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해가는 상황 속 변해가는 관계를 고민하며 [기타]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글 입력 2018.12.0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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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변치 않는 사랑이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과 똑같이 유지되는 사랑이 아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두 사람에게 맞춰서 모습을 바꿔가는 사랑만이 변치 않을 수 있다. 변해야만 변치 않을 수 있다니.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늘 어려울 것 같다, 사랑은.

칼럼 ‘변해야 변치 않는 게 사랑이라니’, 전아론





‘변해야 변치 않는 게 사랑이라니’, 대학생 전문 매체에서 본 칼럼의 제목이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다. 찬찬히 곱씹으니 이해가 갔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 그 상황을 인정하고 변해야 결국 이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 변치 않을 수 있다.

변해야 변치 않는 것은 비단 사랑뿐만이 아니다. 우정도 그렇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 누군가의 소중함이 ‘얼마나 오랫동안 알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해줬다. 힘든 시기를 함께 했고, 내면의 고민이 폭발하던 시기에 함께 답을 찾아가고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던 친구이기에 그를 유독 각별히 생각하게 된다.

최근 나와 친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지내며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불과 일 년 전까지 매일 비슷한 일과를 보내고, 일과 외의 시간을 함께 보내왔기에 나는 우리가 꼭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처음엔 일상의 작은 디테일을 서로 다르게 선택하는 수준이었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일상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선택한 작은 디테일들은 각자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만나기도 쉽지 않은 요즘이라 오랜만에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당연히 ‘언제나처럼’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불통이 발생했다. 우리의 세상이 서로 다를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만큼 이런 불통 상황이 처음이라 잠깐 대화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잠깐이라고 말은 했지만 체감상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통화를 마치고도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관계를 놓고 혹은 사람을 놓고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상황이 그랬고, 서로의 성향이 그랬고, 그 상황에 처한 각자가 보일 수 있는 행동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진짜로 변한 것이든 일시적으로 변한 것이든 서로가 모르는 모습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게 하필이면 나도 그 친구도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것이다.

칼럼에서처럼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하는 순간을 겪은 후 결론적으로 택한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해와 인정과 수용이었다. 친구도 나를 그렇게 받아들인 듯했다. 어떠한 해명이나 덧붙이는 말없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처럼 비슷했지만 어딘가 달랐다. 나의 기분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일지라도 우리가 같은 색채의 같은 그림체의 같은 결의 세상을 살아왔다는 사실은 어쩌면 정말 맞았을 수도 있다. 그때의 상황은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앞으로의 상황이 이전과 같을지, 아니면 또 다르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세상으로 명확하게 분리될 것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또렷하게 뿜어낼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만큼 서로가 가진 각각의 독특한 세상을 감히 함부로 바꾸려 들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세상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더 명확하게 그려나가는 소중한 사람을 바라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는 건 서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 김광석이 그런 노래를 불렀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게 새삼 느껴지는 요즘이다. 서른 즈음에 나는 이 노래에 공감하게 될까.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누군가를 맞이하고 변해간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게 될까.  그때 나는 고통스러워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스러워하지도, 고민도 하지 않고 툭 넘겨버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다.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 서로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변해간다는 것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그렇게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굳게 믿는 것뿐이다. 언젠가의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 씩씩하게 우뚝 서서, 서로의 세상을 응원하며, 각각 그러나 함께 걸어가고 있을 거라 굳게 믿는다.





인용한 글
대학내일 전아론 에디터 - 변해야 변치 않는 게 사랑이라니 (2018. 4. 13.)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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