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카소'로만 일컫을 수 없는

<피카소와 큐비즘展>을 다녀오고
글 입력 2019.02.0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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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현실이다.

- 파블로 피카소 -


피카소는 역시 나에게 있어 익숙하면서 낯설다. 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명망 있는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의 작품을 관심 있게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런 그를 제대로 조우하는 첫 순간이었고, 입체파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을 찬찬히 눈에 밟는 시간이었다.



'피카소'로부터 시작된 큐비즘?


사람들은 '피카소'만을 입체주의의 시작으로 기억하지만, 그의 입체주의는 역사를 거슬러 보면 폴 세잔의 '원시주의'에서 기원을 찾는다. 세잔은 기존의 미술 사조와는 다른 혁신적인 시도를 거듭한다. 바로 풍경을 '원통, 원추, 원구'처럼 단순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정물과 풍경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하는 미술 사조는 사물과 자연을 다각도의 측면으로 바라보는 입체파로 발전한다.

실제로 전시는 그러한 화풍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흐름대로 진행된다. 처음에 보이는 원시적인 느낌의 작품들은 분명 기존의 미술과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색채는 대부분 은은하기보다는 거칠 거나 선명하다. 그러면서도 간단한 도형과 구조만을 이용해 풍경화를 그리려는 시도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원시주의가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하면 그들의 사고를 자연스레 따라가 볼 수 있는 기획은 마음에 들었다.



입체주의, '도전'인가 '실험'인가?



이후로 등장하는 전시작품들은 말 그대로 '입체주의란 무엇인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피카소의 작품보다는 당대를 풍미했던 여러 입체주의 작가들 작품들을 위주로 말이다. 그림도 점점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보인다. 현대 미술의 '사고'를 정립했다는 평을 받는 입체주의 화가들의 작품이라지만, 선뜻 다가가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일정 부분은 존재한다. 당대의 신선하고 새로운 혁명의 전율을 21세기 사람이 그대로 느끼긴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몇몇 그림들은 새로운 '도전'인지 혹은 작가들만의 '실험'인지 애매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예술가들의 표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메시지와 느낌을 선사하려는지 선을 넘어 난해한 것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게 바로 화가들이 원했던 핀트라면 어쩔 수는 없지만, 화가와 보는 이와의 교감이 좀 어려웠다. 그림은 그려진 이상, 그린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참여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없는 미술을 온전히 미술이라는 단어로 담아낼 수 있을까?



'피카소'를 보지 말고, '입체주의'를 보자

어찌 보면 전시회 내내 기다렸을 법한 '피카소'의 작품은 전시 후반부에 있다. 생각보다 몇 점 되지 않는 그의 작품을 보면 실망을 숨기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 추상화나 입체주의에 낯선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법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시회를 단순히 실망스럽다고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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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의를 처음부터 흥미를 느끼고 다가가는 건 솔직히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의 눈은 정물화나 풍경화에 아무래도 더 익숙하니까. 하지만 '피카소'라는 유명한 화가를 통해 내가 조금 더 '입체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작품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좀처럼 하기 쉬운 경험은 아니라고 본다. 전시명이 <피카소와 큐비즘>이라고 지은 데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카소'를 사유하고 싶은 사람에겐 솔직히 권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를 토대로 '입체주의'라는 낯선 미술을 조우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전시회다. '피카소'라는 이름에 끌려 발길을 내어 준 나도, 그러한 마음으로 전시회를 보고 즐겼다. 나쁘지 않은 시도이자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피카소'라는 나무를 보지 말고, '입체주의'라는 거대한 숲을 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를 찾아오기를 추천한다.

* 혹시라도 작품의 설명이나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주저 없이 도록을 구매해보는 것도 고려해보자. 처음 도록을 사보았지만, 작품의 의도를 비롯한 전시 기획에 대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전시 이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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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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