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한 시간이 아니다

이매진 존레논展
글 입력 2018.12.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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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2월 8일 월요일 오후 10시 53분, 뉴욕의 다코타 빌딩 앞에서 총성이 울렸다. 자신을 부르는 팬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 존 레논은 39 구경 권총을 들고 있는 한 청년을 마주했다. 곧바로 다섯 발의 총성이 터져 나왔다. 총알은 존 레논의 몸을 관통하여 100년이 넘은 다코타 아파트의 유리문에도 구멍을 냈다. 

- 전시 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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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이게 괜찮나 저게 괜찮나. 선택이 어렵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삶이 궁금하고, 후회될 때가 종종 있다. 책과 전시를 볼 때마다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내 큰 관심사가 됐다. 존 레논은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비틀즈가 해체됐으며, 요코 오노를만나면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중심으로 보려 한다.

존 레논 탄생기가 아닌 그의 죽음에서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다코다 빌딩 건너편에 위치한 스트로베리 필즈는 존 레논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부인 요코 오노와 뉴욕시에 의해 만들어졌다. 실제 스트로베리 필즈의 크기를 재현하여 바닥에 스티커 형태로 붙여져 있다. 덕분에 그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존 레논 음악은 종종 듣지만 그의 삶은 잘 모른다. 어떤 삶을 살았기에 평화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존 레논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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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이 5살 되던 때 알프레드아 줄리아는 이혼했고, 가난해서 존 레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은 줄리아는 그의 언니 메리 스미스에게 존 레논을 맡겼다. 부모의 부재와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상처가 된 존 레논은 동네에서 악동으로 불리며 폴 매카트니를 만나 음악을 시작했다. 다행히 청소년기에 어머니는 존 레논을 다시 찾았고, 관계가 다시 좋아질 때쯤 음주 운전하던 경찰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경찰이란 이유로 무죄로 풀려난 모습을 보자 존 레논은 체제에 대한 저항과 슬픔을 가슴에 묻고 음악에 몰두했다.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부모는 없었고, 어머니와 다시 만났지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들으면 힘든 삶을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상처를 위로해준 신시아를 사랑했고, 음악으로 그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 나라면 사랑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또다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존 레논은  달랐다.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그 시기를 견디고 성장했다.


어머니, 당신은 날 가졌지만
난 당신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아버지, 당신은 날 떠났지만
난 당신을 떠난 적이 없어요.

- 존 레논 -




비틀즈 / 모든 진부함에 도전하다 / 마지막 행보, 애비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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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비틀즈가 서서히 명성을 얻어가기 시작할 즈음, 신시아는 줄리안 레논을 임신하게 되었고, 존과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식을 마치고 곧바로 저녁 공원을 위해 떠났으며, 아들 줄리안 레논의 출산일에도 공연 스케줄로 함께하지 못했다. 당시 10대의 우상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매니저는 존레논의 결혼 사실을 숨겼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연애사실을 숨기는 경우라 생각하면 된다. 특히 비틀즈는 나이도 어렸기 때문에 그 사실을 더 숨기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존 레논이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상처 받았는데, 그 상처를 의도치 않게 줄리안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줄리안이 자신이 아빠가 누구인지 말 못 하는 입장은 너무 안타깝다.

오른쪽 위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좋아서 베개 싸움한 장면이다. 이때부터 비틀즈는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려 했다. 젊은 나이에 좋아하는 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비틀즈. 그만큼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공연에만 집중하느라 그 외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이라던가. 유명세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던가. 갑자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이 퀸을 좋아했기에 그의 삶도 좋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가짜 친구 만드는 프레디 메큐리가.

난 대학교 다니면서 일을 했다. 새로운 경험을 했지만 학생 신분일 때 즐기지 못한 점 또한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일 하지 않고 친구들이랑 더 놀았다면, 과제로 밤새우는 일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이 생각으로 비틀즈를 다시 보니 대단하면서 한 편으론 안타까웠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그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때가 있었을 텐데 하며.


아버지는 어쩔 수 없던 선택을 한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있다.

- 줄리안 레논 -


틀즈는 내 외로움의 주춧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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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는 음악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기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폴 역시 14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존 레논과 음악에 대한 열정 이외에도 서로의 슬픔에 공감하며 인간적으로도 가까운 관계가 된다. 조지 해리슨은 폴 매카트니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그의 기타 실력을 눈여겨본 폴의 소개로 비틀즈에 합류하게 된다. 열렬한 음악팬이었던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했던 조지는 1965년 <rubber soul>에서 비틀즈를 포크 록으로 이끌었고 인도 고전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인도 악기인 시타르를 사용하는 등 비틀즈의 음악에 다채로움을 더해주었다. 링고 스타는 1962년 9월 마지막으로 비틀즈에 합류했다. 평소 액세서리를 좋아해 반지를 항상 끼고 다니던 그를 보고 링고라 부르기 시작, 링고 스타가 되었다. 

