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 제가 아는 그들의 모습을 찍은 것뿐인걸요." <스타일은 영원하다 展>

글 입력 2018.12.0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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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스타일은 영원하다 展


"전 제가 아는 그들의 모습을 찍은 것뿐인걸요."


이번 다녀온 전시는
<스타일은 영원하다 展>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포토그래퍼 노만 파킨슨의 사진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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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아는 그들의 모습을 찍은 것뿐인걸요.

노만 파킨슨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그가 선택한 이름이다. 이처럼 자신이 이름을 괴짜처럼 바꿀 정도로 주위에서는 참 독특하다는 평을 받았던 예술가다. 그의 라이벌들은 그를 '좀 튀죠.(a bit flash)'라고 표현했다. 스튜디오 촬영이 트렌드일 때, 그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의 시도는 당시에 독특한 작품 세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자유롭고, 정형화되지 않은 그만의 새로운 작품세계가 펼쳐질 수 있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보다 피사체 자체의 자유로움을 그는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여성 모델들에게 그들의 무릎을 움직이라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포즈와 갇혀있지 않은 모습을 끌어내고자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작가 일을 하며 또래의 모델들과 친분을 가졌고, 친구처럼 편한 분위기에서 모델들이 갖고 있는 것들을 끌어내는데 더욱 수월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사진이 독특하고 멋있다는 칭찬이 오면 그는 그렇게 답한다. '전 제가 아는 그들의 모습을 찍은 것뿐인걸요.'

그는 이미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은 것들을 발견한 사람이다. 아무도 보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내 보았던 그의 시선이 새로운 트렌드를 완성시키는 시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가 모델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자기 자신이 실제 알고 있는 본연의 매력들을 찾아내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이 다양한 개인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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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국 왕실의 초상 사진가였는데, 그가 남긴 말을 보면 그가 개개인을 어떠한 상황이나 신분과 같은 외적인 요인보다 개인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존중을 담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개인을 집중하면서 그 존중이 잃지 않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발줌'이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다. 가장 좋은 줌 방법은 직접 발로 가까이 가는 것, 가까이에서 피사체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피사체에 직접 가까이 감으로 인해 그 피사체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그 풍경의 순간을 더욱 잘 포착할 수 있다.

대담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사진가가 그 자연스러운 풍경을 일그러뜨리는 한 가지 요소가 될 수 있다. 피사체를 잘 이해하기 위해 다가서면서도 존중, 그 피사체, 찍고자 하는 무엇인가를 해치지 않겠다는 그런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길 원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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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색감, 다양한 구도, 역동적인

사진을 전공하지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는, 그저 사진에 관심이 있을 뿐인 한 사람으로 노만 파킨슨이 보여준 과거의 사진을 보면 현대의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강렬한 색감과, 다양한 구도를 엿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역동적인 순간포착이 눈에 보였다.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했던 언니는 패션 잡지를 보며 역동적인 사진을 골라야 한다며 어린 내게 역동적인 포즈를 골라보라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어렸던 나는 역동적인 사진이 대체 어떤 것일까 고민했다. 손, 발, 다리가 흔히 보는 그 각도를 벗어나는 것일까 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팔 다리가 있어야 할 위치에 없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있는 무언가들을 볼 때, 언니에게 이거 '역동적인 사진이다!'라고 제보하고는 했다. 언니의 과제에 크게 도움이 됐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전시회에서 본 노만 파킨슨의 작품이 내게 그랬다. 뭔가 어떠한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기 어려워 가장 적절한 것이 역동적인 사진이 아닐까 싶다.

삶의 마지막까지도 야외 촬영을 하던 그를 생각해보면 항상 또 다른 장소, 자연,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갇혀있지 않고, 새로운 발견을 더욱 쉽게 할 수 있으리라 그는 생각한 것 같다. 흔히 우리도 일상을 벗어나면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 어느 나라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니 말이다. 그가 남긴 선명한 색감, 다양한 구도, 역동적인 사진들은 현대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따라가는 좋은 가이드가 되고 있다. 이렇게 기억되는 그의 작품들이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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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쉬우면서도 어렵고,
더 알아가고 싶지만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조금은 막연한 분야이지만
조금씩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향해 '발줌'으로 다가서고 있는 요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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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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