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크라잉 넛의 숨은 명곡들 [음악]

'명동콜링'을 불러준 카더가든에게 감사합니다.
글 입력 2018.12.3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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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슈퍼스타 K> 이후로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없었던 적이 없다. <나는 가수다>, <케이팝 스타>,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쇼 미 더 머니>, <프로듀스 101> 등 프로 가수부터 아이돌 연습생까지 다양한 참가자들과 경연 포맷으로 사랑받았다. 이제는 나올 만큼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SBS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더 팬>이라는, 역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앞선 프로그램들과의 차별화된 것이라면, 셀럽이 나서서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팬을 모아 우승을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공중파에 나오기 힘든 실력파 가수들에게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취지가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따로 챙겨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던 오왠이나 그리즐리, 카더가든이 출연한 것을 보고 라인업이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시청률도 약 7퍼센트로 호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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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더가든이 이 프로그램에서 부른 ‘명동콜링’의 영상이 네이버 TV 조회수 39만을 넘어섰다. 보고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때 수천 번도 더 들었던 ‘명동콜링’인데, 사실 지난 몇 년간 잊고 있었다. 한경록의 순수하고 예쁜 가사와 멜로디가 어우러져 옛날 감수성을 자아내는, 내가 크라잉 넛 노래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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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타깝지만 내 주위 지인들뿐만 아니라 영상의 댓글 창을 봐도, 크라잉 넛의 ‘명동콜링’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말 달리자’ 정도. 노브레인과 헷갈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크라잉 넛이 펑크록 밴드라 ‘말 달리자’처럼 신나는 곡만 있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물론, 재밌고 신나는 곡도 많지만, ‘명동콜링’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많다. 카더가든과 <더 팬> 덕분에 오랜만에 내가 사랑했던 크라잉넛 의 노래들을 찾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크라잉 넛의 숨은 명곡들을 알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랜만에 살아난 팬심과 함께 다음과 같은 노래들을 추천한다.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 (1999)



90년대 중반 홍대 클럽, ‘말 달리자’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1세대 한국 펑크록 인디밴드라는 타이틀의 부담을 뒤로하고 내놓은 정규 2집 앨범이다.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듣고 나면 20대 초중반이었던 크라잉 넛이 고민한 정체성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씁쓸하고 어두운 사회를 비판하되, 해학적 가사와 밝은 펑크록 멜로디로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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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서커스 매직 유랑단 (타이틀)
04 베짱이

13 게릴라성 집중호우



타이틀 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현재까지도 공연 오프닝 곡으로 단골 등장한다. 멤버 김인수가 밴드에 합류하기 전, 서커스 매직 유랑단의 도입부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했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의 멜로디는 신나면서도 어쩐지 처량하다. 4번 트랙 ‘베짱이’는 방황하는 청춘을 베짱이에 비유한 명곡이다. “꽃다운 나의 청춘 농약 먹고 시들어가네” 시적인 가사가 아름답고 쓸쓸하다. 앨범 마지막 트랙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늘어난 자살로 어두운 사회를 비판, 풍자한다.




3집 하수연가 (2001)



김인수가 본격적으로 앨범에 참여하기 시작한 앨범이다. 수백 번의 공연 경험으로 완성된 아티스트의 면모가 보이고, 펑크면서도 편안하게 듣기 좋은 노래가 주로 수록되어있다. 사실 이전의 크라잉 넛 1집과 2집 앨범은 다소 시끄럽다고 느껴질 만한, 소위 ‘공연용’ 곡이 주를 이뤘는데, 멤버들끼리 가진 술자리에서 들었던 자신들의 곡들이 술자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곡들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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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밤이 깊었네 (타이틀)

06 양귀비

13 몰랐어



‘밤이 깊었네’는 크라잉 넛의 감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한경록 특유의 순수하고 시적인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가 만나, 깊은 밤 혼자 센치한 감성에 젖어 집으로 걸어가면서 듣거나 부르기 좋은 노래다. 6번 트랙 ‘양귀비’는 특히 청춘의 감성을 가장 자극하는 명곡이다. “나의 지랄 같은 인생에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여름날 나의 꽃 양귀비여 꽃을 피워주오” 20대의 방황하고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다. 13번 트랙 ‘몰랐어’는 기타리스트 이상면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한경록이 만든 노래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서정적이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는 허탈하고 절망적인 가사와는 다르게 담담하곡 편안한 멜로디가 흐른다.




5집 OK 목장의 젖소 (2006)



김인수를 제외한 네 멤버가 동반입대하고 제대한 직후 내놓은 앨범이다. 카더가든이 불렀던 ‘명동콜링’이 바로 이 앨범 수록곡이며, 심수봉과 함께한 ‘물밑의 속삭임’, 그 유명한 ‘룩셈부르크’ 등 무려 17곡이 수록되어있다. 히든 트랙으로 ‘말 달리자’의 패러디 ‘소 달리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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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명동콜링 (타이틀)

06 유원지의 밤

07 뜨거운 안녕

12 순이 우주로



6번 트랙 ‘유원지의 밤’은 모두가 떠난 뒤 유원지에 홀로 남아있는 외로움을 노래한다. 도입부와 엔딩에 드럼이 빠져 더욱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시 밤에 듣기 좋다. 7번 트랙 ‘뜨거운 안녕’은 미련 따위 없이, 오히려 신나고 가볍게 헤어지는 심정을 노래한다. 왠지 아픈 멜로디가 상처를 받을 대로 이미 받아 버려서 더 이상 남은 미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12번 트랙 ‘순이 우주로’는 드러머 이상혁이 만든 곡으로, 반복되는 키보드가 멜로디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 곡 역시 밝은 멜로디 속 어딘가 아련하고 쓸쓸한 크라잉 넛의 감성이 묻어있다.


이 외에도 몇 곡 더 추천해보자면, 6집 <불편한 파티>의 14번 트랙 ‘Gold Rush’, 7집 <Flaming Nuts>의 5번 트랙 ‘5분 세탁’, 8집 <리모델링>의 ‘길고양이’, ‘망상’,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함께 발매한 <개구쟁이>의 ‘이사가는 날’이 있다.


<더 팬> 덕에 예전에 사랑했던 크라잉 넛의 앨범들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들을 얼마나 좋아했고, 그 감성에 얼마나 빠져있었는지 기억해냈다. 탈락을 면하게 해줘 크라잉 넛에게 감사하다는 카더가든에게, 크라잉 넛 노래를 불러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우린 외롭지 않아

오늘도 할 일을 하고

미래를 만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8집 <리모델링> 수록곡 ‘우리들은 걷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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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은 최근 5년 만에 8집 <리모델링>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순수하고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홍대 클럽에서 노래하던 그때 그 감성을 유지한다. 8집 앨범의 가사들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노래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96년도에 데뷔한 크라잉 넛은 95년도에 태어난 내 인생과 함께해왔다. 그 꾸준함이 앞으로도 50년, 60년이 넘게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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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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