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을 퀸의 열풍으로 물들였다.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퀸과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각종 SNS에는 퀸을 모르는데도 영화가 재미있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또한 내게도 퀸은 낯선 뮤지션이라 영화관 좌석에 앉을 때까지도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다가올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자 그 걱정은 오산이 되었다. 두 번 발을 구르고 손뼉을 한 번 치자, 심장이 뛰었고 저절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위-윌 위-윌 락 유!”
음악의 힘은 무척 대단하다. 지나간 음악가를 모른다고 생각해도 이미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들어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퀸보다 앞선 비틀즈의 시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전시를 보러 가기 전부터 노래를 찾아 들었다. ‘Let It Be’, ‘All You Need Is Love’, ‘Hey Jude’ 수많은 명곡을 들으면서 역시나 비틀즈를 모른다 단정할 순 없었다.
How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매진 존 레논 展>은 1980년 충격적인 존 레논의 피살로 시작한다.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세월을 거슬러 그의 탄생부터 비틀즈로의 생활, 사랑, 사회운동을 총망라한다.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보았던 것은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였다. 음악가의 비중이 큰 존 레논이라는 예술가를 어떻게, 어떤 비중으로 다룰 것인지가 무엇보다도 궁금했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이동 동선과 각 파트별 분위기에 맞춰 존 레논의 음악과 영상이 재생되었다. 더불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 가사는 글자를 해석하며 느끼는 시적인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전시 파티션별로 나뉜 공간들은 존 레논의 삶의 흐름과 변화들을 잘 보여주었고 함께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은 서사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비틀즈의 음악에서부터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노래 ‘Woman’, ‘love’, 평화를 위한 ‘Imagine’, 그리고 남겨진 이를 위한 ‘Hey Jude’까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예술의 영역 안에서 음악과 미술을 구분 짓기는 싫지만, 이 전시 안에서만큼은 그 둘의 조화가 중요했다. 자칫 음악가로의 존 레논 쪽으로 기운다면 추모전으로 둔갑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한 평화, 페미니즘, 차별반대를 위한 노력을 좀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미술 활동의 비중이 무척 컸다. 그런 면에서 전시는 존 레논의 음악과 미술이 조화롭게 배분되어 있었다. 특히 음악가로의 존 레논이 아닌, 사회운동가로서 존이 오노 요코와 함께 한 행위예술을 자세히 조명했다.
참여


존 레논은 오노 요코를 만나 음악에서 더 확장된 영역으로 넓혀 갔다. 그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흰 풍선이 가득 찬 방안이나, 남산타워가 보이는 창을 배경으로 둔 침대, 배기즘(BAGISM)의 흰 자루를 통해 전달되었다. 전시장 곳곳에 그가 그린 드로잉과 판화, 실제로 착용했던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침대나 자루와 같은 설치물을 통해 참여하게 만든 구성은 관람객의 흥미를 돋운다.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흰 풍선으로 가득한 방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침대에 앉아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존과 요코가 말한 평화를 위한 방식이다. 관객과의 소통은 꾸며진 공간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며 의도를 생각하는 것에서 더욱더 깊어진다.
미술 작품을 보면서 참여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부러 직접 만지고 느끼도록 의도된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 하는 것 모두 전시에 참여한 것이다. 배기즘이라 쓰인 흰 자루에 들어가 존과 요코의 의도를 한 번 더 되새겨 보는 것, 그리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떠올려 보는 것으로 관객과 존, 요코는 소통했다.

평화


줄리안의 입장은 남 일 같지만 않아서 더 그랬다. 나 또한 이혼가정으로 자라면서, 새롭게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누군가의 빈자리가 속상해 울던 밤이 있었다. 혹시 줄리안도 존이 새 가정에서 션에게 쏟는 그 열정에 눈물이 날 만큼 속상했을까. 션 레논의 탄생과 함께 모든 걸 내려놓고 아버지로 충실해진 존의 행보는 아내 오노 요코에겐 다정한 남편을, 그들의 아이 션에겐 멋진 아버지로 대중들에겐 깊은 부정으로 보였겠지만 줄리안에게는 무엇보다도 박탈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Hey Jude헤이, 주드Don't make it bad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 보자고Remember to let her into your heart그녀를 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해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그러면 넌 조금이라도 괜찮아지기 시작할거야
그렇게 많은 입장을 고려해 존 레논은 평가된다. 그 평가들은 역시나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지만 단 하나, 모든 것을 통틀어 공통된 입장이 있다. 그건 바로 존 레논이 온 생을 받쳐 열망한 평화이다. 어떠한 통제도 없이 자유로운 평화의 세계. 그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해 그는 주어진 삶 내내 외쳤다. 그리고 그가 전한 평화의 외침은 서로 다른 입장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