 이 '움직임'으로 표현한 '마리'의 세계에 대한 묘사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첵-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일자 : 2019.01.30 ~ 02.10시간평일 오후 8시토, 일, 휴일 오후 5시*02.04 / 02.05 쉼장소 : CKL스테이지티켓가격전석 30,000원주최사다리움직임연구소후원한국콘텐츠진흥원관람연령만 12세 이상공연시간70분[윤소윤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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