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뉴필로소퍼 4호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글 입력 2019.01.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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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4호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워라밸이 핫하다. 일과 라이프의 밸런스를 일축해 놓은 이 단어는 더 이상 노동을 강요의 대상이 아닌, 균형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일을 해 본 자들은 잘 알 것이다. 이 단어가 얼마나 유희적인 단어인지 말이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고, 회사에서 워라밸을 외치는 용기 있는 자는 상사, 혹은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상향을 하나씩 가슴에 뜨겁게 품고 있지 않은가? 모든 직장인의 꿈, 칼퇴. 꿈틀대는 자유의지를 불태워주는 소비욕, 그리고 이를 다시 위로해주는 잠재워주는 월급. (물론 통장에서 바로 사라지는 물거품 같은 것이겠지만)


2019년 1월에 만난 책은 이러한 워라밸을 책 한권에 압축해 두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일지 몰라도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부제를 바라보던 첫 순간만큼은 그 열망이 쉽게 사그라 들지 않았다. 프리랜서 신분인 내가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기엔 ‘정시 출퇴근도 안하는 당신이?’ 라며 콧방귀를 뀔 지도 모를테지만, 제법 진지하게 읽고 또 읽었다.



출근 전 아침독서. 나는 놀기 위해 일하는가? 일하기 위해 노는가?


두 질문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에세이 모음집, 혹은 매거진.


음…… 나는 일하면서 놀고, 놀면서도 일하기 위해 지금 이리도 방황하나 싶다, 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찬론자도 방관론자도 아닌 그냥 나는 나일 뿐.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그렇다고 놀지도 않는…)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정작 어제는 자정까지 일하고 업무 메일 보낸 슬픈 어른. 에랏, 모르겠다, 오늘 축구 경기나 잘 보련다! (무슨 맥주 마시면서 볼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지)


- 내 인스타그램



호주에서 태어나 한국에 건너온 매거진 <NewPhilosopher Korea>가 내 놓은 네 번째 작품은 바로 ‘워라밸이 시대, 잘 논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신나게 놀자, 라는 제목으로 첫 인사를 드리는 뉴필로소퍼 호주판 편집장 잔 보그는 놀이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한국판 장동석 편집장은 놀이와 게임, 스포츠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 어떠한 지, 함께 “잘 논다는 것”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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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스물다섯가지의 놀이 이야기를 맘껏 펼쳐 두었다. 진지한 철학 에세이부터, 실질적인 농담을 던지는 저자의 경험과,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놀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도, 나아가 어린 시절 우리가 그리도 즐기던 놀이를 어쩌다 놀이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리도 건조한 삶을 사는지까지 말이다.


최근 미디어에는 스포츠계의 불투명한 사건들이 이슈화되고 있다. 올림픽의 기원은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하는 놀이였지만, 어느 순간 그 의미가 사라지고 이제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승자만을 기억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의 경기가 되고 마는 건 아닐지 걱정을 내비치게 한다.


또 하나, 어른들은 노는 법을 모른다. 오늘도 대학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자신의 아이, 조카는 스스로 놀이를 찾고 좋아하는 대상을 찾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는데 (심지어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다!) 지금의 우리를 봐라, 모든 관심사는 회사와 휴가, 돈과 집, 다이어트와 출산, 교육 등등 (나는 30대 여성이고, 아마 남성들은 다를 것이다) 사는 데 급급한 관심사들에 빠져 놀이 따윈 생각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돈은 있으나 놀 시간이 부족했고, 지금의 난 놀 시간은 많은데 상대적으로 돈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미 높아진 나의 소비 기대치를 낮추는 것만이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이겠지만, 솔직히 말하건데, 쉽지 않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25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놀이’의 본질을 찾아 헤매는 질문과 대답 사이를 오고 갔다. 충만한 삶을 위해 어떤 놀이를 해야 하는지, 일과 경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사회에서 그리도 외쳐 대는 창의는 놀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스포츠와 게임을 예찬하는 작가들의 목소리와 모든 인류가 하나될 수 있는 놀이의 위대함. 게으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과 우리도 어린아이 때처럼 놀이를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바라볼 수 있는지까지도.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스카이캐슬’ 드라마처럼, 공부도 놀이로 인식하고 승자와 패자를 나눠야 하는 10대들의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또 생각해보면,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을 바라보면, 그들의 인생에는 ‘놀이’가 빠진 적이 없었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 과연 그 방법을 무엇일까? 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정답을 찾아 나아갈 수 있는 게 바로 ‘어른’이고 ‘놀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조차 못하는 어른도 많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건 아래와 같다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놀이는 그 용도가 폐기되었다. 놀이가 폐기된 사회에서 놀이는 우리에게 낭비적인 요인을 더한 무언가로 인식하지만, 놀이는 질병의 해독제이자 창조를 탄생하는 원석과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놀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도, 사소하게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어른이 된 이상, 일과 삶의 밸런스를 위해서라면, 잘 노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추천하는 바는 아래와 같다.


1. 일하는 공간을 바꿔보자. 내 책상과 의자 주변의 배치를 조금씩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다. 매번 익숙했던 것들의 살짝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2. 휴식 시간을 활용하자. 동료들과 웃고 떠들고, 커피를 마시는 등 일상적인 패턴이 아니라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만들어 보자. 안하던 행동을 해보는 것 만으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 밖으로 나가 걸어 보자. 게으름의 찬양을 예찬했던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다 따를 수 없지만, 밖으로 나가걷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고 또 다른 생각과 놀이를 품게 해 준다.


4.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자. 나 같은 경우, 초등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들춰 보고, 사진 앨범을 정리하며 그 때의 나를 돌이켜 보았다. 일종의 기억놀이인 셈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5. 동화책을 읽어 보자. 이 책에서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인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를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어른이 된 시점에서 동화책을 읽으면 새로운 창의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6.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자. 놀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 걷고, 이야기 다하보면, 워라밸의 시대, 함께 잘 노는 법을 터득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영단어 ‘Fulfilling’이 떠올랐다.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건 일과 놀이, 두가지 모두 다다. 일만 하고도 살 수 없고, 놀이만 하고도 살 수 없는 법. 이 책에서 당신도 ‘Fulfilling’을 느껴보길 바란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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