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만 파킨슨 <스타일은 영원하다> 리뷰

글 입력 2018.11.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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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를 관람했다. 상상마당의 ‘20세기 거장 시리즈’를 관람하는 것은 20세기 거장 시리즈 네 번째였던 ‘자끄 앙리 라띠그 전’ 이후로 두 번째다.

 지난 ‘자끄 앙리 라띠그 전’은 화이트와 블루가 포인트 컬러였는데, 이번 전시의 포인트 컬러는 화이트와 톤다운된 레드였다. 흑백 사진이 주를 이뤘던 ‘자끄 앙리 라띠그 전’에는 다소 차분한 파란색을, 작품이 흑백으로 시작해 서서히 컬러로 변화하는 ‘노만 파킨슨 전’에는 화려한 붉은색을 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작품이 주는 이미지와 전시 구성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관람자의 시선을 지나치게 분산시키지 않는 톤다운된 컬러를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노만 파킨슨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유리 판 뒷면에 하얀색 천을 덧댄 것과 전체적인 동선 및 구성 등에서 전시 기획자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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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전 초상화에는 모델을 정적인 상태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 많다. 그나마 남성 초상화는 시선 처리나 자세가 동적인 경우가 있어 덜하지만, 여성 초상화는 작품 속에서 그녀를 매우 정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으로 그린 작품이 많다. 남성 작가가 그린 그림 뿐 아니라 여성 작가가 그린 그림 속에서도 간간히 수동적인 여성상을 볼 수 있다.

노만 파킨슨은 스튜디오에서 모델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고 그것을 촬영하는 전형적인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촬영 방식을 시도한 작가다. 스튜디오라는 공간보다는 야외에서 촬영을 시도한 것과, 화면에 담긴 역동적인 포즈와 구도는 노만 파킨슨의 실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이미지보다는, ‘그들의 무릎을 움직이게 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 냈다는 점에서 그의 모든 사진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고전 초상화를 비롯한 예술 작품에서 흔하게 그려졌던 여성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노만 파킨슨의 시도는 주목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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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이크업과 의상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주된 방식이 되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물론 패션 잡지 사진이기에 당대 유행하는, 혹은 아방가르드한 패션과 메이크업이 사진 속에 담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흠모했다는 여성의 아름다움이 과연 ‘여성’ 그 자체인지, 사회적 미의 기준에 맞춰진 여성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사진에 드러난 모델들이 당대 사회가 규정한 아름다움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여성의 아름다움을 흠모한 인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출발하여, ‘노만 파킨슨이 여성을 정말로 주체적인 존재로 보았는가?’, ‘그가 사랑했던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었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필자는 전시 중간중간에 있는 설명문에서 사진 속 여성들을 독자적인 아티스트가 아닌 ‘뮤즈’ 라고 지칭한 것에도 주목했다. 여성들을 아티스트로 지칭한 것이 아니라 ‘노만 파킨슨의 뮤즈’ 라고 지칭한 것은 우리로 하여금 노만 파킨슨의 이름을 한 번 더 언급하게 하여 사진 속 여성들의 존재를 지우게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전시가 노만 파킨슨의 전시이므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뮤즈’ 라는 단어가 자칫하면 모델로서의 커리어를 쌓아 온 여성들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에 한정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설명들을 보면서, 이 단어가 이곳에 쓰이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노만 파킨슨이 사진에 대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사진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흐름을 흔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느꼈다. 새로운 작업 방식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그의 작품은 필자로 하여금 그 앞을 떠날 수 없게 했다. 이른 나이부터 사망할 때까지 카메라와 함께했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

간만에 즐기는 문화 생활이었다. 레포트를 위해서 현대미술관이나 작은 갤러리들을 들락거리긴 했지만, 레포트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생각을 가감없이 펼치며 전시를 즐긴 건 정말 오랜만이어서…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조금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이 전시를 아주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작품도 좋았고 전시장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상상마당의 ‘20세기 거장 시리즈’에서 주목할 다음 인물은 누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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