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마트한 오디오의 세계로! [기타]

오디오 매체는 영상 매체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해있었다.
글 입력 2018.12.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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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섹 했다. 수술 후 3-4일 정도 눈을 뜨지 못할 것을 의사선생님께 미리 들을 수 있었고, 나는 4일 동안 시각을 이용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차라리 일을 하면 좋을 텐데, 4일을 쉬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지루함에 빠질 게 뻔했다. 영화도 책도 볼 수 없고 바깥에 나갈 수도 없다... 뭘 할 수 있을까? 떠오른 방책은 마음 놓고 음악이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음악도 4일 내내 듣는다면 질리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곧 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몇 달간 회원으로 이용 중이던 '밀리의 서재' 어플이다. e북을 제공하는 독서 앱인데, 최근 여기서 오디오북을 론칭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뒤이어서 다른 비슷한 어플들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 서비스는 생각보다 아주 다양했고 써볼만했다. 이제부터 내가 며칠간 의존했던 스마트한 오디오 서비스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1. 밀리의 서재 리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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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광고 이미지


한창 TV에서 이병헌과 변요한이 광고 중인 밀리의 서재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리딩북이 업데이트된다. 인기있고 최근 출간한 책을 중심으로 리딩북을 제공하는 듯하다. 밀리의 서재 리딩북이 다른 오디오북과의 차별성은 바로 소요 시간에 있다. 리딩북을 다 듣는데 대략 30분 정도가 걸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 하면, 책을 요약해서 들려주기 때문이다. 고지식한 내 친구는 30분 만에 책을 읽어준다는 이 서비스에 대해 듣고는 격노했다. 그것은 절대 책을 읽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하며, 얕은 지식을 제공하는 어플을 비웃어주었다. 하지만 이 리딩북은 그저 책의 성의 없는 압축 버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오히려 책을 더 읽기 쉽도록 이끌어주는 느낌을 준다. 나는 몇 가지 인기 있는 리딩북과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다운로드해놓고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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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리딩북



먼저 가장 인기 있는 리딩북인 이병헌이 읽어주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변요한이 읽어주는 유시민의 신작 <역사의 역사>를 들었다. 우선 그 마성의 달콤한 목소리는 리딩북에 집중할 수밖엔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 배우의 꿀같은 보이스를 제외하고서도, 리딩북은 흥미로웠다. 책의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기본이고, 듣는 이에게 말을 걸며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주장을 요약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책의 액기스만 빨아들이는 기분을 선사한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매우 공들인 발표를 듣는 느낌! 책에 대해서 완벽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며, 청중을 끌어당기고 즐겁게 발표에 빠져들게 해준다.


그러나 이 30분 만에 읽는 리딩북이 어울리는 책은 따로 있어 보인다. <사피엔스>와 <역사의 역사>도 사실 리딩북에 적합한 느낌은 아니었다. 문학적이거나 철학적인 서적도 리딩북엔 어울리지 않았다. 요약한다고 책의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듣고 나면 오히려 본 책을 사서 제대로 읽고 싶어진다. 리딩북에 진정 어울리는 책은 따로 있다. 바로 자기계발 서적이다. 자기계발 서적은 저자의 주장과 이론이 주된 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요약해서 정리된 버전을 듣는 것이 더 흡수하기 쉽고 이득이다. 들어본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은 리딩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막판에 앱이 튕겨서 페이지 안 넘어가던 거 빼고는..)




2. 오디오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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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클립' 로고



또 다른 것은 네이버의 오디오 클립이다. 오디오 클립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사실 디자인이다. 잘 알려진 프랑스 애니메이션 <꼬마 니콜라>의 등장인물들이 어플 곳곳을 차지한다. 작가 장 자끄 상뻬가 오디오 클립과 콜라보 한 것이다. 그의 귀엽고 가벼운 드로잉은 어플이 예뻐서 다운로드하게 만든다. 정말 예쁘다.


