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어코 칵테일 세계에 발을 들이셨군요

도서 칵테일의 모든 것
글 입력 2018.12.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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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칵테일 좋아하세요?



저는

“정말”

x100

좋아하는데요




[도서]

칵테일의 모든 것

_데이비드 그레인저, 로스 매캐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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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기어코 칵테일 세계에 발을 들이셨군요



더 정확히는 술 자체를 좋아한다. 다른 마실 것이 주지 못하는,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힘을 가진 술을 좋아한다. 이미 일상 속의 행복이 혼술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그래서 이미 친구들 사이에선 내 이름이 “애주가”라는 말과 함께 불린다. “오늘도 술 마셔?” 질문에는 “응 당연하지”를 더 많이 말하는 편이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 혼술 리스트를 확인하며 그날 밤의 술을 선정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내가 마실 술을 서포트 해주는 거대한 편의점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요즘 편의점은 안 파는 술이 없다, 나처럼 대학생 혼술러라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머릿속으로는 분주하게 술을 정하고 같이 먹을 안주를 함께 고민하며 그날 하루, 나를 보상하기 위한 밤을 고민한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자주 일어나는 행복한 고민 중 하나다.


가볍게 즐기고 싶은 날에는 제일 사랑하는 벨기에 윗비어(호가든을 제일 좋아한다)을 손에 쥔다. 혹은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날에는 끌리는대로 선택한 라거 비어가 딱이다. 조금 천천히 밤을 보내고 싶을 땐 적당하고 작은 레드 와인병을 손에 쥔다. 소주는 아주 가끔 취하고 싶을 때 혹은 매콤한 음식이 땡길 때 집어가는 편. 사케는 내 취향이 아닌지라 아직까지는 두 번 정도(사케는 혼술한 적이 없다. 가끔 친구랑만 마시는 술) 마신 것 같다. 흡족하게 술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냉장고 가장 시원한 칸에 술을 두고 오늘의 “혼술 나잇”을 기대하며 샤워를 하고 나만의 자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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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가 영 땡기지 않지만 그래도 가볍게라도 조금 마시고 싶은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작은 잔에 얼음을 담고 책상으로 간다. 잠시 책상 소개를 하자면, 내 책상 위에는 아주 많은 책들과 왜 있는지 모를 잡동사니들과 굴러다니는 펜들과 잉크들 그리고...”영롱한 진과 보드카 한 병씩”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내 책상답다는 생각은 온갖 미술 관련 책들과 알코올 병들로 이루어진다). 뚜껑을 돌돌 따서 작은 잔에 따라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행복”이다. 하루를 정말 마무리 할 수 있는듯한 기분. 혼자 사니 밤만 되면 딱히 뭔갈 풀어놓을 곳도 없고, 기분도 풀면서 하루 동안 쌓인 걸 내려놓을 수 있도록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술이었다. 불면증에도 시달리는 나로서는 조금 강한 술 몇 모금이 주는 나른함은 내가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감히 내 일상에서 홀라당 빼버릴 수 없는 게 술이 된 것이고, 그렇게 나만의 혼술 법칙은 인생 살며 정리된 몇 안 되는 공식 중의 하나가 돼버렸다.


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함의 정점은 바로 칵테일이다. 칵테일은 자주 가는(그래봤자 시험이 끝나거나 등 해방의 시작을 알릴 때 가끔 찾아가는) 바가 있어 그곳에서 마신다. 칵테일은 다른 술들과 다른 즐거움이 있다. 다른 술들은 이미 완성된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마시지만 칵테일은 레시피를 확인하고 좋아하는 조합이나 베이스를 골라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좋아하는 베이스 하나로도 여러 모습의 칵테일을 만날 수 있고 그만큼이나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도 많다. 정말 다양한 칵테일, 거기에 바마다도 레시피가 다르니 칵테일은 정말 다른 술들과 남다른 범위를 가지고 있다. 이 덕분에 칵테일은 특이한 매력이 있다. 잘 모르면 마셔본 것만 계속 마셔도 상관없겠지만, 마음이 쏠린 후 하나씩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 버리는 매력. 그리고 사실 모두 내 이야기다. 내가 그렇게 마음이 치우치고, 그만큼이나 알고 싶어도 여전히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있는 것이 칵테일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고작 어른 된 지 이제야 3년을 채운, 술을 이렇게 좋아하게 된 나머지 더 잘 알아고픈 사람의 이야기다. 누가 보면 정말 어설프고 어리기 짝이 없는 술 경험인 것만 같아 이제는 “술”을 이제 좀 알아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더 알고 싶은 법이니까. 그냥 마시기만 하는 데에 그치기에는 더 알고 마시고 싶었다. 특히 칵테일은 더욱더. 그렇게 이리저리 칵테일에 대한 책을 찾아 돌아다니다 만난 것이 <칵테일의 모든 것>이었다. 혹시 저처럼 준비된 애주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글에 왔다면 정말 반가울 따름이고, 글의 시작부터 나의 긴 술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본격적인 “칵테일”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책의 리뷰는 이제부터 시작하려 한다.



