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공연]

당신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 입력 2019.01.0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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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조용한 카페에서도, 학교, 거리에서도. 모든 공간에서는 각자의 삶이 흘러간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분은 어떨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가?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있다. 이러한 동기부여는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오랜 시간 가져왔던 꿈이 될 수도 있으며 아이러니하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병실에서도 삶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의 주인공 반석과 성균에게는 '복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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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소년>은 절친한 친구의 죽음 때문에 더 이상 복싱을 하지 못하는 반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한때 촉망받던 복서였지만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병 판정 이후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다. 자신과의 경기 후 사망한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그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는다. 같은 병실을 쓰는 백혈병 환자 성균이의 관심, 더 나아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반석은 '복싱'으로 성균과 우정을 쌓으며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그리고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이 아님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무대는 특이하게 링과 병실을 링을 둘러싼 줄만으로 구분한다. 이야기도 시간 순서가 아닌 옴니버스 형식으로, 극은 무균실과 체육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다소 생소한 공간일 수 있지만 <재생불량소년>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삶이 힘들어도 힘내라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공간이 메시지를 부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반석이 끝까지 버티고 다시 링 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살아있음을 포기하지 않은 그를 통해 다시 한번 잘살아 보자고 나를 위로하고 다짐한 채 객석에서 나오게 된다. 2018년을 마무리하고 2019년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나에게는 마음을 다잡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한 발 떼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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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에는 총 5명의 배우가 나온다. 한 명의 배우가 간호사 선생님과 코치 선생님 역할을 동시에 맡았으니, 총 6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셈이다. 그중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단연 무균실에서 우정을 나누고 삶의 가치를 깨닫는 반석과 성균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이들을 보살펴주고, 그들의 완쾌를 진심으로 빌어주는 의료진들에게 더 눈이 갔다.


병을 이겨내는 데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그러나 의료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재생불량소년>에서도 반석과 성균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 선생님은 극 중 이름도 없는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 무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Today’s Cast'에는 아예 적히지도 않은 간호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의료진들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감히 '환자를 건강하게 하는 것'도 여러 요인 중 하나에 포함될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적어도 <재생불량소년>에 등장하는 의사 선생님은 반석과 성균의 건강해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사람이다. 반석과 성균이 싸우지 않게 단호하게 훈계하는 것부터 라면을 먹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작은 소망도 공감하며 그들을 감싸 안는 것까지, 극 중 의사 선생님은 환자들의 건강과 상태에 가장 촉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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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반석은 결국 완치 판정을 받는다. 그가 일어서는 데는 성균이 대부분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의지도 없던 반석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며 다시 일어서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서 그를 지켜봐 준 의료진들의 노고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그럼에도 이 극은 반석과 성균, 즉 환자들의 이야기라고 말할 것이다. 어찌 됐건 이 극의 중심적인 내용은 반석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을 기획한 강승구 프로듀서의 실제 경험이 녹아든 극이니, 나의 감상은 실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환자에게 당신은 재생불량이 재생불가능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살아있게 도와주는 이들이야말로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석이 무균실에 입원할 때, 재생불량성 빈혈과 골수이식이 무엇인지 노래로 설명해주던 의사 선생님 역할의 배우가 떠오른다.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관객의 생각 전환을 이끌어내는 캐릭터가 있다면 성공한 공연이 아닐까. 모든 캐릭터가 당신에게 '살아있음'에 대해 부드럽게 가르쳐 주는 <재생불량소년>, 당신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싶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엿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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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18.12.23(일) ~ 2019.01.20(일)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19시
일, 공휴일 14시/18시
(월, 1/1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웃스포큰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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