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위로가 된 영화 속 장면은 무엇인가요? [영화]

글 입력 2019.01.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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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자신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영화 속 장면이 있을까? 비상식적이거나 남들이 들으면 ‘그 장면이?’ 라는 소리를 듣는 것일 수있다. 일상적이어서 지나쳤던 장면일 수도 있다.

 

필자 또한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은 적이 많다. 그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슬픔을 강조하고 위로하려고 만든 것 같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가 있거나 배우의 우는 연기가 담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통해서 위로를 받았다.



 

원주율, 3.14 이후로 외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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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는 200여 일 동안 호랑이와 태평양을 표류했던 주인공 ‘파이’의 이야기다. 필자는 표류하면서 살아내는 ‘파이’의 모습에서 위로를 느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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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의 본명은 ‘피신’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수영장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항상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따돌림까지 당한다. 그의 이름 ‘피신(Picine)’의 발음은 소변을 본다는 의미의 ‘피싱(pissing)’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름 때문에 괴로워하던 그는 새 학기 날,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앞의 두 글자를 따서 ‘파이(Pi)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처음에 친구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여전히 ‘소변’이라고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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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변신이 절실했던 그는 새로운 수를 둔다. 칠판 빼곡히 3.14이후의파이 값을 써내려 갔다.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169…


어휴, 머리 아파라! 이걸 어떻게 다 외워? 하지만 이 숫자들로 그는 친구들을 포함한 모든 주변인들에게 ‘파이’로 기억되었다.

 

10살의 파이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길고 긴 원주율 값을 외웠다. 주변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결국 그는 이루었다. 누구든 충격을 받을 방식으로 말이다. 필자는 절대 파이처럼 원주율 값을 외울 수 없다. 그래서 그 어려운 것을 해낸 모습이 멋있었다. 파이 사건은 그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의 절실한 의지에서 ‘까짓것’의 배짱을 배웠다. 필자는 남의 시선을 확대하여 해석하며 스스로 위축시키고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니 왠지 모를 배짱이 생겼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까짓것, 원주율 다 외워서 바꾸자. 그 사람이 나를 탐탁치 않아하는 것같다. 그래? 까짓것 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지 뭐!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몽땅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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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주인공 하지무는 전 애인인 메이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5월 1일, 자신의 생일까지 사랑의 유통기한으로 잡은 그는 매일 똑같은 곳에서 메이를 기다리며 전화를 건다. 전화 너머의 메이 아버지께서 그에게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그는 이별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그리고 메이가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 중에서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것을 산다. 그날까지 메이가 다시 돌아올 것임을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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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그리고 30개의 5월 1일 파인애플 통조림. 메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하지무는 30개의 통조림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먹었다. 먹다 질려서 후추를 넣기도하고 핫소스를 넣으면서 계속 섭취했다. 30개의 통조림과 실연의 아픔을 삼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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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무덤덤하게 등장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하지무는 눈물이 안 나오게 하려고 계속 조깅을 하기도 하고 바에서 첫 번째로 본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로 다짐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동창한테까지 연락해서 만나려고도 한다. 아니 사실 그 무엇보다 하룻밤 만에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먹기라니.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을 잊고 싶은 의지와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하지무를 토닥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위로 받았다. 그래, 너무 힘들면 파인애플 30개를 먹어버리지! 하지무보다 더 이상한 짓을 해도 괜찮을 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30개이든 300개이든 그 사람에 대한 기억만을 다독이면 되는 것 아닌가? 무모한 행동으로 하지무는 자신의 전 애인을 결국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힘들 때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에서 필자 또한 '그렇게 하지 뭐!' 라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사랑이 떠나가도 일상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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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여름의 첫사랑. 청량함으로 가득 찬 이 영화의 앞 장면과 달리 엔딩장면을 춥고 일상적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었다.


 

 


힘들어서 울 때 그 눈물을 삼키면서 운다. 혹시라도 소리가 샐까 봐 침과 함께 눈물도 꼴깍꼴깍 삼킨다. 내 앞에 있는 사물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눈알을 굴린다. 그래, 괜찮아. 스스로를 속으로 토닥이며 운다. 딱히 눈물을 닦지 않고 흘려보낸다. 이 눈물처럼 이 힘듦 또한 흘러가길 바라면서.

 

우는 주인공 엘리오 뒤의 풍경은 저녁을 준비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울 때, 미디어에서 봐온 우는 장면과 매우 다르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세상 떠나갈 듯 울부짖거나 슬픈 음악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는다. 여러 일상의 소리 가운데에서 나 혼자 운다. 지금 나는 울고 있어도 나를 둘러싼 세상은 똑같이 흘러간다.

 

지나치게 일상 같아서 지금까지도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엔딩을 보면서 흘러가는 일상 속에 내 울음이 묻혀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했다. 울 때는 세상의 모든 슬픔과 힘듦이 나에게만 맡긴 것 같다. 그리고 현실과 단절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장면은 내 울음 또한 흘러가는 일상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흘러가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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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는 곧 부모님께서 차려주신 저녁을 먹을 것이다. 슬픔은 지속되겠지만 어쨌든 밥을 먹고 잠도 잘 것이다. 그리고 슬픔 또한 일상에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당신의 위로가 되는, 인생장면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독자들의 영화 속 인생 장면은 무엇인가? 굳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이 나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주변 사람들만의 인생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만의 인생 장면을 무엇을 느꼈을까?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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