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객은 우리 옆에 있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8.11.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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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대전에서 서울 혜화역까지 왕복 6시간의 먼길을 달려서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누구랑 보러 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살짝 늦게 엄마가 생각났죠. 보험설계사 일을 하시느라 주말도 없이 바쁜 엄마한테 시간을 물어보자 없던 시간도 만들겠다며 기뻐하던 목소리에 제가 더 기분이 좋아지던지…. 마침 병역에서 해방된 동생과 함께 가기 위해서 한 장을 더 예매한 뒤에 3명 가족이 혜화역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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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글바글…. 커플끼리 온 사람들도, 부모님과 같이 온 사람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2층 객석까지 가득 채웠는데 소극장이라 자리가 좁았던 것도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쇄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이내 공연을 시작하며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듣는 순간 솔직히 닭살이 좀 돋았습니다. 소름이 쫙 돋으며 전율이 오는 건지 노래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어 부르는 '그날들'은 눈물이 날 정도였죠.

알고 가긴 했지만, 이 공연은 그냥 콘서트처럼 김광석의 노래만 부르는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김광석의 노래를 현실 속 사람들에게 비춰 그냥 이게 나를 위한 노래였구나 싶을 정도로 가슴에 와닿게 만든 공연이랄까요. 이 극의 주인공인 이풍세는 90년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밴드동아리를 만들고 악기를 다루는 후배들을 모집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본문_KakaoTalk_20181126_190653053.jpg▲ 왼쪽부터 이현도, 황려진, 박형규, 박두성, 언희, 박신후 배우님


바람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만들어 94년 대학가요제 대상까지 차지하며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던 이풍세와 팀원들은 가요제 이후 남자들은 군대로 여자들은 졸업과 취업에 전념하며 음악을 잊어갑니다. 대학생의 풋풋한 사랑과 졸업 이후 현실에 부딪히며 꿈을 포기하던 청춘들의 얘기가 그려집니다. 서서히 꿈이 잊혀갈 때쯤 현실에 지쳐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던 팀원들은 하나둘 모여 다시 밴드를 만들고 돈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들을 위해서 노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본문_KakaoTalk_20181126_190656483.jpg▲ 황려진, 박형규 배우님
 


현실에서 자주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며 공감을 사는 것은 물론 적절한 시기에 나오는 김광석의 노래는 더욱 공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말 그대로 김광석의 노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공연에서 제일 큰 역할은 일인다역을 맡은 박신후 배우였는데 이 배우는 바람 밴드의 대학교 경비아저씨부터 학교 근교 술집 주인, 이풍세에게 명함을 주어 기획사로 데려온 대표, 경찰공무원을 강요하던 홍영후의 아버지역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진다 싶을 때 분위기를 바꿔주는 감초 역할도 일품이었죠. 공연의 MVP가 있다면 박신후 배우님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본문_KakaoTalk_20181126_190654786.jpg▲ 왼쪽부터 이현도, 황려진, 박형규, 박두성, 언희 배우님
 


2시간 30분 이상을 내리 달렸던 이 공연은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내리 불렀던 김광석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일어나', '먼지가 되어'는 관객들과 거의 합창을 할 정도로 관객 호응도 최고였죠.


본문_KakaoTalk_20181126_190658282.jpg▲ 이번 공연의 전리품 :) - 김광석 소주잔
 


개인적으로 온종일 행복해하셨던 엄마의 표정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에도 또 부탁한다며 고맙다고 하는 엄마에게 "당연하지!" 말하고 집에 가며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으니까요. 여러모로 저에겐 행복했던 일요일이었습니다. 마냥 김광석의 노래가 좋아서 보고 싶었던 공연이 노래가 아니라 이젠 공연이 기억에 꼭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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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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