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는 늘 가짜와 싸워야 해, 분노하세요​!

글 입력 2018.12.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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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우리는 늘 가짜와 싸워야 해
분노하세요​!



가끔 유튜브를 볼 때 감정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문명화된 사회는 안락함을 제공했지만, 길들여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억압도 제공한다. 인터넷 방송 BJ들은 음식을 입에 마구 집어넣거나 소리를 빽 질러서 인기를 얻는다. 입담과 표현력을 가진 그들은 큐브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서 쾌락을 얻는다. 그 기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우리들 대신 불을 질러준다. 우리는 그들이 주는 카타르시스트에 중독되어가고 있다. 심각하게 귀여운 고양이건, BJ들이 벌이는 기행이건, 우리는 관음함으로써 느끼길 갈망한다. 그것도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짧은 5분 요약 영상처럼, 무척 효율적인 형태로 말이다. 우리는 주머니에서 꺼내먹는 땅콩처럼 감정을 섭취한다. 사실, 어쩌면 이미 중독되었을지도 모른다.


<분노하세요>의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다.



골때리는 세상, 뒤통수 때리는 오디션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분노 서바이벌 오디션’이 3회째 이어져 오고 있다. 1등에게 3억이라는 상금이 돌아가는 만큼 참가자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 그들 중 생방송에 출전하게 되는 사람은 열 명이고 매주 경연을 하여 한명씩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탑3, 세 명이 남았다. ‘앵그리 박’ ‘매드 킴’ ‘크레이지 송’

탑 3에서 크레이지 송은 심사위원들에게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아 떨어진다.

드디어 탑2 경연 마지막 날이 밝았다. 참가선수 1번 ‘앵그리 박’ 참가선수 2번 ‘매드 킴’ 3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발표시간, 제3회 분노서바이벌오디션의 최종우승자는!!!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저것이야말로 근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궁극의 유튜브 세상이라고 해야할까, 감정을 관음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기에 감정이 하나의 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쇼이기 때문에 자본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승자는 3억을 받는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꾸며내게 될 것이다. 3억의 영광, 전 국민의 관심,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 중 하나는 핫6나 레드 파이어의 광고를 찍게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다리를 꼬고 이들의 분노를 평가한다. 가장 '분노'하는 사람을 고르지만, 그 분노는 진실된 것이어야 한다. 그 중에는 정말로 분노를 느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분노하세요"라는 제목처럼 반 강제적으로 분노를 표출해야하는 이들의 분노가 정말로 개인의 진실된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이 점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모순이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완벽하게 적응해 버린 사람들, 감정에 목마른 그들이 만들어낸 쇼지만 그들이 관음하는 감정 역시도 꾸며진 것이다. 등급표를 달고 무대에 차등적으로 서서 춤추는 사람들. 쓰고보니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들을 겪어오지 않았는가.


사실 감정을 주제로 한 쇼는 오늘날에도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분노'라는 소재만큼 부정적이지 않지만 그만큼 자극적인 '사랑'이 그 주제다. 나는 최근에 <허트 시그널>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을 배꼽 잡으면서 웃은 적 있다. <하트 시그널>을 동경하는 이들이 모였지만, 이들은 희화화 되어 표현되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감정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개그 쇼가 되었다. 원작인 <하트 시그널>은 한 숙소에 '주연'들을 모아 소위 썸을 타게하고, 마지막에는 고백을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바로 전에는 가상 결혼 생활이 있지 않았는가. 생각해보면 '사랑'의 발생을 하나의 프로그램 쇼로 만들어낸다는 발상이 현대사회의 초상화일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권력이 전체주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권력을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역사의 흐름에 존재하는 어떤 알력, 젠더나 정치구조에 흐르는 강력한 힘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인간성보다는 아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돈을 벌고, 세상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그런 생각이 자츰 가라앉았다. 오늘날 인간성을 왜곡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돈이다. 정말로 돈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권력의 알력에는 저항할 수 있지만, 돈에는 저항하기 어려워한다. 돈으로 세상을 울리는 사람이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돈 자체는 가치가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러한 맥락의 연장선으로 이 연극을 기대하고 있다. '분노하세요'라는 말처럼 감정이 강요되고, 과장된 감정이 돈으로 치환될 수 있는 세상,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세상을 연극이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작품은 감상 전, 중, 후가 모두 다른 느낌을 주기에, 이 연극이 어떤 내용을 담아낼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필자가 전달받은 정보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만 필자는 사람과 마네킹이 도시 구석 구석에 서있는 현대사회에서 '3억을 주는 분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를 기대할 뿐이다. 어느때 들었던 팝송의 가사처럼, 우리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 늘 가짜와 싸워야한다.


극단 파수꾼은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지만 소박한 생각과 아날로그 감성을 지키는 작업을 강조하는 극단으로, 자본주의의 기형적인 격류를 막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모토로 내세우는 극단 파수꾼과, 2013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자인 작가 이미경과의 만남이다.



2018년 12월 21일(목)~12월30일(일)

* 12월25일(수) 공연 있습니다


평일 8시 / 주말 4시 / 월요일 쉼

* 12월25일(화) 3시,7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시간: 90분

가격: 30,000원

관람등급: 13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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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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