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은 난해해? 피카소와 큐비즘전

알고 봐야, 보인다!
글 입력 2019.02.0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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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언제 와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이번에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을 보기 위해 다시금 방문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전시를 아주 알차게 보고 온 터이다. 여느 때처럼 전시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전시를 보며 개인적으로 느꼈던 부분들과 전시 기획자의 해설을 들으며 생각했던 감상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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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총감독인 서순주 감독의 노력으로 국내 처음 열게 된 파리 근대미술관의 소장품전이다. 그래서 이번에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을 비롯한 큐비즘의 작품들 90여 점이 들어왔다고 하며 이것들이 모두 진품임을 강조했다.

사실 개인적으론 국내에서 저명한 화가의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저 작품이 진품일까, 진품인 척하는 가품일까를 고민하느라 그림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명한 작가의 이름을 내건 전시회에서 덜 유명한 작품들을 마주하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어디서 유명한 화가의 전시가 열린다는 이야길 들으면 '뭐 판화나 몇 장 가져다 놨겠지-'하며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일단 파리 근대미술관의 소장품전이라고 하니 그 이름값에서부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굳이 진품임을 의심하며 따지지 않게 되어 몰입도가 절로 높아졌다.

마침 특별 도슨트 운영시간이 코 앞이었고 동생과 나는 제 1관을 구경하며 도슨트의 시작을 기다렸다. 곧이어 등장한 특별 도슨트는 이번 전시의 총 기획자인 서순주 감독이었다. 전시장을 꽉 채운 많은 관객은 서 감독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전시 해설을 들어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며 운을 띄웠다. 그건 바로 미술사, 세계 미술역사의 설명이었다. 큐비즘이란 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으로 미술의 흐름을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인상주의, 르네상스 더 거슬러 올라가 로마, 그리스 시대의 미술을 설명하는 그에게서 내가 고민해왔던 문제에 대해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 문제란 것은 미술과 일반 대중의 관계이다. 흔히 미술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미에서 벗어난 작업을 비난하거나 미술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바라보며 어쩌다 미술이 대중에게서 저만치 멀어졌나, 혹은 대중이 미술에 대해 가진 편견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느끼고 있었다.

사실 미술이라는 장르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그 역사적 흐름을 알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바라보는 작품을 이해하는 가, 아닌가가 갈라지고 거기서 간극이 발생한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걸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만이 미술이라 생각하는 일부 대중에게는 아름답지 않고 못 그렸으며,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은 미술이 아니게 된다. 계속해서 기존의 미술 제도를 거부하고 새로운 발견을 꿈꾼 역사 속 미술가들과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현 대중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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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미술과 대중의 괴리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가가 바로 피카소라고 생각한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피카소는 알긴 안다. 다만 그의 그림들이 유명하고 대단하다는데 유명하니까 대단한갑다-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미술이란, 특히 그림이란 아름답고 보기 좋은 시각적 미가 작품성의 기준이고 판단가치이다.

그러나 기나긴 미술의 역사를 지나오며 대중들이 좋아한 아름다운 미처럼 아름다운 작품도 있는 반면, 흔히 위대한 명작이라 일컫거나 미술의 역사를 뒤집었다 평 받는 작품은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난해하거나 때로는 아름답지 않고 기괴하기도 하다. 이 같은 작품을 마주한 대중은 작품들이 지니는 엄청난 가치와 고가의 상업성을 보며 미술에 대한 혼돈이 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미술과 대중들의 사이는 좁혀지기 힘들어졌고 오늘날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혹은 "저건 나도 그리겠다!"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선 미술사조가 바로 큐비즘이다. 큐비즘은 전통적인 관념과 미술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형식의 미술 언어를 탄생시켰다. 그 과정의 내막을 알지 못한다면 단지 기괴한 덩어리를 그린 형체 모를 그림이라고 밖에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완전한 이성의 예술인 큐비즘 앞에서 감상적인 미를 따지는 관객의 관점은 어긋나도 한참을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 않은 미술역사의 부재는 오늘날 그 간극이 더 커져 대중과 미술이 동시대를 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이 괴리를 해소하려면 미술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큐비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사전지식은 필요 요건이다. 왜 그들이 화면을 쪼개고 쪼갰는지, 한 물체를 여러 방면의 시점에서 보고 화면에 담아야 했는지는 미술의 역사를 기반으로 전개된 생각이기에.

이것이 그간 지니고 있던 현대미술을 대하는 나의 가치관이고 이를 공감해줄 누군가가, 전시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서 감독이 두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관람객들에게 꺼낸 첫마디가 미술의 역사를 알려드리겠다는 말이었으니 내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가늠이 되는가. 그러나 도슨트를 기다린 관람객의 입장에선 당장이라도 피카소 얘기를 해줄 것만 같던, 큐비즘의 비화를 재밌게 풀어줄 것 같던 해설자가 대뜸 재미도 없는 그리스, 로마의 얘기를 시작하더니 더 거슬러 올라가 세계 전쟁 얘기를 하고 있으니 사실 얼마나 김이 빠질까. 실제로 '미술의 역사'라는 단어를 듣고 뒤돌아 다른 관으로 향하는 다수의 관람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 관객들의 반응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자신이 미술을 대하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고 또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애쓰는 그를 보며 존경심 내지는 묘한 반가움을 느꼈다.

이것은 평소 미술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이 틈(미술-대중)을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사람끼리 가지는 연대감 비슷한 감정이었다. 또 내겐 언젠가 그 명확한 해결방법을 알게 되면 글로 풀어내 봐야지-하고 묵혀두었던 고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큐비즘 전시 속 총감독이 관람객 앞에서 말로 해결하려 부딪힌 것을 보면서 같은 고민을 한 것만 같아 반가웠다. 또 강단에 서서 기원전 미술부터 설명해 나가는 그에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이 방법의 효과는 조금 있다 나타났다. 사실 이 전시가 미술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동생에게는 무척 어려운 전시였을 수도 있었다. 앞서 말한 일반 대중처럼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은 동생에겐 큐비즘의 그림 자체가 난해하고 복잡하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그러나 줄곧 내가 그녀의 옆에서 부연설명을 해주었기에 어느 순간 그림 앞에서 의미 모를 표정을 짓는 걸 멈추고 자신의 관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5관에 들어서기 전, 동생은 뿌듯한 말을 던졌다. "언니, 이거 진짜 알고 보니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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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자체에 대해 살짝 짚고 넘어가자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작품들이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1938년 살롱전에 큐비즘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모여 제작한 초대형 작품으로, 파리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있었는데 이후 단 한차례도 외부대여나 전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번 전시로 80년 만에 처음 외출을 했다고 하니 전시 기획자가 꽤 많은 공을 들였단 것을 알 수 있던 대목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에 걸린 대부분의 회화 작품에는 그 그림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앤틱 액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유화 전시의 흥미로운 지점은 액자라는 부수적인 요소들도 때로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 세월을 버텨낸 작품이라면 칠이 벗겨져 쇳덩이 일부분이 보여도 그 나름대로 멋들어진다. 비록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었지만 직접 보게 된 액자들은 그 자체로 작품 같았다.

아주 개인적으론 긴 유럽여행에서 유화 작품들을 감상하는 게 소망인데 굳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이렇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알차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전시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그림도 알아야 무엇이든 보인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것이다. 그러니 부디 이번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 큐비즘의 역사와 대략적인 미술의 흐름을 알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혹은 도슨트의 해설 시간에 맞춰 방문하여 설명을 듣는 것도 매우 추천한다!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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