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도서]

글 입력 2018.11.2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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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이 극에 달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고, 매사가 귀찮고,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보통 언제 그렇게 될까?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것,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다. 이 책의 저자 아마리도 그랬다. 스물아홉에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집은 3평짜리 원룸에 파견사원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애인과의 실연, 아버지의 병이 연타로 터지며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그 결과, 그녀의 생일이었던 그 날에 그녀는 좁은 집에서 혼자 조각 케이크를 먹다가 순간적으로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자살 시도도 해보지만 그럴 만한 용기도 없다는 것이 더 서럽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티비를 봤다. 화면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세계가 펼쳐졌다. 휘황찬란한 공간과 그 안에서 잭팟을 외치는 사람들...... 순식간에 그곳에 사로잡힌 그녀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앞으로 1년, 서른 살 생일에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자신의 마지막을 불사른 다음에 미련 없이 목숨을 끊기로 말이다. 앞으로 그녀의 남은 생은 정확히 1년이었다.





'그래, 나는 지금 변화하고 있는 중이야.'

이제 나에겐 '계획'이란 게 생겼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생긴 것이다.

계획, 목표......그런 게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나?

시야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걸음걸이마저

확 바꿔 버릴 만큼 힘 있는 것이었나?



필자는 목표와 계획, 둘 다 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장기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짜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기껏해야 시험 기간 일주일 계획, 여행 가기 전 먹방 투어를 목표로 어느 식당을 갈지 계획을 짜는 정도일까. 이런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의 무기력을 타파하기 위해서이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 한 번 크게 바쁜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거의 모든 것을 놓아버린 느낌이다. 침대에서 나오는 것조차 힘들었고 이 상태로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쌓여갔다. 그래서 제목과 유명세를 이유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렸다. 1년의 시한부 목표라는 설정이 끌렸고 그 목표의 효과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아마리는 변화했다. 뚜렷하고 시간제한이 있는 목표가 있으니 해야 할 일이 분명했다. 이제 그녀는 무작정 돈을 모으는 것, 카지노 게임을 익히는 것, 카지노에서 통할 만큼의 영어 회화를 배우는 것, 이 세 가지만 실행하면 되었고 그리고 그렇게 했다.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호스티스 알바에 지원해 투잡을 뛰고, 돈이 생각보다 모이지 않자 주말에 누드모델 일까지 쓰리잡을 해냈다. 딱 보기에도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그녀는 한 발자국 내디뎠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기회가 왔을 때 '내가 무슨... 난 안 될거야...'가 아니라 그래도 일단 한 번 부딪혀 보았다. 그 한 발자국이 변화의 첫 시작이었고 그 내딛음이 두려움을 가시게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라스베이거스라는 '시한부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읽다 보니 나 역시 시한부 목표의 위대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최근에 얼떨결에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워밍업 프로그램으로 2주 안에 조원 1인당 순수익 만 원 내기를 목표로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 학교 근처 맛집 지도를 팔았었다. 온라인으로도 팔았지만 너무 짧은 데드라인 때문에 잡상인처럼 오프라인으로 직접 대면해서 팔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에게도 못 팔 것 같은데 하물며 외국인이라니 말 한마디 못 꺼내면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완판을 해야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발 내디뎠다. 식당에 앉아있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고 생각보다 친절하게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사지는 않았지만...) 그다음은 쉬웠다. 두려움이 좀 사라지니까 낯선 외국인에게 말 거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도는 완판이 되어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시한부 목표가 만든 변화가 새로운 나를 만나게 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아마리처럼 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왔을

이 5달러짜리 지폐가 갑자기 나를 뭉클하게 했다.

1년이라는 치열한 시간을 환전해서

여기까지 날아와 인생을 건 도박 끝에

5달러를 번 것이다.


'그래, 이긴 거야. 달랑 5달러지만 난 이긴 거야!'



아마리의 여정을 전부 세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전까지 그녀는 안정보다는 자기의 꿈을 위해 달리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영어 회화를 위해 사귀었다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외국인 친구들도 얻었고, 잠을 거의 못 자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게 된다.

그녀는 정말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게임을 했다. 모든 돈을 잃어도 좋았고 게임이 끝나면 죽을 작정으로 수면제도 챙겼다. 하지만 그녀는 돈을 다 잃지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번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순수익은 달랑 5달러였다. 이 5달러는 아마리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고 그 5달러 지폐는 그녀에게 있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그렇게 그녀는 수면제를 전부 버리고 20대의 자신을 죽임과 동시에 30대의 새로운 자신을 만났다.
 
지금 그녀는 파이낸셜 플래너 자격을 취득해 글로벌 회사의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끝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는 삶의 모토를 얻게 된 아마리는 자신 앞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긍정하고 또 다른 '시한부 목표'를 위해 달릴 것이다. 나도 나만의 데드 라인을 정해 아마리처럼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당연하지. 이미 겪어본 일인 걸. 그때는 2주였지만 한 달, 반년, 1년 혹은 그 이상의 큰 목표를 잡아서 그것을 향해 달려보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인생의 마법을 위해서! 나만의 라스베이거스를 위해서!


[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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