-전시 설명 중에서



머리는 단정하게 바가지 머리를 할 것
카라 없는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를 것
무대가 끝나면 90도 배꼽인사를 할 것
무대 위에서 햄버거 먹지 말 것


196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문제 되고 있을 때 비틀즈는 "분리된 청중에 대해서는 연주할 의무가 없음"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백인과 흑인의 구분이 익숙해서 공연도 당연히 따로 봐야 하는 줄 알았는데, 비틀즈 덕분에 백인 흑인 구분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비틀즈의 자유분방함, 신선함, 그들의 행동이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진보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만큼 비틀즈는 많은 영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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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패러디한 만큼 유명한 앨범이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단시간에 끝낸 사진이다. 앨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맨발, 담배, 존레논 옷차림, 뒤에 있는 차번호로 온갖 루마가 생겼다. 비틀즈의 해체는 브라이언 앱스타인 죽음과 존 레논 새로운 연인 요코 오노로 멤버 내 갈등, 그들이 설립한 애플 레코드사의 경영 악화, 그리고 각자가 지향하는 음악적 견해의 차이 등이 쌓인 결과다.



비틀즈 해체 후_ YOU ARE HERE / HOW I WON THE WAR / 베드 인 / 배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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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요코에게 메시지를 쓰세요'라는 글이 쓰인 365개 풍선. YOU ARE HERE은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둘의 전시와 메시지가 퍼져 나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진행됐다. 봉투를 주워 편지 보내면 존 레논이 직접 회신을 줬다고 하는데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모든 답변을 써준 존 레논. 이를 보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며 대화로 풀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비틀즈 해체 후 존 레논은 영화에 집중했다. <우리는 어떻게 전쟁을 이겼을까> 영화에서 전쟁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병사들의 죽음을 대가로 이뤄내는 것이라는 메시지 때문에 출연했다. 영화 촬영하면서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게 되고,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앞장서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전쟁을 이겼을까>에서 할머니 안경으로 알려진 안경은 건강보험공단 기관에서 저소득층에게 처방과 함께 지원해준 안경이다. 구식과 가난함의 상징이 그의 마음에 들었고, 동그란 테의 안경을 쓰며 존 레논 안경이라 불릴 정도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존 레논과 요코 오노는 암스테르담 힐튼 호텔의 스위트 룸에 들어가 1주일간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침대에 누워 평화 시위를 벌였다.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폭력이 아닌 대화로 풀어가고, 함께 하면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들.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이 딱딱해서는 안 된다. 적당한 유머가 더해져 참여를 이끌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자루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인종, 성별, 외모, 나이를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화에서 편견을 갖지 않고 대화를 나누자는 캠페인이었다.

많은 선택을 통해 우린 많은 경험을 한다. 경험을 통해서 나와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구분해내고,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나다워질 수밖에 없도록 한다. 우린 그 덕분에 성장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나다워질 수 있다. 존 레논이 외면과 내면 모두 자신의 색을 찾아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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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분명해져

- 존 레논 -


요코 오노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달라고 하자 존 레논은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서 애기처럼 요코 오노를 안는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불륜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촬영 기사는 존 레논의 진심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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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야, 너무 슬프게 생각하지 마
마음으로 그녀를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게 좋아질 거야


요코 오노와 존 레논을 볼수록 줄리안과 신시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틀즈가 유명해졌을 때 결혼 사실을 숨기고 태어날 때 함께 있을 수도 없었던 상황을 알고 있으니. 가장 오랜 친구였던 폴 매카트니가 줄리안 곁을 지켜주고 빈자리를 채워 주기 위해 노력했다. 폴은 '자기 세계를 조금 차갑제 보고 잘난 척하는 녀석이 있지만 그는 바보예요"라는 가사를 통해 존 레논을 향한 진실된 충고와 함께 둘의 깊은 우정을 보여줬다. 점차 줄리안은 존 레논과 요코 오노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밉지만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정적인 존 레논. 시 쓰고 그림 그리는 아빠 바다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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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아, 네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워.
하지만 우리 둘 다 좀 차분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

션 레논을 위해 빵을 굽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레코드를 제작하고
빌보드에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에요.


"지난 일 년간 션을 뱃속에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했어. 앞으로는 내가 돌볼 테니 당신은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좀 해"라고 말했던 존 레논.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음악가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사랑과 음악으로 치유하고, 그 과정을 겪었기에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었고, 요코 오노를 만나면서 가정을 지키며 아버지의 삶을 살아간다.


"결국 모든 것은 괜찮아질 거야.
만약 괜찮지 않다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 존 레논 -




마지막. WAR I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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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레논 부부는 <WAR IS OVER> 캠페인을 시작한다. "전쟁은 끝나요. 당신이 원한다면, 즐거운 성탄절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존과 요코로부터"라고 적힌 문구는 세계 12개국의 빌보드 광고판과 신문 전면을 모두 뒤덮었다. 

- 전시 설명 중에서



빌보드 광고판이면 엄청난 돈이 들었겠지만, 존 레논은 한 사람의 생명에 비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살아온 환경, 사랑하면서 바뀐 생각들, 그로 인한 여러 포퍼먼스와 음악까지. 존 레논이 살아온 환경이 없었다면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imagine>과 <love> 영상을 통해 그가 말한 평화와 사랑을 되새겨 봤다. 단순했다. 어렵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어려울 수 있지만 쉬울지도 모른다. 존 레논은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고, 진심이었다. 힘들 땐 사랑을 했고, 음악으로 표현했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슬픔을 감추기보다 표현했고, 스스로를 받아들였고, 덕분에 사람들은 위로받았다. 비록 존 레논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즐겁게 낭비한 시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난 지금, 즐겁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그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이 되물음 끝엔 어떤 선택이 따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진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다운 일을 찾고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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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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