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위한 노래 [공연]

평범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
글 입력 2018.11.2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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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약간의 설렘을 주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늘 하루가 조금 특별하게 생각됐던 것은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서 첫 번째 문화 초대 때문이기도 간밤에 내린 첫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의 얼굴에도 이런 설렘을 볼 수 있었다. 흔히 김광석 세대라 불리는 내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의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그와 관련된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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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현재 시점의 바람밴드의 공연으로 시작한다. 공연 초반부는 마치 바람 밴드의 공연을 보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두 번째 넘버인 김광석의 '그날들' 이후로 과거로 돌아가 1994년 바람 밴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금구 대학교 동아리에서 시작된 바람 밴드는 1994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음악성 있는 밴드였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밴드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결말은 극의 첫 부분에 이미 나와있다.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 밴드원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하는 것으로 뮤지컬은 마무리된다.

이처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스토리는 매우 평범하다. 화려하거나 반전이 있는 뮤지컬들과 달리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캐릭터와 그들의 지극히도 평범한 인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특별할게 없는 평범한 바람 밴드의 이야기가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삶 역시 극 중 인물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는 故 김광석의 음악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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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마다 무엇을 포기하는지는 다르지만 극 중 바람 밴드의 경우에는 '음악'을 포기한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물론 그 이유는 인물마다 다르다. 고은, 은영 그리고 상백에겐 직장과 육아, 영후의 경우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풍세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선택의 과정에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포기하면서 평범해진다. 그리고 그 이유 역시 극 중 인물들이 음악을 포기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는데 익숙한 대다수의 관객들은 재결합하게 되는 바람 밴드의 모습을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진 않다. 공연이 끝난 뒤바람 밴드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 각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며 지낼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번듯한 직장이 있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이전처럼 괴로워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나에게도 특별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을 함께 추억할 사람들이 있으며 다시 한번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람 밴드의 이야기는 공연을 보러온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특별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평범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바람 공연 사진 7.jpg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극 전체를 채우고 있는 스무 곡 정도 되는 故김광석의 음악이다. 신기한 점은 7년간 거의 같은 스토리로 공연되고 있지만 극을 채우는 김광석의 노래는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2016년 이전과 그 이후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비교하였을 때 뮤지컬 넘버의 절반가량이 대체되었다. 김광석의 수많은 곡들을 보여주고 싶은연출자의 욕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똑같은 스토리에 다른 곡을 사용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많은 김광석의 음악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나의 모습과 노랫말이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등병의 편지'를 들을 때는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의 모습,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들으면서는 기념일에 연인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 그리고 '사랑했지만'을 들으면서는 연인과 이별하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20대의 끝에서는 '서른 즈음에'를 좀 더 나이를 먹게 되고 나서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찾게 될 것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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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광석의 음악은 담백하게 우리의 삶의 과정을 노래한다. 화려한 가사나 드라마 같은 상황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우리와 가까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바람 밴드의 이야기와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는 음악이 만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더 이상 평범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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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일자
2018.11.16(금) ~ 2019.01.06(일)
(총 55회)

시간
화,수,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티켓예매
인터파크, Yes24, 옥션, 티켓링크

주최/주관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30분
(인터미션 x)

공연문의
02-565-2245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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