"부엌에서 홀로 홀짝 마시든,

근사한 바에서 한잔 기울이든,

친구와 함께 편안하게 마시든

<칵테일의 모든 것>은

칵테일을 넘어서

음주의 지혜와 격려, 지침을 제공한다.

그것도 대박 맛있는 술과 함께.”


- 책 소개 중



*


 “오늘날 음주 생활의 즐거움을 소개하는 문화교양서”



이 책은 “Man”이란 단어를 ‘어른답게 마시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시작한다. 어떤 책인지 감이 오는가. 내가 느끼기로는 이 책은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칵테일과 다른 범위를 다룬다. 그저 달콤하고 예뻐서 마시는 칵테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술”이라서 마시는 사람들의 글과 지식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같이 칵테일을 알아보자며 쉽고 가볍게 사람을 부르기보다는 당신이 정말 술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들어야 한다고 부르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칵테일의 “필수 교양”과 그 외의 함께 알면 좋을 맛있는 칵테일과 창조적인 칵테일의 셀렉션이 선별되어 있다. 그리고 칵테일별로 레시피와 담긴 이야기와 지식, 만들 때 필요한 기술들을 깔끔하게 정리해두었으며 더불어 “어른답게 마시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음주인으로서의 길잡이와 팁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폭넓게 테스트를 해본 결과 지금까지 등장한 비율 중 1800년대 공식이 가장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데, 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마티니’라는 음료에 정확히 부합하진 않는다. 1890년대 마티니가 좋은 베르무트만 있다면 가장 세련되었고, 스토크 클럽 버전은 대담하고 매끈하고 우아하다는 점에서 음료계의 시그램 빌딩이라해도 무방한다. (“투명한” 마티니? 그건 단순히 얼음을 넣은 진에 불과하다. 정 원한다면 용기를 갖고 주문해야 할거다)


- 클래식 칵테일 No.3 “마티니” 일부



단순한 칵테일 레시피북이라고 부르기엔 마티니는 이렇게 만들고, 맨해튼은 이렇게 만들고 등의 단순한 내용을 넘어선다. 저자가 정석이라고 판단한 레시피를 두고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팍팍 나는 지식을 곁들인다. 기본적으로 술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언제 즐기면 좋은지, 다른 레시피로 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심지어 어떤 브랜드의 베이스가 좋은지까지 꼼꼼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이 전혀 길지 않은 한 두 문단으로 간결하게 딱! 정리된 모습은, 딱! 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알아야 할 지식의 핵심을 집합해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책. 지식이 주르륵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이쪽 방향, 저쪽 방향 모두 필요한 부분을 챙겨 놓고 완성한 정육면체 조각을 주는 듯한 칵테일 지식의 모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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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칵테일 내용 일부


레시피에 대한 정보 자체도 디테일하다. 정석으로 선정한 칵테일 레시피와 함께 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과 재료들도 지면을 따로 두어 설명을 담아 놓았다. 바텐더로서 필요한 도구, 기술, 그리고 알아야 할 지침들도 함께 담겨있어 얼핏 보면 바텐더를 위한 책으로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술, 특히 칵테일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직접 만들어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고(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바텐더로서의 지식은 오히려 굉장히 관심 있는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정말로! 좋아하는 취미가 발전하는 모습은 늘 자급자족의 경지에 이르기 마련이지 않는가(사실 나의 취미가 모두 그런 모습들이었다). 사실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 하던 참이었으니 이런 자세한 내용들은 굉장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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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앞의 것이 마티니, 중간 것이 김렛


