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산에 울고 산에 웃는 마운틴 힐링 무비 [영화]

[영화] 우드 잡
글 입력 2019.01.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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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울고 산에 웃는 마운틴 힐링 무비

히라노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사귀던 애인에겐 이별을 통보받는다. 재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니. 집으로 가는 길에 '취업'관련 전단지를 보고 씹고 있던 껌을 뱉으며 운명에 맡긴다. 그렇게 산림교육 프로그램 지원! 일에 흥미를 느끼기보다 전단지 표지 모델이 에쁘다는 이유로! 복잡한 마음을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히라노는 단순한 캐릭터이다.

산림교육 프로그램에 도착하니 전파도 되지 않고 핸드폰까지 물에 빠지니 불안한 마음에 다시 집에 가려하지만 다음 차는 6시간 뒤다. 그때 '빵빵'하며 트럭이 온다. 교육을 담당해주시는 분이 인사하며 산림교육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히라노 유키 근처에 살모사가 보인다.

환영받는다는 느낌보다 불안한 생각이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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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보도 없이 찾은 그곳은 모든 게 새로운 동시에 낯설다. 내가 그들을 어색해하듯 그들도 나를 어색해한다. 어색함이 "괜히 왔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더 부각되어 이곳에 적응하기 힘들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감.

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다. 뭘 해야 될지 모르는 거 아무거나 적당히 하자라는 마음이 크다. 딱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적성도 안 맞는 거 같으니 이곳을 빠져나가려 한다. 이런 히라노를 보고 예전 내 모습을 떠올렸다. 적당히 하고 아니면 말자, 사실 이런 태도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결과를 보기 전에 조금 하고 나와 맞지 않음을 판단해버린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아닌 지는 시간을 두고 결과까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조금 해본 걸로 그 일을 해봤다고 말하기 어렵다. 산 역시 만만하게 보다간 큰 일어날 수 있다. 유키가 다치고 나니 처음보다 더 겁먹게 되고 도망치려 한다.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타고 역까지 도착했다. 알고 보니 만나고 싶던 표지모델 나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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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삼아 온 거면 지금 돌아가
너 같은 애들은 어차피 취직해 봤자
1주일도 못 버티고 뛰쳐나올 걸
그런 애들이 제일 싫어"


그 말에 발 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충 해보려 했던 일이었는데, 정말 나오키 말처럼 어디 가도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결국 숙소까지 돌아온다. 한 달이 지나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가무사리 마을의 나카무리 임업으로 연수를 떠난다.

요키는 적당히만 하려는 히라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히라노도 마찬가지. 가는 길에 죽은 사슴을 태우고, 작업반장님께 인사하러 갔다가 밭에 삼나무를 치우게 되고 거머리까지 물리고, 사슴 반찬, 살모사 술, 부부싸움까지. 여기도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연수를 무사히 마쳐도 또 다른 현실이 눈 앞에 있다. 앞날이 걱정된다. 여기서도 도망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다 나오키를 만난다.

나오키는 히라노의 동기를 제공한다. 히라노가 나무를 처음 베고 엄지를 보인다. 보기만 했던 나무 자르기에 성공하다니. 유키 얼굴에서  뿌듯함이 보인다. 100년 된 나무가 아니라, 그 나무를 베어내기 위해 주변에 있는 나무지만. 작지만 뭔가 해냈을 때의 뿌듯함, 인내가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나무를 판매하면서 흥분한다. 그냥 나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냥 나무가 아니다.


"농업은 내가 키운 채소의 맛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지만
임업은 아니야.
우리가 한 일의 결과는 죽은 다음에 나와.
그런 거지 뭐"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뿐만 아니라 후손들까지 생각하는 자세.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 내가 키운 나무가 잘 자랐는지는 죽은 뒤에 알 수 있다니. 옆에서 나무를 키우면서 여러 이야기와 삶을 듣는다. 종자를 얻기 위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경치를 보고 밥을 먹는다. 여전히 어려운 과제들은 남아있지만 하나둘씩 해나간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오키도 웃음을 보인다. 마음의 문이 열렸다고 해야 할까. 적당히 하려는 히라노가 이젠 꽤 진지하다.

히라노는 마을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정말 산사나이가 되어간다. 이는 친구들이 체험하기 위해 마을에 왔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가라고' 한다. 필름을 버리며. 나무를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키의 흐뭇한 미소. 마을 사람들의 노래를 어색했던 유키가 먼저 노래를 부르기까지. 정말 그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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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긴 하지만 산사나이인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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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속에서 1년이 지났다. 유키는 도시로 돌아갔다. 집에 가니 언제나처럼 대화하고 있는 부모님 모습이 반갑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따라가니 나무로 집을 짓고 있다. 그렇게 다시 돌아간다. 나카무리 임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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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흐뭇했던 건 나와 비슷한 히라노가 성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잘 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어눌했지만. 적당히 하고자 했던 마음이 진지한 자세로 바뀐 모습은 박수쳐주고 싶다.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둘 익숙해지고 그곳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산사나이가 되어가는 모습에서. 초록색 풀과 나무들을 보면서 눈이 즐겁고, 낯섦을 적응해가는 히라노를 보면서도 즐겁다. 나도 적당히가 아닌 진지하게 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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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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