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쟁 속 서커스, 그 안의 우정과 사랑

도서 <고아 이야기>
글 입력 2019.02.0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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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팜 제노프 지음 / 정윤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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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노아 이야기


노아: 네덜란드 출신으로 독일군과 사랑에 빠져 하룻밤을 보내지만, 부대 철수와 함께 남자는 사라지고 배 속의 아이만 남는다. 1차 대전에서 입은 부상을 훈장처럼 생각하는 애국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엄마의 품에도 안기지 못한 채 집에서 내쫓긴다. 갈 곳이 없던 노아는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아이를 낳아 독일인 가정에 입양 보내게 된다. 이후 생계를 위해 역에서 일하다 우연히 열차에 실린 갓난아기들을 발견한다. 그 순간 입양 보낸 아이가 떠올랐고, 노아는 한 아이(테오)를 구조해 도망치다 서커스단에게 구조된다. 또다시 삶을 위해 노아는 공중곡예사가 된다.

공중곡예사가 되어 첫 순회공연을 떠난 곳에서 한 소년(루크)을 만나게 된다. 나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도시, 그리고 시장의 아들은 유대인인 아스트리드와 테오에게 위협이 되지만 둘의 마음은 타오르기만 한다. 루크는 노아를 위해 게릴라군(반독 유격대)이 되겠다며 함께하는 미래를 제시한다.



1-2. 아스트리드 이야기


아스트리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커스단 클렘트 가에서 태어나 공중곡예사로서의 삶을 살았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서커스를 보러 온 독일군 에리히와 사랑에 빠지고 난생처음 서커스단을 벗어나 살게 되지만 2차 대전이 발발하고 상부에서 이혼을 강요하면서 갈 곳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가족의 소식은 알 길이 없고, 이웃이자 라이벌인 노이호프의 서커스단에서 신분을 숨기고 다시 공중곡예사로 활약하게 된다.

서커스단에서 생활하면서 어릿광대인 피터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순회공연 중 결혼식을 올리지만, 그날 저녁 경찰이 찾아와 피터를 끌고 가고 단장인 노이호프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람을 잃고 서커스단이 해체될 위기에 처해 실의에 빠져있던 아스트리드에게 막내 오빠의 편지가 도착한다.



2. 전쟁 속 서커스, 그 안의 우정과 사랑


책의 주제는 네 가지이다. 우정, 사랑, 서커스, 그리고 전쟁. 책이 어느 곳에 방점이 찍혔냐 물으면 좀 애매하다. 두 사람의 우정은 독자가 따라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었고, 독자가 서커스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서커스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전쟁과 유대인이라는 긴장감 있는 요소를 그저 위기로만 사용한다. 긴박하지도 않고 절절하지도 않다.

두 주인공이 서로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 친해지는 건 당연하다. 서로 물고 뜯고 음해하다가 끝날 리 없다는 걸 모든 독자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란 장치를 이용해서 모든 걸 진행하면 독자는 철저한 외부인이 되어 추측하며 감정을 따라간다.

공감대 형성은 사람 사이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게 지극히 사적인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같이 공연을 준비하고 서로의 비밀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둘도 없이 가까운 관계가 된다. 각별한 동지애라도 보여줬으면 모를까 둘은 당연하게 친해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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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독일군을 사랑했었고, 나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안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적국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유럽인, 혹은 노아와 같은 네덜란드인이 아니기 때문에 2차 대전 당시 독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했다. 2차 대전을 일제강점기, 적국을 일본군으로 생각해보니 노아가 영 이해되지 않아 그만뒀다.

작가는 위태로운 사랑을 의도한 걸까? 하지만 아스트리드의 상황을 마찬가지로 대입해보니 오히려 이쪽이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이라 노아가 더더욱 이해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사랑도 마찬가지다. 아스트리드가 사랑한 피터는 서커스에서 독일군을 희화화했단 이유로 반역죄로 체포되고, 이 일의 배경에는 루크의 아버지가 연류되어있다. 사랑에 한해서 두 사람은 서로 반대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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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소설이 전쟁의 비극을 드러내거나 서커스의 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전쟁 중에도 사람들은 서커스를 사랑해서 서커스를 보러 오지만 딱 그뿐이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달하는 서커스'라는 설명으로 독자에게 서커스의 이미지를 심어준다. 작가는 설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독자를 설득해야지 설정에 의존하여 설명만 풀어내서는 안 된다. 독자가 서커스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서커스를 찬양해버리고선 설득하지 않는다.

작가가 전쟁 속 서커스단의 소재를 얻은 곳은 실제 존재했던 독일 서커스단 '서커스 알토프'이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인 이렌 대너를 단원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단원으로 위장해 보호했다고 한다. 이렌의 아버지는 독일군이고 어머니는 유대인이었는데, 극 중 에리히와 달리 이렌의 아버지는 명을 거역하고 가족을 선택했다고 한다. 소재를 잘 풀어냈고 공중그네에 대한 설명도 자세했지만 <고아 이야기>에서 서커스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배경이었다.



3. 고아 이야기?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어떤 의미에서 고아라고 볼 수 있다. 나도 초중반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고아인 테오를 생각하면 둘을 고아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디서 온지 모르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고아가 있는데 가족이 있는 노아가, 가족이 있었던 아스트리드가 고아일 수는 없는 일이다. 심지어 아스트리드는 막내 오빠가 살아있단 것을 확인하고 전남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은 고아라서 병원에 가면 자꾸 가족력을 묻는 의사의 말이 속상하다고. 노아는 쫓겨났다지만 가족이 있다. 받아들여지고 말고의 여부를 떠나 부모가 있고 볼 수도 있다. 아스트리드는 전쟁 중 가족도 잃고 사랑도 잃었지만, 탈출을 위해 비자를 마련해줄 막내 오빠와 여행 경비와 출국허가증, 그리고 나치 친위대의 직인이 찍힌 카드를 지원해줄 전남편이 있었다. 순혈 아리아인이 아니기에 입양을 장담할 수 없고, 부모가 누군지 알지 못한 채로 어딘가로 갔을 노아의 아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열차에 아무렇게나 실려있던 테오를 두고 노아가 아스트리드를 고아 같다고 말하는 건 기만이 아닐까.



좋은 소재, 그러나 아쉬운 전개


내가 가장 의문이었던 건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등장인물들이 서로 불붙은 것처럼 긴밀한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아가 서커스단에 들어오고 6주 뒤 순회공연이 시작되었고, 첫 순회공연은 여러 사고로 원래 일정을 끝마치지 못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으니 대략 두어 달 가량의 시간이다. 노아와 루크는 한 달의 시간도 같이 보내지 못했고(추측) 만난 횟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스트리드는 둘이 비밀 쪽지를 주고받았을 상자에 답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둘의 사랑이 대단하긴 했고 아스트리드가 둘이 쪽지를 주고 받는 걸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그 상자가 중요한 역할이 아니어서 아스트리드가 그 상자에 답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게 당황스러웠다.

이 책은 분명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500페이지란 분량과 달리 쉽게 읽히며 노아와 아스트리드의 배경을 설명하는 초반은 매우 흡입력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아스트리드는 독일군을 피하고 겁내지만 검문마다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무마된다. 노아와 아스트리드 사이에 문제가 생겨도 첨예한 대립은 없고 금방 누그러진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긴장감 없이 예측 가능한 전개만 있다. 소재가 좋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 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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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The Orphan’s Tale)


지은이: 팜 제노프(Pam Jenoff)

옮긴이: 정윤희

분량: 504쪽

정가: 14,800원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8년 11월 12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ISBN: 979-11-965176-0-1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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