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린 오늘 밤,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도서]

<고아 이야기(The Orphan’s Tale)>를 읽고
글 입력 2019.02.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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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주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가까이 있는 단어다. 우린 한국전쟁을 겪은 지 70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니까.

 

서커스. 이건 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서커스다운 서커스를 본 것은 고등학교 시절 중국여행을 갔을 때가 유일한데, 아찔한 묘기를 선보이는 단원들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혹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중 한 단원이 후프를 통과하다 부딪치는 실수를 했을 때 옆의 친구가 “야, 저기 단장 표정이 안 좋아. 나중에 혼날 듯!”이라며 걱정하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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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감춘 서커스 단원들

 


전쟁 중에는 누구나 사연이 있는 법이다. 테오 같은 갓난아이조차 숨겨진 사연이 있지 않은가? 누구나 살아남기 위해서 진실을 숨기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p.135


 

전쟁이든 서커스이든, 그 단어가 주는 거리감이 멀리 있든 멀리 있지 않든 익숙지 않은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역사가 전하는 전쟁 이외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삐끗해도, 조금만 밉보여도 끌려가 죽음을 맞이하는 위험한 상황 속, 거짓은 충분히 용납될 수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는다.

 

그때의 진실은 힘이 없다. 거짓 아래 진실을 숨기고, 그것을 진실이라 세뇌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거짓은 진실이 되어 있다. 마치 두꺼운 화장과 화려한 의상, 강렬한 조명 뒤에 각자의 개인사정과 비밀, 슬픔과 아픔을 감춘 서커스 단원들처럼.


 

 

그래도 많이 닮아 있었으니까


 


“나더러 서커스단을 떠나라는 뜻이에요?” 노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눈빛에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당신을 두고는 절대 못 떠나요.” p.344


 

하지만 감춰진 진실을 꺼내든 순간, 관계는 달라진다. 어쭙잖은 질투 대신 생겨나는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늘 죽음을 떠올리며 뛰어들던 공중은, 나를 잡아줄 것이라는 확신에 더 이상 두려운 공간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비상(飛上)은 그 순간 이루어진다. 나의 안위만이 아닌, 너의 안위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함께 손을 맞잡고 공중을 향해 뛰어들어 아찔하고도 황홀한 묘기를 선보일 때처럼, 매 순간순간이 위험투성이지만 서로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용기를 얻는다. 우린 많은 것을 공유했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으며, 어쩌면 많은 면에서 닮아 있었으니까.


  

 

너와 함께한 우리만의 집


 


“잘하더라.” 아스트리드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진짜 공중곡예사가 됐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을 전부 가진 것 같았다. p.482


 

물론 모든 진실을 꺼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우정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50%의 진실과 50%의 거짓 사이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생각했고, 또 걱정했으며 겉으로 내뱉는 언사는 거칠어도 속만큼은 늘 신경 쓰고 있었다.

 

테오와 자신의 당장의 안위를 생각해서 머물렀던 서커스단이 노아에게는 어느새 진짜 집이 되어버렸고, 아스트리드에게는 나치를 피해 몸을 숨겼던 곳이 새로운 가족과 희망을 갖게 해는 안식처가 돼주었다.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 그들은 끝내 끝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가 그리 중요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로 인해 과정이라는 ‘진실’이 세상에 밝혀질 수 있었으니까.

 

*

 

우리는 어쩌면 노아의 희생과 아스트리드의 헌신에 훌륭한 성인이 되었던 제2, 제3의 테오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설의 배경인 제2차 세계대전이 한국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과 우리 또한 불과 100년도 흐르지 않은 아픈 전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전쟁과 서커스. 정말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졌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전시 상황과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아찔한 공중곡예는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날아올랐던 그날의 공연처럼, 이제는 모두가 두려움 없이 행복한 잠을 청하는 나날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노아와 아스트리드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떠올랐던 노래 한 곡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아주 찬란했고 빛이 가득해 늘 가득해 Baby

모두 환호하고 다시 환호해 우릴 향해 Yeah

 

Cause you yeah you

너의 모습이 너의 웃음이 Yeah

온 밤 Oh 날 단 꿈에 젖게 할

눈부신 무대로 이끌어내

 

난 인형처럼 너를 향해 웃은 채

또 한발 한발 아찔함을 참아야 해

혼자서 이겨내 온 두려움에

더 밝게 빛난 우리의 Night

 

이건 더없이 아름다운 My circus

때론 눈앞이 아찔하지만

위험할수록 달아오를 My circus

우린 오늘 밤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네게 던질 My heart

 

망설임도 없이 나를 너에게 전부 너에게 Yeah

힘껏 손 내밀어 날아갈게 너를 향해

 

Cause you yeah you

너의 두 손이 너의 마음이 Yeah

Oh 날 Oh 날 놓치고 만다면

환상은 부서져 끝나겠지

 

새하얀 옷은 꽃잎처럼 나풀대

또 살랑살랑 아득하게 피어날 때

난 구름 위를 걷듯 편안하게

널 향해 다가갈 테니까

 

이건 더없이 아름다운 My circus

때론 눈앞이 아찔하지만

위험할수록 달아오를 My circus

우린 오늘 밤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네게 던질 My heart

 

(Say goodnight yeah) Oh yeah oh yeah

(Say goodnight yeah) 좀 더 널 걸어 봐

(Say goodnight yeah) 이 밤에 이 밤에 Baby

(Say goodnight yeah) 우릴 맡겨봐 Baby

 

새하얀 옷은 꽃잎처럼 나풀대

또 살랑살랑 아득하게 피어날 때

난 구름 위를 걷듯 편안하게

널 향해 다가갈 테니까

 

이건 더 없이 아름다운 My circus

우린 매일 밤 얼마나 더 위태로울까

유난히 빛날 My heart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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