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EXFLIX <굿 플레이스> [문화전반]

지금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요?
글 입력 2019.02.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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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사후세계가 있을까?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 사후세계는 정말 천국과 지옥으로 나뉠까? 그렇다면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이와 같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인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유쾌하게 풀어낸 드라마가 있다.


바로 <굿 플레이스>다.



포스터.jpg



시놉시스

* 시즌1을 안 보신 분들에겐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하여 주세요





<굿 플레이스>의 이야기는 사후세계의 어떤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사후세계는 마치 천국과 지옥처럼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로 나뉘고, 그 사무실에서 굿 플레이스의 설계자인 마이클은 (인간이 아니다) 엘레너에게 살아생전 엄청나게 '좋은 사람들'만이 오는 굿 플레이스에 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뿔싸!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굿 플레이스에 온 엘레너는 마이클이 알고 있는 '엄청난 엘레너'와 달랐고, 자신이 배드 플레이스에 갔어야 했지만 어떤 착오로 굿 플레이스에 왔다는 것을 깨달은 엘레너는 굿 플레이스에 남기 진짜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치디에게 윤리학 수업을 듣고 타하니, 제이슨과 만나게 된다.



윤리학수업.jpg
윤리학 수업을 하는 치디와 엘레너

제이슨과 타하니.jpg
제이슨과 타하니




리뷰

내가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사후세계라는 무거워 보이는 주제와는 다르게 가벼워 보이는 이 드라마는 실제로 정말 가볍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 저녁마다 시간을 내어 <굿 플레이스> 시즌3까지 정주행 했다. 한줄평은 "재밌다!"이다. 한편에 20분 남짓밖에 안 해 가볍게 볼 수 있을뿐더러, 최근에 사극 좀비물 <킹덤>을 봤던 터라 심각한 미스터리나 호러 장르는 피하고 싶었는데 딱이었다. 현재는 시즌3까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시즌4도 방영 예정이다. 정말 재밌게 본 드라마라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1. 기발한 배경과 캐릭터들로 만들어낸 유쾌함!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본 첫 번째 이유는 유쾌함이다. 보면 재밌고, 심각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유쾌함이 다른 코미디와 다른 이유는 신선하고 기발한 배경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사후세계의 굿 플레이스-배드 플레이스를 보여주는 의외로 현실적이지만 신기한 공간과 CG들로 볼거리도 풍부하고,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중점인 에피소드 형식 드라마들은 보통 배경적인 볼거리는 꽤 한정적이다.) 뭣보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매력 있다.



왼쪽부터 제이슨, 치디, 타하니, 마이클, 엘레너, 재닛


<굿 플레이스>의 캐릭터들은 어딘가 하나쯤 부족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게 매력이다.

사실은 배드 플레이스의 악마면서 가짜 굿 플레이스를 만든 장본인인 마이클은 세상 순수한 인간 덕후다. (인간세상에 내려가 버블검을 먹었지만 씹진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엘레너는 신박하고 현란한 드립력을 지녔으나 살아있을 적 이기적인 삶을 살았다. 사후세계의 모든 것을 도와주고 우주의 모든 것을 아는 재닛은 인간이 아니라서 인간이 보기에 엉뚱한 행동을 한다. 타하니는 완벽한 외모와 지식을 가졌지만 자랑을 많이 하고 천재 언니에 대한 질투심도 있고, 윤리학 교수였던 치디는 윤리적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힘들게 했고, 제이슨은 순수하지만 약간 모자란 캐릭터다. (순수하게 돈을 훔치려 하는 그런 캐릭터)



타하니와 부모님.jpg

타하니와 카밀라.jpg
천재 언니와 그런 언니를 편애하는
타하니의 성과주의형 부모님
유산상속을 위해 부모님이 적은 유언장에는
심지어 타하니의 이름 철자가 틀려있었다.



개그 캐릭터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이들의 과장된 부족한 점이 모두 유머코드다. 그리고 제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서로 얽히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2.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들, 선과 악 그리고 윤리학적 문제들


두 번째 추천 이유는 드라마의 가벼운 분위기에 윤리학적인 삶의 질문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후세계가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로 나뉜다는 설정이라 기본적으로 선과 악에 대한 주제는 당연히 나올뿐더러, 조금 더 디테일한 윤리학적 고민들도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엘레너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트롤리 문제가 등장한다. 트롤리 문제(딜레마)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열차)가 달리고 있고 그 앞 2갈래의 선로에 각각 5명의 사람과 1명의 사람이 있다면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여러 변수도 존재한다. 사람의 목숨이 양으로 가치를 비교할 수 있을까? 1명의 사람이 친구라면?