그리고 운 좋게도 책을 읽는 기간 사이에 칵테일 바에 가는 날이 겹쳐 “필수 교양”에 소개된 칵테일 몇 잔을 마셔보고 왔다. 이미 준벅이나 피치크러시, 도화 같은 달콤하고 예쁜 칵테일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칵테일” 자체를 시도해보고 싶다면 이 “필수 교양”이 제대로 된 칵테일 경험을 위한 입문으로 딱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바에 가서 14개의 필수 교양 중 김렛과 마티니를 처음 마시고 왔다. “무슨 술을 마실까”라는 질문은 칵테일에서는 답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주변에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칵테일은 특히 너무 많다) “필수 교양”이라는 오히려 빼먹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이름의 추천은 아주 좋은 가이드였다. 계속 이어질 “다음엔 무엇을 마시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이미 책 한 권으로 받아버린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마셔할 칵테일의 리스트를! 내 경험을 채워서 칵테일 지도를 그리는 건, 정말이지 짜릿하다. 본인이 칵테일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뭐든 좋아하는 것은 알아가는 건 정말 의심의 여지 없이 행복한 모습이 아니었나.



+


상상치도 못한 팁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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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술을 마신다. 생각 없이 마시지 않는다”


- 머리말



*


이봐, 음주는 대박 즐겁지.

다들 그렇게 말하잖나. 그럼.

사람들은 더 좋아 보이고

바다는 더 푸르게 보인다고.



“젊은 음주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 책에 관심이 간다면 <칵테일의 모든 것>은 단순한 레시피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어른답게 마시는 사람”으로 돌아와 보자.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단어인 것 같다. 분명 “어른답게 마시는 사람” 은 단순히 술을 잘 알거나 오래 마셨거나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잘 마신다는 사람은 아닐 테다. <칵테일의 모든 것>을 읽으면서 “어른답게”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음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술 너머의 것에 대해 질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접했다. 이를테면 “좋은 음주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책의 초반에는 이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를 암시하듯이 “젊은 음주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다.



“젊은 음주인들은 대개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한다네.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해봐. 이것이 음주의 핵심이야. 끊임없이 보는 것. 다른 사람보다 덜 취했으면 주위를 둘러보게나. 다른 사람보다 더 취했으면 거울로 자신의 멍청한 얼굴을 들여다보길. 술자리에서 버티려면 행동 양식을 세워야 한다네. 구부정하게 있지 알것. 흘리지 말 것. 규칙을 정하는 거야.”


“음주에 학습안은 없지만 우리는 배워야 한다네. 권위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법칙도 없지. 그런데 배우는 게 자네들 일이야. (...) 가끔 주의를 둘러보면 왜 그런 사람들 있잖나, 소리치는 놈, 고꾸라지는 놈, (...) 그런 사람은 자기가 누군지, 어떤 모습인지, 사람들이 뭐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두게나. 공평하게 경고를 하나 하자면 결국 자네들도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 그럴 때는 술을 끊도록. (...) 결핍을 관찰하고 그걸 느껴봐. 어떤 식으로든 겉으로 보기에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거야. 술을 안마신다는 게 어떤 건지도 알아두라고.”


- 젊은 음주인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



내가 술을 접한 경로를 생각해보면 적어도 대학생 문화에서는 스무 살이 되면 당연하게 술을 경험해봐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처음부터 술을 단지 즐기는 것으로만, 취하기 위한 용도로만 인식하게 돼버리는 문화의 흐름에 휩쓸리다 보니 “좋은 음주”라는 존재 자체가 모호하게 돼버린 것 같다. 사실 지금껏 “좋은 음주”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올바른 음주를 위해 충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의 처음으로 <칵테일의 모든 것>에서 꽤 무게있는 글을 마주한 것이다. 좋은, 올바른 음주란 무엇일까. <칵테일의 모든 것>에서는 올바른 음주가 무엇인지 콕 집어 얘기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술을 즐겨온 에디터들이 이야기하는 음주에 대한 이야기는 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마실 사람이라면 가볍게만 지나칠 수 없는 내용들이다.



*


절제만 잘한다면

밤술 한 잔은 알코올이라기보다는 일과(日課) 같아서

하루의 짐을 내려놓을 때

속도 든든히 채워주고 긴장도 누그러뜨린다.



“나이트캡”



“나이트캡”이란 단어를 접해본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나의 혼술을 나이트캡이라 부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종류뿐만 아니라 마시는 시간대로도 칵테일을 분류하다니, 생각보다 칵테일의 세계는 정말 다채롭다. 인용구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나이트 캡(Night-cap)은 잠들기 직전에 마시는 칵테일을 총칭한다.



