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공연계 결산②] 에디터's pick –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아쉬워했던 2018 올해의 캐릭터

글 입력 2018.12.3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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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바로가기 ▶ [2018 공연계 결산①] 에디터's pick – 내 맘대로 뽑은 2018 올해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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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공연계 내의 페미니즘 흐름과 젠더 프리 캐스팅이란 바람. 이 변화들은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했다. 본래 한 가지 젠더로 고착화되었던 캐릭터성은 다른 행로를 꿈꿀 수 있게 되었고, 배우의 활동 저변 역시 넓어졌다. 본 적 없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본래 남성 배우만 맡던 역을 여성 배우가, 여성 배우만 맡던 역을 남성 배우가 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처럼 다섯 명의 멀티 배우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더욱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캐릭터의 다채로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올 한 해. 객석에 앉았던 다섯 에디터들이 각자 한 명의 캐릭터만을 뽑아봤다. 그 캐릭터는 무한한 행복을 안겼을 수도, 다소간의 아쉬움을 남겼을 수도, 신선한 충격을 야기했을 수도 있겠다. 역시나 지극히 사적인 감상이니 '객석에 어딘가에 앉았던 누군가의 감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글을 정리하며 2019년에도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오기를, 그리고 2019년엔 만드는 사람에게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무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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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드북>
'안나'

2018.02.06. ~ 2018.03.30.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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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바이브매니지먼트


염승희   내 안의 ‘안나’를 찾게 만드는 매력

: <레드북>의 주인공 ‘안나’는 지금껏 국내 뮤지컬계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주체적인 여성이다. 극은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표현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단, 상황을 가릴 것’이라는 조건이 덕지덕지 붙은 현 사회에 역시 충분한 시사점을 갖는다.

작품은 금기시되는 성(性)의 문제 한가운데 서서 또박또박 자신을 표현하는 ‘안나’를 더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리고 있으며, 극 중 로렐라이 여인들의 이야기나 남자 주인공 ‘브라운’이 편견에서 벗어나는 과정 등을 통해 주제를 더욱 강화한다. 그녀의 솔로곡인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에서 드러나듯, 바람직한 자아표현을 명확히 제시하는 <레드북> ‘안나’의 탄생은 한국 공연계의 특별한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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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마틸다'


2018.09.08. ~ 2019.02.10.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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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신시컴퍼니


김소원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 어떤 형태든, 소녀 캐릭터는 그 존재만으로 애틋함을 준다. 그중에서도 쓰인 대로 살지 않고 자기 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겠다 노래하는 마틸다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틸다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지만 피해자로만 남아 있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이어질 것만 같은 마틸다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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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서인우

2018.06.12. ~ 2018.08.26.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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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달컴퍼니


황혜림   로맨스와 민폐의 경계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최고의 로맨스물로 추앙받는 영화의 명성에 비해 내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극이었고, 그 아쉬움의 중심에는 ‘서인우’라는 인물이 있었다. 태희의 연인 인우는 죽음을 뛰어넘은 운명적 로맨스의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반 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선생님 인우와 태희만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남편 인우는 철없고 이기적인 인물일 뿐이다. 인우는 작품 내내 이런 식으로 로맨스와 민폐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다가, 인우 아내의 절절한 솔로 넘버를 기점으로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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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처의 감각>
'처'

2018.04.05. ~ 2018.04.15.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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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남산예술센터


손진주   웅녀 신화의 변주

: 단군과 결혼하기 위해 사람이 된 곰 여자, '웅녀'를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재현해냈다. 우리에게 익숙한 웅녀가 모성애를 가진 존재, 새로운 시대의 땅이 되는 존재였다면. '처'는 다양한 상징을 넘나든다. 그녀는 단순한 '여성 캐릭터'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 창조와 파괴, 사랑과 증오를 넘나든다. 그녀는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게 하는 좋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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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평가>

김신록의 '스카르파'


2018.08.17. ~ 2018.09.01.
두산아트센터 Spac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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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극단 신작로


김나윤   노래할 기회를 얻은, 노래할 줄 아는 그대여


: 2018년 젠더 프리 캐스팅의 흐름 속에서 배우는 발견, 캐릭터는 재발견한 사례가 있다. 연극 <비평가>의 김신록 스카르파가 그렇다. 남성 2인극인 원작은 비평가와 창작자 사이의 알력다툼, 서로에게 날리는 펀치에 여성 인물의 상황을 끼워 넣었다. 물론 남성 지식인들의 허위를 비판하는 장치였지만, 실존하는 여성이 무대에 없는데 '여성의 진짜 목소리'를 찾는 건, 그리고 두 남자가 말하는 여자의 진실로 인해 전개가 전환되는 건 상당 부분 기만적이고 가소로웠던 게 사실이다. 무대화된 결과 역시 별반 다를 거 없었다.

그런데 그 '여인'을 김신록 스카르파가 맡아 연기하자 '연극을 말하는 연극의 메타성'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강화된다.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남성 캐릭터. 그 남성 캐릭터가 연기하는 '여인' 캐릭터라. 스카르파가 '남성'이라는 텍스트상의 지표는 그대로인데,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라는 대사는 여성 배우의 발화를 통해 새로운 맥락을 입는다. 더 이상 기만적이지도 가소롭지도 않다. 오히려 관객이 극을 메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며, <비평가>가 말하는 '진짜 목소리'를 다시금 숙고하게 만든다.

볼로디아를 좇던 치열한 눈, 인정욕구로 불타던 목소리, 책상에 올라 권투를 시연하던 맹렬한 몸짓, 어딘가 슬프게 느껴지던 '여인' 연기, 김신록의 스카르파는 원작이 가진 한계를 돌파하며 이 시대의 진짜 '목소리'는 무엇인지 작가를 대신해 묻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무대 위의 그는 날카롭게 반짝인다. 김신록도 그가 연기하는 스카르파도.

그의 연기는 앞으로 돌림노래처럼 들려올 (정확히 말하자면 들려와야 할) 목소리들을 이끌고 나가는 뜨거운 선창이다. 마무리는 드라마인에 투고했던 배우 김신록의 목소리로 대신하겠다. "하지만 이제는 '주체적인 오필리어'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 '인간 햄릿'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편집 및 디자인
김나윤

참여 필진
김나윤 황혜림 염승희 김소원 손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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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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