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창작자는 재주 넘는 곰? [문화전반]

글 입력 2018.12.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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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편지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다음의 편지는 세계적인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애플(Apple)’에게 보낸 편지의 해석본이다.



 

애플 뮤직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저의 앨범 ‘1989’ 판매 중단을 요구한 이유를 설명 드립니다.


(중략)

 

애플 뮤직이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3개월의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애플 뮤직이 무료로 음악을 제공하는 3개월 동안 작곡가, 제작자, 실연자에게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이 저에게는 매우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웠으며, 지금까지 진보적이고 관대했던 애플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저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다섯 번째의 앨범을 발매하여 라이브쇼들에 출연하며 제 자신뿐만 아니라 저희 밴드, 동료들, 그리고 회사 관계자들 생계를 책임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하고도 그 성과물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신인 아티스트 또는 밴드에 관한 글입니다.

이 글은 이제 막 첫 번째 저작권료를 지급 받고 앞으로 지급 받을 저작권료로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젊은 작곡가에 관한 글입니다.

이 글은 애플사에서 근무하는 혁신가들과 창작자들처럼 그들의 영역에서 선구자이지만 사용되는 그들 음악들에 대한 연(年) 가치의 25%에도 못 미치는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면서도 혁신과 창작을 위해 언제나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제작자에 관한 글입니다.

 

위 내용을 버릇없는 응석받이 어린 아이의 투정 정도로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이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실연자들, 작곡가들, 제작자들이 애플사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공식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할 뿐이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입니다. 우리는 단지 애플사의 이번 결정에 대하여 동조할 수 없을 뿐입니다.


(중략)


3개월은 무료 서비스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일뿐더러 이에 대해 아무에게도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처사입니다. 이 모든 내용은 애플사의 다른 모든 성과들에 대해 사랑과 경의, 존경을 가지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음악을 창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스트리밍 방식으로의 흐름에 조속히 합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방식이 옳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애플사에 드린 말씀으로써, 음악 산업계에서의 그들이 이 말씀에 심도 있고 진지하게 동의하여 그들의 정책과 마음을 바꾸기에 아직 늦지 않은 시간입니다. 우리는 공짜 아이폰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부디 우리의 음악을 무료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하지 말아주십시오.



출처: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이 편지를 받은 후 ‘애플’은 3개월의 무료 서비스 기간에도 뮤지션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용기 있는 행동에 걸맞은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이 일화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동시에 입이 썼다. 그냥 아름다운 일화라고 보고 넘기기에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편지를 쓰게 된 상황과 우리나라 뮤지션이 처한 현실이 겹쳐 보이는 탓이었다.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즐비한 일이다. 꽤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편지가 절실히 필요했다.

 


크기변환_강남스타일.jpg
이미지 출처: 싸이 공식 트위터

 


가수 싸이의 세계적인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국내 온라인 음원으로 벌어들인 저작권료(2012년 7~9월)가 약 3600만원이라면 믿어지는가? 2012년 당시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던 <강남스타일>의 파급력을 고려해볼 때 초라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강남스타일>의 수익이 이럴 지인데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뮤지션들의 음원 수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음원은 어떤 수익구조로 되어 있기에 여름 내내 지겹도록 들은 <강남스타일>의 수익이 3600만 원에 그친 것일까?

 

요즘 음원을 소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월정액을 지급하고 음원을 자유롭게 듣는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음원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1곡을 스트리밍할 때 발생하는 수익은 약 7원이다. 여기서 60(창작자 등):40(사업자=플랫폼)으로 수익을 나누게 되는데 음원 플랫폼의 몫을 제외하면 4.2원이 남게 된다. (내년부터 이 비율이 65:35로 조정된다.) 이 4.2원에서 끝이 아니다. 여기서 다시 음반 제작사 48%, 저작자(작곡가와 작사가) 10%, 가창 및 실연자 6%의 비율로 분배가 이루어진다. 결국 곡을 만든 저작자와 가수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한 곡당 각각 0.7원, 0.42원이다. 0.42원. 너무 적어서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액수이다. 음악 창작자는 정말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0%와 6%는 창작자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흘린 땀방울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이다.