“이미 잠이 오기 시작했다면 밤술은 건너뛰어도 된다. 매일 밤 통과의례는 아니니까. 하지만 상황이 받쳐준다면 이보다 즐거운 것도 없다. (...) 밤술 한 잔의 핵심은 술이 아니라 일과처럼 행하는 데 있다. (...) 물론 여기서 꼽은 술들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자기 잔에 따르고 싶은 술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


- 나이트캡 일부



아무래도 자기 전 혼자 보내는 시간에 술을 가볍게 마시는 편이라 나이트캡 부분은 정말 즐겁게 읽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만나면 정말 반가우니까. 밤술에 대해 “이보다 즐거운 것도 없다”라는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나는 여러 글들 중 이 글에 정말 공감했다. 정말 가벼운 밤술은 최고다!). 얼마나 최고냐면 이 글을 쓴 데이비드 윈드리치는 심지어 밤술에 관한 귀한 이야기는 전적으로 이 내용에 집중해서 풀어놓을 수 있을 때를 대비해 남겨놓는다고 말할 정도였다(그렇다면 나는 침착하게 이 내용을 기다려 봐야겠다).


밤술이라는 게 정말 특별한 범위의 술이 될 수 있다면 나의 술 생활은 꽤나 다른 면에서도 의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술을 마시면 마시는 것 뿐이었지, 술과 함께하는 생활 자체에서는 아마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술 생활'에 대해 바라볼 수 있었다. "나이트캡"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알게 되고 그렇게 내가 즐기는 밤술의 시간은 여러모로 더 단단하고 없던 의미도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밤술에 대한 추천 리스트를 주르륵 받아버렸다. 미국 에디터들이 쓴 글이고 하니 이 술들의 브랜드를 내가 직접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단순하게 마시던 것만 알고 있던 내 앞으로 더 폭넓은 내용이 선명해졌고 생각보다 이 책을 만나기 전과 후의 모습의 사이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칵테일의 모든 것>으로

당신의 음주 생활이 향상되길 바란다.

그리고 술잔을 든 사람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우리는 용기를 얻는다.


-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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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칵테일의 모든 것>을 읽으면서 리뷰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물론 칵테일에 대한 레시피와 정보의 “비중”이 높은 도서지만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했듯이 <칵테일의 모든 것>은 단순히 음주 종합백과사전으로만 의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만 담겨 있다면 딱딱한 사전이 되었을 것이지만, 단순한 사전이 아니게 하는 다른 지점은 바로 “경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쉽게 만날 수 없는 “음주”에 대한 그냥 흘러가는 지식과 이야기가 아닌 글을 이루는 에디터들의 경험과 식견이 한껏 더해진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을 리뷰에서 나누고 싶었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쉽게 얻지 못한 음주라는 것에 대한 필요한 무게가 있는 이야기들 말이다. 술이라는 게 어른이 되면 당연히 경험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면서도 그것을 올바르게 즐길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이 글을 읽은 수많은 여러분의 “술” 생활은 어떤지 잘 알 수 없으나, <칵테일의 모든 것>에서 나눌 이유가 있는 내용의 인용과 나의 생각을 더해서 함께 “나의 음주”라는 것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할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가 <칵테일의 모든 것>에 담겨 있어서 정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단순히 칵테일 레시피를 담은 책은 많이 봤지만 음주라는 문화로서, 그 모습에 대해 세심히 다루는 책은 아직 쉽게 볼 수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칵테일에 대한 정보도 이미 언급했지만 정말 잘 정리되어있다.


누군가는 술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 주장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몰라도 술을 즐길 수 있지만 알고 즐기는 건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냥 즐기는 것”과 “잘 즐기는 것”은 다르다는 것. 그렇다면 누군가의 지식은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본인의 술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내용에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글을 쓴 데이비드 윈드리치가 말한 것처럼, 이 내용들은 전문가들의 경험과 식견에 기반하여 선정된 추천들이지 결국 본인의 잔에 술을 따르는 건 나 자신이니까.


술이라는 건 정말 정해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술 자체에 대한 무게 없이 사람들과 즐기고 그냥 마셔도 당연히 되고 굳이 특별한 지식 없이도 술은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음주 생활을 지어나가는 건 또 다른 나만의 특별한 범위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간을 내어 이 시간을 위해 좋아하는 술을 정하고 술과 함께하는 좋아하는 시간대를 비우고 나만의 술과 함께 보내는 방식을 정하는 것. 사실 정해진 것 없이 나만의 행복을 지어간다는 건 정말 즐거운 것이고 나도 이러한 이유로도 술을 좋아하고 있다. 혹시 당신도 그렇다면 <칵테일의 모든 것>은 좋은 가이드이자 지침이 될 것이다.


