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지중해의 영감

글 입력 2018.12.01 17: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중해의 찬란한 모습은 시기심에 찢긴

이 세계 밖으로 우리를 들어 올린다.”


예지의 언어로 빚어낸

장 그르니에의 아름다운 산문



지중해의영감-입체표지.jpg
 


표지만 봐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초록색이 거의 섞이지 않은 진한 쪽빛과 한 방울의 오염도 허용하지 않은 철저한 하얀색. 철저한 학습의 결과일지는 몰라도 지중해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색의 조합은 가장 완벽한 색조합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하얀색과 어울리지 않는 색을 찾기 힘들긴 하지만, 푸른색과 함께라면 하얀색은 다른 색을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 고유의 빛을 더욱 반짝이게 된다.




장 그르니에는 누구인가?



장 그르니에는 리세 알제의 교수를 거쳐 파리대학교에서 미학 교수로 재직했던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섬>과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지중해의 영감> 등이 있다. 그는 알제에서 <이방인>과 <페스트>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카뮈의 문장에서 그르니에의 영향력이 분명히 보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중해의 영감>에선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태평스러운 무심함”을 관조하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이방인>의 주인공, 끝내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을 향하여 마음을 여는 사형수 뫼르소와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는 스승인 그르니에보다 제자 카뮈를 먼저 접했기에 순서가 약간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지중해의 영감>을 읽을 때 이 둘의 유사점을 찾는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지중해는 땅 중 바다, 즉 땅의 중간에 있는 바다를 뜻한다. 유럽 지중해는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유럽에 둘러싸여 있는데 일반적으로 ‘지중해’라 하면 이 유럽 지중해를 가리킨다고 한다. 고대부터 중세 말까지 유럽 문명의 중심이었으며 오늘날엔 세계 항로의 주요간선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지중해가 그르니에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그에게 지중해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기에 앞서 나에게 지중해는 어떤 곳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일단 ‘지중해’하면 떠오르는 대로 나열해보았다: 올리브, 올리브오일, 지중해식 식단, 산토리니, 그릭요거트, 그리고 며칠 전에 가본 지중해식 샐러드 가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식생활과 관련된 단어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떠올랐다. 사실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기에 근 몇 달간 지중해식 식단을 최대한 실천하려는 중이다.


 

13.jpg

위샐러듀 2호점의 '솔로몬 샐러듀 세트'

훈제연어, 블랙올리브, 양파, 레몬, 쿠스쿠스,

피타브레드, 사워크림, 견과류, 레드와인워터 등



지중해식 식단을 꾸리기 위해서 신경 써야하는 몇 가지 부분들이 있다. 우선 과일, 채소, 콩류, 통밀, 올리브오일, 견과류, 씨앗류, 허브와 향신료를 매끼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생선류는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 포함하고 우유나 계란 같은 유제품은 주별로 양을 제한한다. 또 붉은 육류와 당분은 최대한 제한하고 하루 8잔의 수분 섭취를 권장된다.


원한다면 여기에 하루 한 잔의 레드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정석대로 엄격히 지키긴 힘들겠지만 개인의 생활에 맞춰 적당히 변형한다면 건강도 챙기면서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단이라고 생각한다.



14.jpg
 


지중해하면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잘 찍힌 산토리니의 사진 한 장이 스친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산토리니는 지중해를 대표하는 장소일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을 쬐며 하얀 건물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로망이 된 지 오래다. 지중해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그곳을 굉장히 먼 곳처럼 느껴지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가까운 곳, 가까워지고 싶은 곳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속에 저마다의 지중해를 품고 있다



<지중해의 영감>의 저자 그르니에에게 지중해는 어떤 곳일까.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에 이를 다룬 책까지 쓴 것일까. 이 책에선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했던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에 대한 그의 감상을 접할 수 있다. 다음은 그가 지중해에 대해 느낀 점들을 묘사한 책 속 문장들이다.



“나는 이 고장에 올 때면 무언가 내 안에 맺혀 있던 것이 풀리고 마음속의 불안이 걷힌다는 생각을 했다.”


“시프레 나무들이 땅과 이루는 저 직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듬어주는 팔처럼 구부린 그 어느 만의 정경은 쓰라린 맛을 경험한 자의 마음에는 얼마나 커다란 휴식인가!”


“눈부신 빛이 헐벗은 바위들 위에서 노닐며 온통 영적인 한 편의 시를 이끌어내니….”



그르니에는 인간은 누구나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장소나 풍경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만나지 못했더라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찬란한 빛을 뽐내며 무수한 영감을 주었던 지중해가 그에겐 이런 장소였을 테고, 나의 경우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은 몇몇 여행지나 평온함을 주는 동네 카페 정도가 떠오른다.


다만 이들이 나에게 삶의 즐거움을 준건 확실하지만 그걸 뛰어넘은 황홀함이나 영감을 주었다고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님의 번역을 통해 그르니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 전해지지 않았던 영감이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자 장 그르니에

역자 김화영

출판사 이른비

ISBN 979-11-955523-7-5  03860
발행일 2018. 6. 30
145*205mm|반양장|240쪽|값 15,000원



[강혜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