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나 ‘인생 드라마’를 간만에 다시 봤을 때, 예전처럼 그 작품을 사랑할 수 없던 적이 있는가?
넷플릭스에 ‘모던 패밀리’ 전 시리즈가 올라왔다는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추억 속 레전드를 정주행할 생각에 들떴었다. 그러나 대다수가 드라마를 다시 본 후 예전처럼 마냥 웃으면서 볼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한다. 어느 때보다도 혐오와 차별에 민감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언피씨함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영상 매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당시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증거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해피댄싱>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중노년의 서사가 청년층에 비해 지극히 적게 다뤄진다는 것은 최근 많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대중매체는 청년의 젊고 아름다운 몸, 풋풋하고 뜨거운 사랑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반면 중노년의 삶과 늙어가는 신체를 조명하는 매체는 거의 드물다. 이는 '존재 지우기'라 해도 무방하며 이들의 모습이 노출이 되어도 대개 매우 정형화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다채로운 중노년 서사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해피댄싱>의 인물들은 가벼운 만남부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사랑까지 꽤 다양한 관계의 면을 보여준다. 로맨스뿐만이 아니라 노인 공동체와 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이들은 자신을 잊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평생 종사한 일을 이어나가거나 쉬어가고, 그리고 다함께 춤을 춘다. 각자가 구축해온 자신의 일상을 살며 춤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관객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방식를 배운다.


<해피댄싱> 원제 ‘Finding your feet’은 ‘제자리를 잡다, 적응하다, 지랍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나는 영화를 ‘자립하다’에 중점을 두어 해석하고 싶다. 산드라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아래 남성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온 여성이다. 그녀는 매일 쓸고 닦는 화려한 집과 트로피를 자신의 명예처럼 대하지만 사실상 이것들은 남편의 성과이자 소유물이다. 여전히 여성은 결혼을 인생의 필수 코스로 강요받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는 삶을 살게 되며 주체성을 빼앗긴다. 여성에게 결혼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기혼 헤태로 여성’에서 벗어난 삶은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미디어가 다양한 여성의 삶을 조명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렇기에 산드라가 안정적인 노후를 버리고 자신의 선택을 믿고 제 2의 삶을 사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면서도 지금 여성들에게 세상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것이 <해피엔딩>이 정통 로코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웃길 때 웃고 슬프게 할 때 슬픈, 영화가 이끄는 대로 감정을 따라가도 불쾌하지 않은 영화는 오랜만이다. 플롯과 각 인물의 역할이 매우 전형적이지만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에 활기를 불어넣어 그저 뻔할 뻔한 영화를 살렸다.
리차드 론크레인 감독은 이 영화를 인생의 2번째 기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기억에 주저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영화 속 명언 담당 비프가 "때론 너 자신을 믿고 믿음의 점프를 해야 해"라는 대사를 던진다.
35년을 보수적이고 바람까지 피는 남자의 노예로서 트로피를 빛내는 데 열중했던 여성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 즐거운 삶, 내일을 기대하는 삶을 향해 두려움을 접고 '믿음의 점프'를 하는 이야기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필요한 이야기. 영화 <해피댄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