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카소와 큐비즘

글 입력 2019.02.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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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드랭 <풀밭 위에 앉아 있는 세 사람>, 에밀 오통 프리즈 <봄>, 라울 뒤피 <작은 방목장> ‘어린아이가 크레파스로 조악하게 칠해놓은 거 같아. 아주 직관적이야.’ 라비냥 가 13번지, 피카소는 이곳에서 아비뇽의 처녀들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오 귀스트 에르벵 ‘두 개의 입체파적 부케’라니. 입체파적이라니. ** 교수님이 싫어하시겠다. 자크 비용 <앉아 있는 술꾼, 자화상>, 로베르 들로네 <채색된 교향곡> 그리고 그가 주도한 대형 장식화. ‘대형.’ 크다.


대상의 이성적 분석과 기하학적 분할, 재조합, 재구성, 감성의 굴레, 이성적 판단...



전시를 보며 메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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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은 ‘피카소’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진행된 전시지만 실상 피카소를 위주로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구성은 아니고 피카소가 이룩한 입체파 ‘전후’의 작가들을 조명하고 입체파의 역사적 흐름을 짚어내는 구성이었다.


전시의 초입은 피카소 이전, 그에게 영향을 준 화가인 프랑스의 대표적인 야수파 화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회화로 시작되었고, 시대를 짚어가며 입체파의 발전 양상을 설명하고, 피카소의 정신을 이어 받아 전승 및 발전 시킨 후대의 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하며 전시는 끝이 났다. 피카소의 유명한 그림들을 볼 것이라 기대했으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남지도 않았다.


천성이 베스트 앨범은 듣지 않는 사람인 탓이기도 하지만, 앙드레 드랭이나 에밀 오통 프리즈, 라울 뒤피와 같은 생소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일이 몹시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어폰 너머로는 Tout Est Bien이 흘러나왔다. 뭐가 됐든 좋은 시간이었다.


*


입체파 화가들이 이룩한 진보는 그들은 대상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기하학적으로 분할 및 재조합했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첨예하고 구조적이었다. 이는 감성의 굴레를 맴돌던 예술계에 커다란 혁신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쪼개지고 이어 붙여진 그림들은 형형의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지고 때로는 실제 종이 조각을 붙이는 등의 실험을 통해 다양한 질감과 형질을 묘사하기 위해 노렸했으나, 그러한 노력이 작품 감상을 보다 쉽고 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작품은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상 위의 화분. 이처럼 단순한 대상도 쪼개지는 순간, 여러 시선에서 관통 당하고 분리되어 재배치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단지 책상과 화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고 느껴야하는 것은 분명하나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보고 느껴야 하는지는 불분명했다. 그러나 나에게 산산 조각난 대상들을 이어붙여야 하는 의무는 없었다. 책상 위에 놓인 화분에 대한 수천수백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벅찬 일이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에는 깊이에의 강요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는 젊고 유망한 예술가가 등장한다. 나는 단순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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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아름다운 배열과 구조화, 그림 위에 실제 신문을 오려 붙인 기발함, 범상한 대상을 조각내겠다는 도발, 혹은 치기, 대형의 예술품을 만드는 투지, 황망해지지 않는 감각, 대상에 대한 다방면의 탁월한 시각 등. 난해한 것은 난해한 대로 아름답다. 적어도 그저 매끄럽기만 한 것을 볼 때는 할 수 없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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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큐비즘

-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선 -



일자 : 2018.12.28 ~ 2019.03.31


시간

11:00~19:00 (18:2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12월 31일, 1월 28일

2월 25일, 3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

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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