외관 칭찬은 그만두고, 어플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오디오 클립은... 좀 잡탕이다. 스마트폰으로 찾을 수 있는 모든 오디오 서비스가 분야에 상관없이 존재한다. 팟캐스트, 라디오, 오디오북, 강연까지 찾으면 없는 게 없다. 그중에서도 내가 들은 것은 주로 강연 오디오였다. 평소에 자주 보던 네이버 <열린 연단>의 질 좋은 강연을 오디오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건 참 좋았다. 듣고 싶은 강연을 골라서 미리 다운로드해놓으면 인터넷이 안되는 환경에서도 들을 수 있다. 또 좋아하던 <세바시> 오디오 채널도 있어 여러 강의를 즐겁게 들었다. 이 외에도 훌륭한 강연 채널이 참 많다. 이동하는 시간에 강연을 듣고 싶다면 오디오 클립은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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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 포스터



강연 채널 말고도 재미있게 들었던 것은 <대화의 희열> 오디오 채널이었다. 본래 KBS2에서 방영되는 토크쇼이지만, 오디오 클립에서는 미방 분이 포함된 오리지널 판을 들을 수 있다. 토크쇼를 오디오로만 들으니 라디오에서 게스트가 나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게스트별로 10~15분 정도되는 분량의 오디오가 3편 정도씩 있다. 토크 주제도 제목에 나와있어 듣고 싶은 걸로 골라 들으면 된다. 내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국종 교수님의 이야기를 시각을 이용하지 않고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채널이었다.


그리고 오디오 클립의 오디오 북도 궁금해서 들어보았다. 거의 유료 서비스로, 책 하나씩 결제해서 보는 방식이었다. 대여하거나 구매해서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무료 오디오북 서비스도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문학동네 세계명작 시리즈다. 음성합성기술로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책의 모든 분량을 합성된 음성으로 들려주는데... 솔직히 듣기 어려웠다. 아무리 유인나 씨의 목소리라고 해도 음성의 기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계 음성이 머리 아팠고, 거슬렸고, 작품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조금 들었는데, 이는 문학 작품의 가치를 훼손시킬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음성합성기술은 아직 성우를 대체할 정도로 혹은 문학 작품을 소화해낼 정도로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정말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문학의 영역까지 완벽히 들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




3. 아이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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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팟캐스트 화면



마지막은 아이폰을 이용한다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보라색의 팟캐스트 어플이다. 오디오 클립과 겹치는 방송도 있고, 겹치지 않는 방송도 있다. <지대넓얕>같은 경우 오디오 클립에는 없다. 또한 아이폰 팟캐스트가 공중파 방송사의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이 더 많이 등록되어있기는 하다. 나는 팟캐스트에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신나서 방송을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이 방송에는 함정이 있었다. 팟캐스트에서 제공하는 배캠은 DJ가 틀어주는 음악이 모조리 편집되어 나온다. 배캠에서 음악이 빠지다니.. 이럴 거면 왜 팟캐스트 채널을 올려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애플 서비스는 이렇게 자주 실망감을 준다.


또한 어플이 오디오 클립만큼 친절하지도 않다. 어플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한 편이다. 디자인이 매우 심플하고 추천 채널도 많지 않으며 한정적이다. 그러나 곧 어플에 익숙해지면 수많은 팟캐스트를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 팟캐스트의 진짜 장점은 쉽게 해외 오디오 채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TED 강연도 분야별로 제공되고, BBC의 수많은 라디오 채널도 등록되어있다. 이번에 좋아하는 해외 밴드가 게스트로 나오는 라디오 방송를 찾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아이폰 팟캐스트는 수많은 해외 오디오 채널을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어플일 것이다.




오디오 어플 탐사 후기



수술을 하고 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눈을 감고 보냈다. 처음에는 이 영상의 시대에서 시각을 잃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오디오 서비스를 찾아보니, 청각에 의존한 매체도 라디오만 있던 게 아니라 지금까지 참 다양하게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감각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게 아닌 청각 하나만 이용해서 집중하는 오디오는 문화를 좀 더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여전히 오디오 매체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지금껏 다양하게 발전해온 개성 있는 오디오 채널들을 꼭 한번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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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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