트롤리문제.jpg

마이클의 심술로 트롤리문제를 직접 경험하는 치디




'실존적 위기'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의 윤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삶의 유한성(죽음)이 없기에 이해를 못하는 거라며, 마이클에게 존재의 한계를 이해시켜주고, 그 사실을 난생처음 깨달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이클은 인간이 아니다) 마이클이 패닉 상태가 되기도 한다. 패닉 상태를 넘어 모든 걸 외면하면서 막살기 시작했다며 한쪽 귀를 뚫고 해맑게 일탈을 하는 마이클은 정말 웃겼다.



실존적위기.jpg
 


이런 윤리적인 문제들이 드라마 에피소드마다 자주 거론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등장인물들의 살아생전 회상씬도 자주 나와 이상과 이론이 아닌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정답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만한 말들을 해준다.


실존적 위기 에피소드에서 치디는 이렇게 얘기한다.


"인생이 유한하기에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우리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한다"라고 말이다.



3. better person이 되기 위해!


세 번째 이유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들이 'better person'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인상 깊다. 이래저래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겪으며, 악마였던 마이클도 (심지어..!!) 윤리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치디는 선택 장애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엘레너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게 된다. 타하니는 자신의 질투심을 버리고 언니와 화해하고, 제이슨은 음.. 워낙 여러모로 순수했기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재닛도 인간의 감정을 얻는다!


이들이 조금씩 나아가고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정말 인간적이고 소소하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과정, 시행착오들을 웃으며 보면서 조금은 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블랙코미디까진 아니다. 비유와 풍자가 넘쳐나는 그런 류가 아니라 정말 가벼운 에피소드들이다. 


약간 현실적이고, 많이 웃기고, 적당히 진지한 에피소드들.



4. 불편하지 않은 유우머


마지막 추천 이유는 유머의 완급 조절이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가벼우면서도 주된 가치에 대한 부분까지 웃음거리로 삼진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보이는 미국식 유머는 상대의 말에 가벼우면서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그 가벼운 말은 보통 편견이 가득한 말이다.) 보통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연관되는 상황에서 대놓고 말한다거나 한다. 그런데 웬만한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엉뚱한 헛소리이거나 말장난 정도라 별 상관이 없지만 가끔 이 편견이 과하게 드러나서 애매할 때가 있다. 진짜 그 편견 그대로 편견의 대상을 비웃는 듯한 느낌??? (이거 가지고 웃어...?)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보잘것없는' 역할을 맡은 잠시 등장하는 인물한테 "그거 정말 게이 같아"라든가. "고양이 10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히스테릭한 할머니가 될 듯"이라든가. "그건 정말 동양인 같네"등등. (실제로 봤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했던 개그다..) 내 생각에 이런 미국식 유머가 유머의 범주안에 들 수 있게 하는 요소는 편견을 말하는 사람이 바보 같거나, 한심하거나, 편협한 사고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요인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 지점에서 굿 플레이스는 편견 드립과 함께 바로 그 드립이 '이상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변하기 전 엘레너가 평소대로 안하무인으로 현란한 드립과 비유로 막말을 할 때, 치디가 정말 황당한 표정으로 what?을 한다거나, 엘레너의 항변에도 배드 플레이스로 데려가려 온 날끼 나는 '악마'가 "너의 말을 믿을까 남자인 내 말을 믿을 까."라고 한다거나. (악마라는 캐릭터 자체가 'BAD'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래퍼토리는 누군가 헛소리를 할 때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른 인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편견이 가득한 유머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을 가리지 않고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걸 활용해 웃긴다. 정확히는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 그 '드립을 치는 사람'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래서 보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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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상에 잠입한 그 악마






배드 플레이스에 간 그들이 진짜 굿 플레이스에 가기 위해,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드라마는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이 꽤나 황당하고 애매하다는 것을 과장해서 보여준다. 68살이니깐 배드 플레이스! 밤에 "저기.."라고 문자를 보낸 전 남자 친구라 배드 플레이스! 같이 황당한 기준들이다. 실제로 500년이 넘게 굿 플레이스에 간 사람이 없었다고 스토리 중간에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굿과 배드의 기준이 애매함에도 실제로 배드 플레이스에 왔지만 'GOOD'해지고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GOOD'한 행동은 항상 이상이나 학문보다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일상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에, 윤리의 끝없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가벼우면서도 신선하고, 재밌고,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굿 플레이스>를 적극 추천한다.



굿플레이스.jpg
 


관전 포인트 요약


1. 기발한 설정과 CG, 매력적인 캐릭터들


2.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들-선과 악, 윤리학적 질문


3. better person 이 되기 위해!


4. 불편하지 않은 유우머





아트인사이트에디터태그_이민희.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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