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주하고 싶지 않은 추악함, <갈증>

글 입력 2018.12.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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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은 어두웠다. 《갈증》은 그런 과거를 짜증스럽게 되뇌며 썼다. 이는 고독과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질주하는 인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우애와 화합을 버렸기 때문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소설의 세계에 공감할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애 가득한 세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 침을 뱉고 싶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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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펼치기를 반복했다. 불쾌감에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지 않은 세계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책을 읽었다.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갈증>은 폭력과 증오, 배신 그리고 인간의 추악함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굉장히 폭력적인 묘사가 자세하게 드러나, 읽는 내내 불쾌감이 들 정도였다. 작가의 청춘이 얼마나 어두웠길래 이러한 소설을 쓰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스포일러 포함*

 


1.

아내의 분륜 상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경찰 신분을 박탈당한 뒤, 헤어진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딸 가나코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후지시마는 집으로 가서 가나코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딸이 실종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의 태도는 지나칠만큼 침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실종은 이러한 후지시마의 태도로 봤을 때,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탈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2.

가나코의 방에서 다량의 각성제를 발견하고, 딸의 주변 인물들을 탐색한다. 아빠인 본인보다 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꼭 가나코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빠진다. 딸의 행적을 따라가다, 아포칼립스라는 폭력조직과 연관성을 찾게 된다.

 

후지시마는 딸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나코를 ‘피해자’로 규정짓고, 마치 본인이 딸을 위한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마냥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후지시마의 추악한 행동들은 그의 본성을 끌어내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딸이 실종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어느 순간부터 후지시마라는 한 인간의 욕망과 증오를 드러내는 것에 집중되었다.

 

이야기는 3년 전, 아포칼립스와 가나코, 그리고 가나코의 유일한 남자친구였던 오가타의 이야기로 조금씩 다가간다.




3.

세오카는 학교 야구부 동아리였다. 모든 순간 야구에 매달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돌연 야구를 그만두게 된다. 그 후 야구부였던 친구들에게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그런 세오카를 가나코가 구해준다. 세오카는 알 수 없는 ‘소녀’, 가나코를 짝사랑하기 시작한다.

 

후지시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현재)와, 세오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3년 전)가 계속 교차되어 나타난다.

 



4.

오가타는 자살했다. 가나코는 오가타만이 본인과 닮은 사람이라 생각하였고, 그를 좋아했다.  오가타 역시 학교폭력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로 인한 자살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포칼립스와 연관이 있었다. 또한 아포칼립스는 ‘조’와 연결되었으며, 조는 권력자들을 상대로 어린 아이들을 납치하여 성매매 사업을 했던 것이다. 그에, 오가타가 재물이 되었고 폭력 때문이 아닌, 강간으로 인한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다.

 

결국 가나코가는 오가타의 일을 복수하기 위해 아포칼립스에 접근했던 것이다. 어린 그 거대한 범죄조직에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오직 오가타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각성제를 이용하여 친구들을 유혹하고, 조에게 팔아 넘긴 가나코는 “금기에 당한 인간에게 금기는 없다. 두려움도 없고 연민도 없다.”라는 말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불쾌감이 들었던 이유는 모든 인물들이 온갖 폭력과 욕망에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후지시마는 이야기의 중심인물로서, 가장 추악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은 서로를 몰랐고, 알면서도 방관했다.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으며 돌아봤다 한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5.

가나코는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을까.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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