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 <돈키호테>

글 입력 2018.11.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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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인터미션을 제외한 약 2시간의 공연시간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연 중에 일어선 관객은 아마 없을 테지만 대극장 안에는 스탠딩 축제 현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익살스러운 등장인물들 덕분인지, 흥겨운 스페인의 분위기 덕분인지, 아낌없는 환호성을 보내던 관객들 덕분인지, 발레 공연은 엄숙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부순 콘서트 같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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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돈키호테>에선 당연히 주인공일거라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주인공이 아닌 감초 내지 조력자 역할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슴푸레한 조명 속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가 등장해 앞으로의 모험을 예고하며 공연이 시작되는데, 모험 중에 들른 마을의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역들이다.



돈키호테 시놉시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찾아 모험의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판자'. 여행 중 우연히 들린 스페인의 한 마을에 사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는 멍청한 귀족 '가마쉬'에게 딸을 시집 보내려 한다.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키트리와 바질은 도망을 치지만 로렌조와 가마쉬는 결국 키트리를 찾아낸다. 이 때 바질은 자살 소동을 벌이고, 돈키호테는 로렌조를 설득하여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4).JPG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1막에선 바질과 키트리의 유쾌한 사랑과 그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 2막에선 돈키호테의 아름다운 꿈, 그리고 3막에선 바질과 키트리의 성대한 결혼식이 다뤄진다.


원색이 가득한 1막과 3막에선 스페인 광장을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강렬한 무대를 즐길 수 있으며 파스텔톤의 2막은 요정들이 등장하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있다.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데엔 의상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주역들의 의상은 물론이고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의 의상까지 디자인이 전부 달라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전통적인 발레 의상이 아닌 스페인 풍의 의상이라 더욱 색다르고 매력적이었다.


의상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바질의 첫 등장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6).JPG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공연 전부터 그 순간에 얼마나 큰 환호가 나올까 기대하고 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한 김기민 발레리노를 환영하고 축하하는 감정을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또 말로만 듣던 무중력 점프를 직접 본 것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평범하게 뛴 것 같은데 와이어를 단 것처럼 높고 우아한 점프가 나오니 도대체 저건 어떻게 하는 걸까란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한 번만 더 뛰어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었었다. 무중력 점프뿐만 아니라 제자리에서 뛰어서 3, 4바퀴 정도 돌고 바로 또 뛰어서 돌고를 6번 정도 반복했던 기술도 대단했다. 사실 김기민 발레리노를 비롯해 마린스키발레단의 모든 단원들이 다 엄청난 기량을 뽐냈던 것 같다. 키트리 역을 맡은 발레리나의 32바퀴 푸에테(회전 동작)도 초반부터 박수가 나올 정도로 멋졌다.



Kimin Kim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Kimin Kim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발레 공연은 다른 공연과 다르게 박수를 치는 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줄거리와 상관없는 디베르티스망이 나온다. 그래서 음악이 끝나는 것과는 상관없이 무용수가 어려운 기술을 멋지게 성공했을 때나 춤에 감동받았을 때 이곳저곳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온다.


디베르티스망은 기분 전환이라는 뜻으로 주역 무용수 외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무용수들을 위해 삽입되는 짧은 춤이인데, <돈키호테>의 투우사의 춤이나 인도 풍의 민속춤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영화나 연극은 스토리 중심의 예술이다. 이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엔 현실이 개입하지 않기를 원한다. 중간에 박수를 치는 것과 줄거리와 상관없는 춤을 넣는 것, 그리고 막이 끝날 때마다 커튼콜을 하는 것은 이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발레 공연 에티켓을 찾아보다 공연에 몰입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했었다.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1).JPG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그런데 공연을 관람해보니 내가 정말 괜한 걱정을 했으며 오히려 이런 특징이 발레 공연만의 엄청난 매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발레는 줄거리보다 테크닉과 감정이 더 중요시된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줄거리를 안 찾아보고 갔으면, 또 디베르티스망의 존재를 모르고 갔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난 무용수의 멋진 동작에 아낌없이 박수를 치며 큰 희열을 느꼈다.


감정을 참지 않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그 순간에 터뜨리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뭔가 무용수와 관객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라도 발레 공연을 자주 보고 싶어졌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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