글 끝에 오니까 술을 아직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좀 좋아한다고 도서 리뷰와 함께 조잘조잘 말한 것만 같아 조금 부끄러운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뭐든 알아가는 과정이 그런 모습이라며 스스로 마음 토닥여보고 앞으로는 더 완성된 혼술을 즐기자며 슬슬 글을 마무리하며 다독여 봅니다(토닥토닥. 앞으로도 나를 위해, 조금 더 멋지게 마시자).


무엇보다 지금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고, 마침 크리스마스도 다가왔고 반갑고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른 의미의 분주함이 일어나고 있는 시간이다. 그만큼이나 여러 모습의 술자리가 일어날 텐데, 술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사람도 그 순간도 혹은 일상 속에서 홀로 즐기는 술도, 어떤 순간이든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당연히 즐거워야 한다!(함께하고픈 사람들과 술이 있는데 어찌 안 즐거울 수가) 새 시작을 맞이하는 소중한 연말의 시간도 우리 모두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어린 음주인의 <칵테일의 모든 것> 리뷰를 마칩니다.






[도서정보]



“오늘도 적당히 즐긴다

가볍게 즐기는 술 한 잔의 매력”



『칵테일의 모든 것』


칵테일의모든것_입체.jpg
 

저자

데이비드 그레인저 서문, 로스 매캐먼,

데이비드 윈드리치 엮음


가격

22,000원


쪽 수

212쪽


출판사

벤치워머스

:벤치워머스는 푸른숲의

취미·실용, 라이프스타일 분야 브랜드입니다.




[책 소개]


《칵테일의 모든 것》은 1930년대 금주법 폐지 이후부터 지난 80여 년간 〈에스콰이어〉가 축적해온 음주와 관련한 지혜를 한 권의 책으로 증류해낸 음주 애호가들을 위한 안내서다. 다년간 쌓은 음주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콰이어〉 주류 문화 담당 피쳐 에디터와 칵테일 전문 칼럼니스트를 중심으로 수십 년간 사내에 쌓인 자료와 음주 경험을 뒤지고, 또 까다로운 선별 작업과 토론을 거쳐 꼭 마셔봐야 할 칵테일을 분류해 정리했다. 어른이라면 (책을 들춰보지 않고서도) 누구나 만들 줄 알아야 하는 14가지 필수 칵테일과 필수 교양까지는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70여 가지 칵테일, 친구들을 초대한 홈파티를 근사하게 업그레이드해줄 10가지 대용량 음료와 펀치 등 100여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용도와 중요도에 맞춰 소개한다. 그 사이사이 남성 문화 전문잡지사 출신들이 엮은 책답게 술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거리와 이야깃거리 등 칵테일에 관련한 기본 지식을 촘촘하게 끼워 넣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칵테일 레시피 북이 아니다. 클래식 칵테일의 전통적인 레시피를 잘 정리해놓은 것이 핵심이긴 하지만  이 책이 가진 독특한 맛은 칵테일과 음주 문화를 섭렵한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세심한 촉으로 오늘날 음주 생활의 즐거움을 소개하는 문화교양서라는 데 있다. 집에서도 직접 말아 마실 수 있도록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도구부터, 모든 칵테일 제조의 근간이 되는 7가지 기본 공식과 계량하는 법, 흔들기, 젓기 등 보기에는 까다로워 보이지만 매우 배울 가치가 높은 기본 기술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칵테일 중에서 고르고 골라 선별한 메뉴만큼이나 어른답게 술을 마시는 태도나 바에서 자연스럽게 주문하는 법과 같은 정제된 음주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술 한 잔 놓고 나누는 아내와의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어린 후배들에게 들려줄 음주 무용담까지, 술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나눌 법한 시시콜콜하면서도 술자리의 흥이 깃든 이야기를 통해 잔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음주 애호가들을 위한 음주의 도와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부엌에서 홀로 홀짝 마시든, 근사한 바에서 한잔 기울이든, 친구와 함께 편안하게 마시든 《칵테일의 모든 것》은 칵테일을 넘어서 음주의 지혜와 격려, 지침을 제공한다. 그것도 대박 맛있는 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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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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