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의 선순환, ‘선한 영향력’ [기타]

글 입력 2018.11.2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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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채널을 돌리며 TV를 보다 ‘집사부일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다가 이승기가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왔다. “마치 세계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여기저기 끼쳤다는 느낌으로 찍어달라”고 하면서 세상 해맑은 일명 선한 표정을 짓는데, 표정이 너무 해맑아서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문득 자기 전 그 장면이 생각이 나 찾아보니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회차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 한다. 나의 묘비명을 직접 적어보는 장면이었는데 그때도 그는 이렇게 적었었다.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구석구석 미친 이승기 여기에 잠들다”



이승기 해맑 표정ㅋㅋㅋ.JPG

세상 해맑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선한 영향력’이란 무엇일까? 무의식적으로 내가 당연히 알고 있겠거니 했던 개념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뉘앙스’만 알고 있거나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때도 많다. 때로는 이유 없이 와 닿는 개념이 있을 때 그 개념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나의 가치관과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나 자신을 보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다 옳은 방향으로 설정하게끔 도와준다.


이번에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던 것은 착함과 선함에 대한 대단하고 거시적인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말에서 내가 평소에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또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었을 때, 혹은 평화롭고 소소하게 마음의 부정적인 감정이 없을 때, 그리고 내가 정말 행복할 때'의 그 따뜻한 느낌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이 느낌은 단순히 착함 혹은 선함과 연관된 행동을 할 때만이 아니라 조용하게 탁 트인 곳에서 멋진 노을을 바라볼 때나,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보았을 때도 느껴진다. 훈훈한 온기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느낌인데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정말 좋다.



그 느낌은 마치별 하나 없는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찬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칠흑 같은 산길이 아니라, 그저 넋 놓고 바라보게 하는 황홀한 노을을 바라볼 때의 느낌과 같다. 그저 그 순간에 취해 가장 편안하고 차분하며 정적이며 행복하고 찬란한 상태, 딱 그 느낌.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볼 때 다가오는 그 느낌이 그저 따뜻한 마음과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느껴진다.


일기에 썼던 표현이다.



우리는 이것을 때로는 ‘감성 탄다’라는 말로도 표현하고, 때로는 이타심으로 표현하고 그 밖에도 친절함, 이해, 관용, 감동, 선함, 착함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한다. 사실 이 감정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신기한 것은 이 긍정적인 감정들은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마치 수채화 물감처럼 번진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영향력은 보통 아주 미미해 보이지만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의 마음과 태도는 그 사람의 아주 사소한 언행에서도 드러나고, 그 사소한 것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다. 이 과정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물에 떨어진 수채화 물감과도 같으며, 보이지는 않지만 나비효과처럼 무수한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을 가진다.


물에 수채화 물감을 한 방울 톡 떨어뜨리면 그 물이 그 색깔로 번지듯이 물든다. 검은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물은 검은색이 되어버리고, 따뜻한 노을색을 단 한 방울 떨어뜨려도 그 물은 그 색이 되어버린다. 마음과 감정도 같다. 행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옆에서는 그 에너지를 받게 되고, 우울한 사람 옆에서는 우울이 전염되는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같은 색으로 물들인다. 그리고 검은색이 아닌 따뜻한 노을색을 띠는 마음이 바로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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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선함’, ‘착함’, ‘이로움’등은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착하다’라는 말은 ‘착하다’에 뒤에 항상 붙어서 따라다니는 ‘착하면 손해 본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하지만 ‘선한 마음’은 ‘나의 손해’와 대척점에 있지 않다. 우리는 수만 가지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으며 언제나 변화한다. 같은 영화를 봐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획일화된 몇 가지의 언어로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 선함, 착함에 대한 개념 또한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유동적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형용할 수 없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함이 확실한 우리처럼 '선함' 또한 역시 분명 존재한다. 논리와 이성으로 평가하고 재단할 수 없지만 확고하게 존재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처럼 말이다.


옳음에 대한 기준 역시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자주 되뇌는 말이 있다. “언제나 옳은 건 옳고 아닌 건 아니다”라는 말이다.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가치가 아무리 변한다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이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정도와 기준은 조금씩 바뀌었을지 몰라도 그 어떤 시대에도 존재했던 '보다 옳은 것에 대한 사람들의 소망과 선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옳음’은 ‘선함’, ‘착함’, ‘이로움’, ‘평화’로 묘사되는 개념과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떤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을 위함은 필수적으로 내가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선함과 이로움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이고 크다는 것, “나 하나 가지고”가 아니라 “나 하나로” 세상이 좀 더 밝은 빛으로 물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대단해 보이는 선한 목표가 없어도 그저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나와 내 주위의 타인에게 끼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 과정의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의 본성이 어떤지, 선과 악과 옳음에 대한 절대불변의 진리 혹은 기준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어쩌면 굳이 먼 곳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느끼는 노을빛의 행복하고 좋은 감정들을 다른 사람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선함’이 아닐까.


나 또한 이승기처럼 그 말을 당당하게 내뱉으며 살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전 세계까진 아니어도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보다 더 따뜻하고 보다 더 행복하게끔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이다.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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