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너와 함께했던 시간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프리뷰
글 입력 2019.01.09 03:4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 미리 지정된 몇 사람이 한 명씩 군중 앞으로 나가 연설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 알았는데, 장례식장에서 읽는 그 글을 '송덕문'이라고 하더라. 이건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외국문화 중 하나다.


예전에 미국의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이 자신의 화술에 대해 풀어낸 책 <대화의 신>를 읽은 적이 있다. 이론적으로 화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재미있게 풀어내어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 여기서 래리 킹이 절친한 친구 밥의 장례식장에서 조사(弔詞)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그의 나이가 60이었으니 앵커로서 이미 충분한 명성과 실력을 쌓은 후였겠지만, 래리 킹은 그날의 조사가 자신이 해본 것 중 가장 어려운 연설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말하는 것이 고통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 장례식장에 모인 모두가 자신과 똑같이 괴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편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밥의 고객들 가운데 래리가 두 사람 있는데 래리 버드가 그 하나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래리 버드와 제가 동시에 밥의 사무실을 찾아갔다면, 그는 누굴 먼저 맞아줄지 맞춰보십시오."



이 말에 사람들은 그날 처음 웃게 되었다고 한다. 래리 킹은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줬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죽은 친구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그야말로 고인에게 멋진 작별 인사를 한 것이다.


이만큼 죽은 이를 잘 애도하고, 남은 사람들이 고인에 대해 의미 있는 정리 작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나는 이런 건강한 장례문화가 참 부러웠다. 내 장례식에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미소 지으며 돌아갔으면 좋겠다.



eb35b2072ff7073ecd0b4107e7494392e36ae3d01db7184695f0c278_1280.jpg


래리 킹처럼 좋은 친구가 나를 위해 송덕문을 지어 읽어준다면, "참 잘 살았다"라고 말하며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죽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살아남은 사람에게 중요한 애도 작업이다. 송덕문을 쓰며 고인에 대한 자신의 소중한 추억과 감정들을 정리하고, 하나의 글로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예술 작품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다름없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정갈하게 정돈하고 정제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장례라는 애도 의식은 죽음을 만나는 사랑의 표현 형식이다. 그곳에서 송덕문을 읽는 것이 얼마나 예술적인 행위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예술이란 것이 바로 죽음과 사랑이 한데 어우러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완성시키며 그와의 옛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토마스가 앨빈을 떠나보내며 어떤 사랑과 죽음의 노래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

<시놉시스>

영화 <It's a wonderful life>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 토마스와 헤어 롤을 돌돌 말아 올린 채 죽은 엄마의 가운을 걸친 앨빈. 그들은 그렇게 7살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아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는 앨빈과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토마스. 대학원서를 쓰다 글 문이 막혀버린 그는 앨빈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앨빈은 토마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토마스는 앨빈의 조언에 마법처럼 글이 써진다.

대학에 입학한 토마스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간다. 어린 티를 벗고 약혼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앨빈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그리고 사차원적인 행동도 모두 어린 시절과 그대로이다. 토마스에게 그런 앨빈은 더 이상 소중하지 않았고 점점 둘은 멀어져 간다. 토마스는 대학 졸업 뒤 많은 책들을 내고 세상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깨닫지 못했다. 그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앨빈에게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Story of my life


공연 장소 : 백암아트홀

공연 일시 : 2018년 11월 27일(화) – 2019년 2월 17일(일)

공연 시간

화, 목, 금 8시ㅣ수 4시, 8시

토 3시, 7시ㅣ일, 공휴일 2시, 6시 (월 쉼)

러닝 타임 :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 연령 : 만 7세 이상 관람가

(미취학 아동 관람 불가)


제작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주관

오픈리뷰㈜

예매처

예스24, 하나티켓, 인터파크






참고 자료​

래리 킹, <대화의 신>, 위즈덤하우스, 2015

김동규, <멜랑콜리 미학>, 문학동네, 2010




KakaoTalk_20181112_153827310.jpg
 

[이란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