 


 

창작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음악계의 일만은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출판업계에도 이런 일은 만연하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구름빵> 사건’이다. <구름빵>은 2004년에 출간된 아동용 그림책으로, 국내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리고, 8개 국가로 번역될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뮤지컬, 문구완구, 식품 등으로도 제작되며 4400억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구름빵> 사건은 <구름빵>의 이런 성공에도 원작자인 백희나 씨에게는 1850만 원의 수익만 돌아갔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한국 출판업계의 부당한 관행인 ‘매절계약’ 때문이다. 매절계약은 작가에게 한꺼번에 얼마간의 금액을 주고 그 뒤에 발생하는 수익은 작가에게 주지 않는 것이라, <구름빵>처럼 작품이 크게 성공해도 작가는 그 후의 수익에 권리가 없다. 다행히 <구름빵>의 저작권은 소송과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탓에 백희나 씨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국 출판업계에서 열악한 창작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뽀통령’이라 불리며 많은 어린이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뽀뽀로’에게도 있다. 뽀로로가 창출한 수익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뽀로로를 디자인한 사람은 엄청난 돈을 벌었으리라고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뽀로로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최상현 씨는 돈방석에 앉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뽀로로의 수익은 저하고 큰 상관이 없어요. 저작권은 회사에 있고, 디자이너는 월급만 받을 뿐이죠. 현실적으로 한국에선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의 로열티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금전적인 이익은 없었습니다.” 그는 대신 다른 부분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하였으나 어딘가 답답한 마음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즐거움을 주는 웹툰도 사정이 다르진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최근에 일어난 미성년 작가 저작권 편취 논란이다. 웹툰 플랫폼 중 하나인 ‘레진 코믹스’의 전(前) 대표는 미성년자였던 작가 A의 저작권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레진 전 대표는 줄거리·콘티·대본 등에 관해서는 이야기 한 바가 없음에도 글 작가에 자신의 필명인 '레진'을 올리고 수익의 일부를 가져갔다는 것이 고소의 내용이다.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라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이 작가의 손을 들어준다면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편취사건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은 웹툰 콘텐츠 계약을 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의 2차적 저작물 사용에 대한 권리까지 설정하는가 하면, 추상적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도 하며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불공정한 계약을 해왔다.
 

*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예술은 배고프다는 말 때문인지 유독 문화예술계에는 이런 부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잘 알고,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바로 창작자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불공정한 대우와 계약을 감내해야 했던 이유는 창작자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리라. 노래를 부르고 웹툰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창작자는 자연스레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창작자 개인이 기업에 맞서 싸우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했을 창작자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예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리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대를 맞아 모두가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의 처우 개선에는 무관심하다. 문화콘텐츠를 융성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위와 같은 부당한 일들이 앞으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자행된다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창작자에게 열정만 강요할 것인가. 이제는 창작자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작품이 사라질 때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선 법적인 보호,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업계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결말이 맺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참고자료


[유료음원시장의 빛과 그늘④] 멜론에 결제되는 내 돈은 어떻게 흘러갈까, 미디어SR, 2018.07.05


1년에 133억원치 팔리는 뽀로로 디자이너가 번 돈 얼마?, 조선일보, 2017.07.05


‘뽀로로‘ 아빠 디자이너 최상현이 말하는 윈도우 7 PC와 맥, 중앙일보, 2012.01.26


"레진 전 대표의 저작권 편취, 죗값 치르기 바란다", 오마이뉴스, 2018.11.22


‘웹툰 가격 맘대로’… 서비스 업체, ‘갑질’도 가지가지, 시사위크, 2018.03.28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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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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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하는스누피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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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이제이
    • 2018.12.28 01: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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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하는스누피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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